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과 전용스틱 '핏' 사진=KT&G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와 BAT의 ‘글로(GLO)’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선점당한 국내 담배제조 회사 KT&G가 고육지책으로 자체 브랜드 ‘릴’을 출시했지만 가격책정 기준과 유해성 논란에 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KT&G, 궐련형 전자담배 ‘릴’ 출시...아이코스·글로·릴 3파전

20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이날부터 서울 시내 GS25 편의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릴’과 전용스틱 ‘핏(Fiit)’의 판매를 개시했다. 릴의 출시 색상은 크리미 화이트, 사파이어 블루 두 종으로 가격은 9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1회 충전완료 후 20개비 이상 흡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릴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전용스틱 핏은 세계 최초로 가열식 캡슐이 탑재됐다. 맛은 두 가지로 출시 예정이다. 일반 담배로 피우다가 바뀌는 체인지 식과, 색다른 맛으로 바뀌는 체인지 업이다. 가격은 한 갑당 4300원으로 아이코스의 전용스틱 히츠(HEETS), 글로의 던힐네오스틱과 동일하다.

지난 4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를 출시한 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0월까지 합계 반출량은 7190만갑에 이른다. 반면 올해 1~10월 일반 필터담배 판매량은 29억1300만갑으로 전년 동기 30억5900만갑에 비해 1억4600만갑 가량 감소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선전이다. 

KT&G는 현재 릴의 판매 지역이 서울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지방까지 확대하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위인 KT&G의 유통망은 외국계인 필립모리스나 BAT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담배 가격은 바로 올리던 KT&G...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현행 126원에서 529원으로 인상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정부는 담배에 붙는 지방교육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전체 세금은 현재 1740원에서 2986원으로 늘어난다.

필립모리스와 BAT 측은 세금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폭과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후발주자인 KT&G는 개소세 인상이 적용되는 12월 이후에도 핏의 가격을 4300원에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KT&G 관계자는 “당분간 핏의 가격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월 담뱃세가 인상되자마자 소매점 인도 가격을 2028.5원에서 3719.4원으로 83.4%나 인상한 것과는 대조된다. KT&G는 담뱃세가 오르기 전인 2014년 이미 제조사에서 반출된 담배 2억갑을 세금 인상 후 가격으로 판매해 1갑당 1591.9원의 세금차액과 99원의 판매마진 인상액을 합쳐 약 3300억원의 이익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담배업계 관계자는 “KT&G는 전국 유통망과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어 가격경쟁력까지 갖춘다면 릴 점유율을 단시간에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성급한 출시...‘유해성 논란’ 지속

릴의 전용스틱인 핏에 채용된 ‘가향 캡슐’의 유해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KT&G는 궐련형 담배 특유의 향을 지우기 위해 전용스틱에 캡슐형을 채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향을 내는 캡슐이 강한 흡입을 유도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점 등을 들어 첨가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KT&G는 지난 7일 릴을 공개하면서 유해성 저감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아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성급한 출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필립모리스나 BAT가 계속되는 유해성 논란에 자체 연구센터에서 실험한 자료를 데이터를 가져와 유해성 절감 측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 데 비해 KT&G는 유해성 여부 검증시험에 대해 “임상 시험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점유율을 따라가기 위해 제품을 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  “KT&G가 국내 유일 담배 제조업체로서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성장해온 만큼 유해성 논란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