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식회사가 온오프라인 중고차 부문 사업을 접고 차량 공유 서비스는 키우는 방식으로 자동차 사업을 재편한다. 이를 위해 회사가 운영한 중고차 중개 사이트 SK엔카닷컴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SK엔카 직영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SK는 20일 SK엔카닷컴 지분 50.1%를 호주의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보통주 25만1주며 매각대금은 2050억원이다. 

SK는 또 SK엔카 직영 사업부를 별도로 떼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마무리했다.

SK엔카는 1999년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0년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에 진출했다. 이어 그룹의 42번째 계열사로 편입된 후 온라인 중고차 운용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SK엔카닷컴이 탄생했다. 2014년 카세일즈홀딩스와 합작회사로 꾸렸다. 당시 SK는 카세일즈홀딩스와 협의해 5년간 한시 매도금지, 지분 매각 금지 조건을 달았다.

지난 8월 SK엔카직영이 매각절차를 밟을 당시 SK엔카닷컴 매각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SK는 지분의 49.9%를 가진 카세일즈홀딩스와의 협의에 따라 매각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제3자 매각은 불가능해도 카세일즈홀딩스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 SK엔카 홈페이지. 출처=갈무리

그런데 최근 SK엔카 직영이 매각되면서 카세일즈홀딩스와의 SK엔카닷컴 지분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SK는 "원래 SK엔카닷컴 매각은 논의된 바 없었으나 SK엔카 직영 매각이 진행되며 카세일즈홀딩스에 SK엔카닷컴을 매각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면서  "최근 이 사실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SK가 SK엔카의 온라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모두 매각한 만큼 SK는 중고차 시장에서 손을 뗀다는 해석이 나온다.  SK엔카닷컴의 매출은 지난해 337억원에 불과해 SK엔카 직영의 4% 수준으로 미비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서 철수하는 SK가 매출도 미비한 SK엔카닷컴도 완전히 떼어내려는 것"이라면서  "중고차 시장에서의 완전한 철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SK가 중고차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은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019년 2월 적합업종 제한이 풀리고, 카세일즈홀딩스와 체결한 한시적 매도금지도 2019년 효력이 사라지는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되어 대기업이 존재감을 보이기에 성장판이 닫혔다는 평가를 받지만 제한이 곧 풀리는데다, 한시 매도금지도 공교롭게 2019년 모두 사라진다. 결국 SK가 중고차 시장에서 빠르게 손을 떼려는 진짜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통합 지주사 2주년을 넘긴 SK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1일 SK그룹의 통합지주회사 SK(주)가 출범 2주년을 맞이한 이후  SK는 계열사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SK텔레콤 중간 지주사 설립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현재 SK는 지난 7월 보유 SKT 지분 전량인 10%를 매각했다. 

SK플래닛은 광고대행 사업을 분사했으며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을 강화했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SK증권 매각도 이어졌다. SK가 중고차 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SK가 최근 부쩍 공유경제, 미래 자동차 시장 강화를 강조하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SK는 지난 9월 미국의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카셰어링 업체 튜로에 지분을 투자했다. 1000억원의 펀딩이 진행된 가운데 SK의 지분 투자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한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튜로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 내 500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개인간 거래를 통해 자동차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5년 국내 카셰어링 업체 1위 쏘카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재 쏘카는 롯데가 투자한 그린카와 경쟁하며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는 중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2월 그룹 신임 임원 만찬에서 "자동차는 내구재가 아니다"면서  "공유경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는 계열사 정리에 따른 지배구조의 큰 그림을 그리면서 자동차 사업에서 공유경제, 온디맨드와 같은 미래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중고차 시장을 떼어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시장과 카셰어링 온디맨드, 공유경제 시장이 충돌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엔카닷컴은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 관점에서 SK의 그림과 나름 부합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질문에 SK는 "미래 자동차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을 두고 그룹과 사업부의 시각차이가 존재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공유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지만 SK엔카 매각까지 그 의미를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IB업계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SK가 2000억원에 불과한 매각에 그룹 차원에서 신경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순수하게 중고차 시장을 떼어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SK엔카 매각을 주도한 SK C&C는 "그룹 차원의 공유경제 강조 분위기가 이번 매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해 약간의 온도 차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