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이 발전하며 스마트폰은 플랫폼이 되었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는 붕괴됐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넘어서 슈퍼 플랫폼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인공지능이 탑재된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이를 구현하려면 포스트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후계자는 무엇일까?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 TV, 스마트 냉장고 등이 부상하고 있으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곳은 자동차다.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수단)에 중량감이 실리는 이유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모바일 서비스로 O2O 로드맵을 보여주고, 그 다음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스마트시티, 스마트국가로 발전하는 게 보통이다. 우리는 지금 첫 관문인 모바일 인프라 중심의 모빌리티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 2015년 개인택시기사들의 우버 반대 시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우버에서 풀러스까지

우버는 지난 2014년 우버택시의 국내 진출을 타진했다. 영업용 택시가 아닌 일반 자가용 운전자가 우버 드라이버로 등록한 후 손님을 받는 구조다. 우버 택시의 등장에 택시에만 의존하던 대중은 환호했고, 서울시도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생존권 사수를 내걸고 우버 택시 운행에 반대했으며, 기습 시위까지 벌이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2015년 2월4일 우버가 서울 용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서울택시운송조합과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회원들은 우버의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시위를 벌이며 거칠게 반발했다.

결국 우버는 물러났다.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백악관 수석 고문으로 일한 데이비드 플루프 우버 정책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까지 한국을 찾아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보려고 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우버는 우버택시 운행을 포기하며 우버블랙 등의 한정된 서비스만 벌였고, 최근에야 우버이츠를 비롯한 파생 플랫폼 서비스로 활로를 찾는 분위기다.

모빌리티의 개념을 확장해 중고차 매매도 포함시킨다면, '헤이딜러'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중고차 매매 모바일 플랫폼 헤이딜러는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중고차 매매 업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간편하게 중고차를 모바일에서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타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구에 자동차 매매업자들이 많은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2015년 11월 온라인 자동차 경매 업체도 오프라인 경매장(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실)을 보유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실상 헤이딜러의 영업을 막은셈이다.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신사업 죽이기'라는 비판이 일자 양측의 긴장은 극에 도달했다.지난해  1월25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교통연구원이 주관한 자동차 온라인 거래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는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난입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창조경제가 젊은애들 취업시켜주는 것이냐"부터 "헤이딜러 재개하면 우리 다 죽는다. 할복하겠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 헤이딜러 관련 토론회에 난입한 중고차 매매 업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결국 지난해 7월20일 민병두·이원욱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온라인 자동차 경매 제도도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상생을 위한 방안을 찾자는 극적 의견타결이 이뤄졌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국민의 자동차 판매 편리성을 살리고 차량매입 다변화, 정보의 투명화, 허위미끼매물 방지방안도 시행하는 한편 다양한 제도보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헤이딜러는 정상영업중이다.

콜버스도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버스를 부르면 승객에게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전세버스가 오고 최종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 내려주는 수요응답형 O2O 교통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러나 심야시간 버스를 통해 운영되는 콜버스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비롯한 4개 단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토부의 '온건모드'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6년 12월1일 조선일보 1면에 콜버스 반대 광고까지 실었다.

콜버스는 타협했다. 반대한 택시기사들과 공동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 콜버스. 출처=콜버스랩

카풀앱 풀러스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5월 설립된 풀러스는 자가용을 소유한 일반인이 카풀을 통해 돈을 벌고, 풀러스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시동을 걸었다. 문제는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가용이 영업을 할 경우 우버택시와 비슷한 불법 논란에 휘말린다는 점. 풀러스는 법안의 허술함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풀러스는 온전히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 출처=갈무리

그런데 최근 풀러스가 유연근무제 대세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규정하며 사단이 났다. 영업시간을 늘리려는 포석에 택시기사들이 반발하기 시작했으며, 20일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실이 준비한 토론회 역시 택시기사들이 난입했다.

국내 스마트 모빌리티 잔혹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브랜드인 카카오 T의 전신인 카카오택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서비스가 시작된 사례다. 서비스 출시부터 택시기사들과 협력해 운행했다.

그런데 대리운전인 카카오 드라이버는 사정이 다르다. 대리운전업계의 폐단을 극복하고 대리운전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까지 걸었으나 기존 중소 규모의 대리운전업체의 파상공세에 시달려 서비스 초반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대리운전업체는 카카오 드라이버에 등록된 기사에게 콜을 제공하지 않거나 수송 승합차 서비스도 배제시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심지어 대리운전기사들도 카카오의 정책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현재 카카오 모빌리티는 주차장까지 키워 택시, 대리운전,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4개의 핵심 사업목표를 삼았으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풀러스 런칭 기자회견.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옛 산업이 악습은 아니다...부드러워야

모빌리티 산업이 성공해야 초연결 플랫폼, 특히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ICT 기술이 현실이 된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가능성 타진이 벌어지는 이유다.

우리는 아직 모빌리티마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문제의 핵심을 구(舊)산업과 신사업의 충돌로 해석한다면,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산업은 무조건 귀를 틀어막고 결사반대만 외치며 세상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으며, 신사업도 '우리가 무조건 최고야'라는 자만에 빠져 구산업의 공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사업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것이 순리라면, 구산업이 만족스럽게 퇴장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소리만 지른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 세상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 타협을 하며 조금씩 앞으로 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승자의 원칙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