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소니 RX10 IV 편

#발줌의 추억 ‘발줌’을 아시는지? 대학시절 사진수업 때 처음 들은 말이다. 카메라에 대부분 줌 기능이 있지 않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렌즈 물린 카메라는 확대나 축소가 불가능하다.

발줌이 필요한 순간. 대상을 크게 찍고 싶다면 내 발로 다가가면 된다. 멀리 떨어지면 풍경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고. 이게 발줌이다. 내 발로 하는 셀프 줌!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발줌이 나름 매력이 있거든. 발로 뛰며 피사체에 다가가 순간을 포착하다보면 사진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고들 하더라. 사진수업 교수님도 과제를 꼭 단렌즈로 찍어오라 했다.

사실 사서 고생이긴 하다. 셔터 찬스가 쉽게 오는 건 아니니까. 줌을 당기면 될 것을 발로 뛰느라 기회를 놓쳐버릴지 모른다. 몸도 힘들고 결과도 나쁘고. 아찔한 발줌의 추억.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슈퍼 줌 카메라 RX10 IV. 새로 나온 소니 카메라다. ‘올인원 카메라’를 표방하는 제품이다. 렌즈를 교환할 수 없는 ‘똑딱이’이다. 사용해보면 굳이 렌즈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줌렌즈가 달려있으니.

코가 길쭉하다. 곧게 뻗은 모습이다. 화각 24-600mm를 커버하는 렌즈다. 감이 안 잡힌다고? 25배 줌이 가능한 스펙. 조리개 값은 F2.4~4다. 어둠에 강한 밝은 렌즈란 뜻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렌즈 하나로 초광각부터 초망원까지 커버 가능하다. 미러리스나 DSLR 같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로 이 화각 모두 커버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밖에. 할부 각.

싸구려 줌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써본 적 있는지. 확대할수록 화질이 떨어진다. 사양 낮은 그래픽카드 달린 컴퓨터로 3D 게임을 하는 느낌이랄까. 아찔한 싸구려 줌의 추억.

RX10 IV는 다르다. 찍은 사진을 확인해보시길. 화각 20mm, 100mm, 600mm 순서다. 최대한 확대해도 선명하다. 사진은 물론 영상(4K 해상도)까지 당겨 찍을 수 있다.

▲ 화각 20mm. 사진=조재성 기자
▲ 화각 100mm. 사진=조재성 기자
▲ 화각 600mm. 사진=조재성 기자

#도전! 실전 테스트 RX100 IV와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7 출장을 함께했다. 실전이다. 일단 발줌을 안 해도 되니 정말 편했다. 저 멀리 부스에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 표정까지도 손쉽게 프레임에 담아낼 수 있었다.

조리개 값 낮은 밝은 렌즈여서 어두운 지스타 행사장이 무섭지 않았다. 빛이 부족하면 여지없이 흔들린 사진이 찍히지 않는가. 어두운 렌즈 물린 카메라였다면 정말 식은땀 뻘뻘 흘렸을지도.

RX10 IV의 또 다른 장점 하나. 초점을 정말 빨리 잡아준다. AF(자동초점) 속도가 무려 0.03초. 덕분에 어떤 상황에든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지스타 2017 행사장에서 오버워치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포즈를 취할 때 셔터 찬스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 RX10 VI로 찍은 지스타 2017. 사진=조재성 기자
▲ RX10 VI로 찍은 지스타 2017. 사진=조재성 기자
▲ RX10 VI로 찍은 지스타 2017. 사진=조재성 기자
▲ RX10 VI로 찍은 지스타 2017. 사진=조재성 기자

매력 터지는 셔터소리가 나진 않는다. 무음 전자식 셔터를 탑재해 소음이 거의 없다. 찍는 맛이 덜 느껴질 순 있다. 마냥 별로이진 않다. 셔터음이 크면 사진 찍히는 사람들이 의식을 하지 않는다? RX10 IV는 무음이라 부담이 없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어내기 쉽다.

사진 전송도 간편하다. 굳이 메모리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다. 그러니 SNS 방금 찍은 사진을 공유하기 쉽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올라운드 플레이어 슬로우 모션 비디오 촬영 기능도 재미있다. 요즘 나오는 소니 제품에 포함되는 기능. 초당 960프레임 슈퍼 슬로우 모션 영상을 촬영 가능하다. 어떤 기능인지는 이 영상을 보면 이해가 쉬울 거다.

종합하자면 RX10 IV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다재다능하다.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축구선수 느낌. 내가 축구팀 감독이라면 이런 선수를 지극히 아낄 수밖에 없겠다.

이제 발줌 따위 필요 없다.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당겨 찍으면 그만이니. 몸이 편하니 살은 조금 찔지도. 몸집이 큼직하니 가볍진 않지만 강력한 줌으로 이동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 괜찮다.

가격?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90만원대. 저렴하진 않다. 이 가격 밑으로 살 수 있는 카메라가 세상엔 많으니. 그런 만큼 제품이 어설프진 않다. DSLR이나 미러리스에, 렌즈 여러 개 갖추는 값 생각하면 엄청난 이득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