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가 19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산물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내년 설까지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 효과를 실감할 수 있게 수정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선물 한도 10만원 상향’ 개정안을 보고한 만큼 실현가능성이 높다. 축수산업계는 “구매 한도 상향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구매를 장려하고 홍보하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李 총리, 농협 방문해 ‘김영란법 개정 시한’ 언급해

이 총리는 19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이 총리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매장을 돌며 시민들과 생활 물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김장철을 앞두고 무 ㆍ배추ㆍ양념채소 구매 동향을 파악했다. 이 총리는 관계자들에게 “내년 2월 설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권익위가 지난 1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보고한 ‘선물 한도 10만원 상향안’을 포함해 농축수산물 구매 한도를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낙연 총리가 19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농축산물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이 총리는 내년 설까지 농축수산인이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제공=농협중앙회).

이 총리는 최근 판매와 소비가 부진한 품목인 대봉감 살리기를 언급하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수요가 줄어든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도 계속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농협은 최근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소비가 부진한 대봉감 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 유통매장 사은행사ㆍ가공용 감말랭이 가공비용 지원ㆍ푸드뱅크를 통해 복지시설에 10만 박스 기증에 앞장설 계획이다.

앞으로 농협이 김영란법 도입 이후 농축산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역할을 하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농촌경제연구원,"김란법 개정’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지난 8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보고서에서 김영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경연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김영란 법 시행 이후 한우(15.2%), 사과ㆍ배(12~16%), 화훼류(11%) 등 대부분의 품목 가격이 내렸다. 일부 품목의 경우 공급량이 예년보다 줄었어도 수요 감소 탓에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카드 음식점 사용액은 김영란법 이후 3~8%가 줄었다. 특히 음식의 양이 많은 한식점과 일식점 카드 사용액이 각각 8%씩 줄어들어 충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김영란 법 시행 후 한우 등급별 도축과 도매가격(출처=축산물품질평가원)

농경연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도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직장인의 55.7%, 소비자가구의 59.8%가 ‘김영란법 개정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 피해 극복’과 ‘법령의 명확성 부족’이 주된 원인이었다. 김영란법으로 농축수산물 시장이 경직되는 것을 일반인들도 우려한다는 것이다.

농축산업계 한도 상향에 구매 촉진 촉구

김영란법 도입으로 타격을 입은 농축산업계는 “구매 한도 (상향) 조정 이외에도 국민적인 구매 촉진 캠페인 등으로 (업계를) 도와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도축 두수가 지난 해에 비해 2만 두 이상 감소했지만 한우 가격은 15%대로 오히려 떨어졌다”면서 “김영란법 도입으로 체감하는 위축 규모는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설 명절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23.3% 감소했고 수삼은 35% 감소했다”면서 “올해 거래 가격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떨어졌고 홍삼제품도 중저가 구매 위주로 패턴이 크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김재훈 '식탁이 있는 삶'대표는 “최근 농축수산물 거래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가성비’로 바뀌는 것도 한 몫 했지만, 제도적 충격이 제일 큰 역할을 했다”면서 “선물 구매 시 한 가지 상품이 아니라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사는 소비자 심리를 견인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양환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원 테이블 원 플라워’(임원 테이블 하나 당 화분 한 개를 놓는 운동) 운동과 같은 소비 촉진 캠페인으로 시장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