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상 Income(소득) = Consumption(소비) + Saving(저축)으로 분배된다. 국민전체가 벌어들인 소득은 일부 저축하고 나머지는 소비한다. 통계상 2016년 우리나라 국민경제전체가 벌어들인 전체소득 중 저축하고 남은 부분이 약 799조원이다.

소비총액인 799조원중 약 596조원을 신용카드라는 결제수단을 사용해 지출했다. 민간이 소비지출한 총액에서 70.7%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셈이다. 이같은 신용카드지출액이나 카드결제비율은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거래의 투명성이 증가됨에 따라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은 우리나라 카드결제비율은 현재도 세계 1등이다. LPGA 골프 우승횟수 등과 함께 몇 안되는 세계 최고 부분 중의 하나다.

이렇게 카드사용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DJ(김대중)정부의 공이 크다.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비를 촉진하고 거래의 투명화를 통한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자연스럽게 이루도록 한 신용카드소득공제 인센티브 정책과 가맹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뒷받침을 해준 덕분이다.

그동안 신용카드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지하경제의 양성화, 거래의 투명화, 신용사회의 정착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런 도약의 결과로 신용카드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산업으로 발전했다. 

본래 신용카드업의 수익은 신용카드를 받아주는 가게(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가맹점수수료)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와 같이 카드소유자에게 부과하는 단기대출이자 성격의 수수료로 이루어지지만, 가맹점수수료 수익만 놓고 보더라도 600조원 거래액의 1%만 수수료로 부과해도 단순계산으로만 6조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양적성장의 이면에서는 개혁하고 수정하기 쉽지 않은 구조적 적폐를 쌓고 말았다.

본래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제정할 당시의 법 취지는 금융선진국의 Finance Company(금융 회사)가 모델이었다. 즉, 은행, 증권, 보험과 같은 Financial Institution(금융 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들에 대한 법으로, 수신기능 없이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운용하는 금융회사들은 최소한의 진입장벽으로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도록 함이었다.

그러던 것이 서서히 법이나 감독규정의 개정 또는 행정규제를 통해서 진입규제, 취급업무규제, 영업규제, 상품규제는 물론 가격규제에 해당되는 수수료율 및 이자율까지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규제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무분별 과열경쟁으로 인한 산업생태계의 파괴도 막아야겠고, 소비자의 무관심 및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꼼수 영업 및 상품도 막아야겠고, 영세가맹점 및 저신용대출자에 대한 약탈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카드사는 카드사에 유리한 규제는 최대한 유지 확장시키고 불리한 규제는 최대한 피해보려는 `규제와의 게임`에 매몰되고, 감독당국은 산업보호와 소비자보호의 상충적인 목표 사이에서 때로는 산업 편에서 때로는 소비자 및 가맹점 편에서 줄타기 하는 현란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역시 변화와 혁신은 외부충격으로부터 시작되듯이 지급결제시스템도 ICT(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에 의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Fintech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인터넷기반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는 카드사간의 헤게모니 싸움, VAN사의 이해관계, 모바일결제 단말기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한 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이, `짝퉁의 나라`, `금융후진국`인 중국에서는 인터넷쇼핑플랫폼업체로 시작한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개발된 모바일결제시스템을 완벽하게 모방, 발전시켜 신용카드를 건너뛴 인터넷기반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스템은 산업자본이 시작하면서 산업자본의 진출을 허용했고, 인터넷기반 및 스마트폰기반 결제시스템상 VAN이라는 중간조직도 필요 없어 VAN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단순구조시스템으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출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가맹점이 소비자의 신용카드를 읽는 시스템인 신용카드결제시스템에 비해 중국은 가맹점별 고유 QR코드를 소비자의 스마트폰이 읽음으로써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설계, 모바일 결제 단말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포장마차에서조차 가게의 고유 QR코드만 비치해 놓으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결제가 순식간에 이루어질 정도로 간단하고 편리하다.

중국은 인터넷기반 fintech에 대한 법이나 규제가 전무한 상태에서 모바일 결제시장이 개발·추진되고 법제도는 한발 늦지만 시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면서 혁신과 신기술을 독려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금융제도 시스템과 대비되는 길을 걷고 있다.

중국 모바일지급결제규모는 2016년 기준 한화로 약 9980조원으로 우리나라의 카드결제액의 16배를 훌쩍 넘어서고, 2017년 1분기에도 23% 증가를 보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인터넷쇼핑에서 시작된 중국의 모바일결제시장은 그 규모의 확장성 못지않게 영역의 확장성에서 기존 금융의 벽을 완전히 허물어 금융빅뱅을 주도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일례를 들어, 모바일결제회사들은 은행의 고유 업무였던 대출, 계좌이체 및 송금업무, 지급정산업무 뿐 아니라 보험, 투자, 자산운용 업무 등 금융의 전 업종으로 업무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는 필요에 따라 모바일지급결제업체에 인터넷은행업을 허가 해주고 취급업무도 필요에 따라 넓혀주고 있다. 기존의 은행, 증권, 보험사들은 업종별 칸막이 안에서 동종 금융기관사이의 경쟁보다 fintech 기반 인터넷금융사와의 경쟁에 직면한 것이고 기존의 금융기관들은 제도상의 보호 하에 독점이익을 향유하던 시대가 지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인터넷뱅크의 설립을 허가했으나 각종 규제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급결제시장의 Fintech화와 금융업종 칸막이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이미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한해 영업을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시장에 직접 진출해 알리페이를 상장시켜 카드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 지급결제시장을 잠식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카드 회사 및 정책당국이 현재의 지급결제시스템에 안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드 보복에서 보듯이 중국은 자본과 힘의 논리로 자국시장은 막고 타국 시장은 일방적으로 개방시키고자 할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하루 속히 Fintech·인터넷 기반 결제시스템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할 때이다. 자존심 상하지만 카드사, 정책당국 모두 금융후진국에서라도 좋은 것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김석중 금융전문기자는 미국 퍼듀대(박사)를 나와 한국리스산업협회, 여신금융협회등에서 리스, 캐피탈, 신용카드등 여신전문 금융분야를 연구해왔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신용카드본부장(상무)를 역임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경제조사본부장(상무)를 지내기도 했다. 헤럴드미디어그룹에서 경영담당 전무를 역임, 언론계와 인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