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7일 압수수색을 통해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비자금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나아가 공정위가 효성그룹에 이미 심사보고서를 보냈으며, 이르면 내달 전원회의를 열어 효성그룹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확답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재계에서는 조만간 효성그룹을 겨냥한 공정위의 제재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효성그룹은 별도의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주주가 있는 상장사인 (주)효성과 계열사의 부당거래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17일 압수수색을 벌이며 조석래 전 회장 당시 그룹 차원에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갤럭시아컴즈 등 소위 '은하수 그룹'을 편법으로 지원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조명 제조업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조현준 회장이 1대 주주로 있으며, 경영이 어려워지자 2014년과 2015년 효성투자개발이 300억원대의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갤럭시아컴즈에 65억원을 대여한 점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으며 효성노틸러스가 두미종합개발에 85억원을 빌려주고 (주)효성이 펄슨개발이 바유한 토지를 47억원에 사들이는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8년과 2013년 압수수색까지 나서며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2014년 조현준 전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회장 등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형제의 난' 이 벌어질 당시에도 검찰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석재 전 회장이 사돈 관계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을 뿐, 효성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 정부 실세로 분류되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다"며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로부터 10년의 구형을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척관계로 묶인 효성그룹의 상황을 연결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수사 등을 시작으로 현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발생한 일들을 조사하며, 전병헌 정무수석 수사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롯데도 마찬가지지만 효성그룹에 대한 수사도 강도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행보도 관심사다. 공정위는 지난 5월부터 효성그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조만간 고강도 제재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부터 공세의 수위를 올릴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5대 그룹 간담회에서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 전수조사를 예고하는 한편 10일에는 "적극적인 고발권을 행사하고 법을 어기면 모조리 고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 소장 재직 당시 효성그룹의 분식회계와 탈세, 횡령 등의 혐의에 많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