금융감독원 채용비리에 박인규 DGB 대구은행장까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은행 고위임원 들의 금감원 채용비리 연루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금감원 임원이 피감기관 은행으로 퇴직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1일 SBS 8시뉴스는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채용을 청탁한 인물이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병삼 전 부원장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인규 행장의 청탁 문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6월 하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때 박인규 행장의 부탁을 받고 불합격 대상이었던 A씨의 면접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다.

검찰은 박 행장이 저지른 채용비리에 대한 조사 방식이나 처벌 여부, 수위 등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원장보와 청탁자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채용 청탁 시기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6월이어서 김영란법 적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행장은 현재 상품권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인물이다. 박 행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입건된 간부 5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잇따른 은행 고위임원 출신 청탁…왜?

피감기관인 은행의 고위 임원이 금감원 간부에게 청탁해 부정 입사시키는 사례는 이번 이 처음은 아니다.

함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도 김용환 NH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 전 총무국장에게 전화해 "합격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용환 회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잇따른 피감기관 간부의 청탁을 들어주는 금감원 채용비리 문제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을 퇴직하고 민간 금융사로 이직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표면적으로는 피감기관과 감독기관의 사이지만, 금감원 임원이 퇴직하는 순간 피감기관은 곧 수억 원대의 연봉을 보장하는 '제2의 일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청탁을 쉽게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채용 비리 근절 대책을 밝혔다. 대책 중에는 "채용 공고 시 청탁 등 부정행위로 인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해 합격은 취소됨을 명시하고 적발된 부정 채용자는 채용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는 앞으로의 계획일 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병삼 전 부원장보가 면접 점수를 조작해 준 민원처리 전문직원, 김용환 NH 지주 회장이 "합격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물어본 조사역은 여전히 금감원 직원 신분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