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광군제(쌍11절)가 지난 11일 치러진 가운데, 이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악화된 한중관계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들이 많아지고 있다.

알리바바 광고에 한류 연예인 전지현씨가 등장했고 국내 쇼핑몰의 대중국 플랫폼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유력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광군제 당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한중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성식 투에이비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국가별 상품 순위 기준 한국은 지난해 3위에서 이번에 5위로 하락했다"면서 "더욱 차분해지고 냉정하게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김 대표를 2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 김성식 투에이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매주 중국으로 출장가는 남자

김 대표는 중국 마케팅 유통 전문가로 그가 이끄는 투에이비는 중국과 한국 간 가교역할을 담당하며 중국에서 사업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LG생활건강과 애경 등 유명 대기업부터 다양한 중소기업이 투에이비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거의 매주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김 대표는 중국 푸단대학교를 졸업하고 2011년 지금도 중국어 회화학원으로 유명한 차이나탄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이후 중국 현지에서 미디어 사업을 벌이다 2014년 차이나탄 공동 창업자 중 3명과 함께 지금의 투에이비를 설립했다. 그는 중국 ICT 인프라가 본격 탄력을 받던 시기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폭발적 성장을 직감했고, 여기에 버티컬 모바일 플랫폼과 인플루언서 등을 연계하는 효율적인 마케팅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왕훙 마케팅이다. 왕훙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팔로우를 거느린 사람을 말한다. 지난 4월 1만3000명의 중국 왕훙의 데이터를 포괄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엔터차이나를 오픈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현지 마케팅을 돕는 중이다. 투에이비의 중국 현지 전략은 유통과 마케팅의 결합, 그리고 정량화된 데이터 제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면, 중국 시장 진출을 생각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마케팅과 유통을 결합해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승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투에이비는 국내 파트너사의 제품을 중국 시장으로 들여가며 마케팅을 벌이는 한편, 타오바오몰에 입점시켜 실제 판매를 유도하는 등 마케팅과 유통의 시너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파트너사의 중국 현지 판매 전권을 행사하거나 공동 브랜드 판매도 곧잘 이뤄진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마케팅과 유통의 시너지를 현실로 만들었으며 오프라인은 총판을 통해 현지 유통 판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제품을 무작정 왕훙을 섭외해 마케팅한다고 얼마나 팔리겠는가"라고 묻고 "마케팅과 함께 효과적인 현지 판로, 즉 유통을 노려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에이비는 대부분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국내 기업들을 파트너사로 둔다. 그렇다면 국내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중국 기업들은 없을까? 김 대표는 "화웨이와 샤오미처럼 전자 제품사 중심으로 비슷한 시도가 벌어지고 있으나 아직 커다란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게임은 이미 진출했고, 현재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의류의 70%는 중국의 광저우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금씩 의미있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중국을 잘 모르듯이 중국도 우리를 잘 모른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며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당장 드라마 PPL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이 있으니 모든 경우의 수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량화된 데이터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김 대표는 "1만3000명의 왕홍 자료를 보유한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면서  "마케팅 효과를 추상적으로 파트너사와 공유하는 것이 아닌, 정량화된 데이터로 공유해 실제 효과를 파악하고 더욱 정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과 마케팅을 연결하면서 양쪽의 효과를 정량 데이터로까지 수렴한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대목은 이러한 투에이비의 전략이 변하고 있는 왕홍 마케팅 트렌드와 부합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왕홍을 단순히 광고채널로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1세대 왕훙들이 잘생기고 예쁜 셀럽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지금의 왕훙들은 광고와 마케팅, 유통을 아우르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으나 독립적인 활동을 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광고는 물론 유통까지 연결되는 제품 판매의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왕훙이 단순히 홈쇼핑 게스트가 아니라, 홈쇼핑 회사 자체로 격상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최근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은 현지 O2O 시장에 투자를 늘리며 이 과정에서 수렴된 데이터를 결제단으로 연결,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사용자 경험 인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설마 왕훙도 이 경지에 오른 것일까? 김 대표의 답은 "아직 시기상조"지만, 왕훙들의 트렌드가 변하는 이상 새로운 변곡점이 생길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체 MCN 시장으로 눈을 돌려 왕훙을 바라보면 이들은 커머스에 특화된 1인 크리에이터로 볼 수 있다. 수익구조가 탄탄하지만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그러나 왕훙은 그 자체로 휘발성이 큰 플랫폼이며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의 정체성과 최근 변화를 빠짐없이 체크해야 성공적인 현지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유통과 마케팅, 정량화된 데이터에 대한 강조는 국내 MCN 사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대로 된 수익구조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내 MCN 업계의 고민 해결 단서가 투에이비의 행보에서 엿보인다.

한중관계는 장밋빛인가?

사드 한반도 배치 당시 한중관계가 얼어붙으며 투에이비는 어떻게 움직였는지 궁금했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중국 정부의 제재가 있었기 때문에 확실히 큰 그림으로 보면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콘텐츠 분야는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취향의 문제라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한한령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었다는 전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나고, 한중관계가 해빙무드로 돌아선 지금은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일까? 김 대표는 "어쩌면 지금이 제일 민감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다양해지는 반면 우리의 입지는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광군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는 광군제 당시 국내 기업들이 모처럼 웃었다고 자축했으나 실상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국가별 상품 순위 기준 한국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위에 올랐고 알리바바 플랫폼 기준 매출 종합 50위권에 들어간 외국 브랜드는 19개지만 한국은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지고 '눈'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중국 현지에서도 좋은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2004년 중국인들은 한국인이 부자라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2012년 당시만 해도 중국과 일본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으로 두 나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질좋은 한국 상품을 더욱 선호했다"고 말했다. 한류의 원동력 중 하나로 미묘한 국제정치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지금은 다르다고 그는 단언했다. 광군제 당시에도 확인되었지만, 이제 중국은 다양해지고 커지고 있다. 시장의 크기가 커지니 기본적인 점유율을 가진 한국이 어느정도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이제 동일한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이제 내수시장이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경쟁자일 수 있다.

그는 불필요한 공포는 접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좋은 제품(콘텐츠)을 만들어 확실한 현지 마케팅을 벌이고 정량화된 데이터로 결과를 측정하면 성공의 절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설픈 예단의 금물'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간혹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며 '국내에서 성공했으니 중국에서도 잘 될거야'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위험한 사고방식"이라면서  "중국은 하나의 나라로 보면 곤란하다. 수십개의 나라로 봐야하며 심지어 제품을 판단하는 눈도 높아진 상태"라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노하우를 물었다. 김 대표는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맞는 말이지만, 이 역시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좋은 파트너와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좋은 파트너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내가 돈을 벌고, 그도 돈을 벌게 해주면 그가 당신의 좋은 파트너가 된다"고 말했다.

 좋은 파트너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김 대표는 "투에이비를 찾아오면 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