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시절 창조벤처기업 1호로 각광받던 중소벤처기업 아이카이스트에 하나금융그룹은 20여억원을 대출해준데 이어 2015년 9월15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동시에 방문했다. 이 회사에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의 동생 정민회씨가 1년정도 부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왼쪽 세번째부터 오른쪽으로)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 사진=이코노믹리뷰DB

하나은행은 지난 2015~2016년 박근혜 정부가 적극지원했던 ‘청년벤처1호기업, 아이카이스트'에 20여억원을 대출해주고 8억원을 떼였다. 석연치 않은 의문이 무수히 많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수장이 바뀐 금융감독원조차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국감 정무위에 출석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의혹만 가지고 감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노조는 “더이상 어떤 의혹을 더 제기해야 금감원은 움직일 것인가”하고 질타하고 있다.

최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적이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봐주기 감독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아이카이스트 대출 정당했나

지난 2013년 하나은행과 통합한 외환은행(두개 은행 독립경영을 실시한뒤 실질적 통합은 2015년 9월1일)은 옛 외환은행 상호가 사용돼던 2015년7월15일 아이카이스트에 첫 여신 거래로 3억원을 신용대출 해준다. 시중은행은 물론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한 5대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첫 신용대출 거래서 3억원을 해주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이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2015년 9월1일 통합하고 KEB하나은행으로 상호를 변경,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함영주 전 하나은행 충남영업본부 그룹장(부행장)을 선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함께 2015년 9월15일 아이카이스트에 방문한다. 금융지주사 회장과 소속 은행장이 중소기업을 함께 방문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들의 방문이 있은 후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으로 정민회씨가 취임한다. 정 씨는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이다.

본지는 김정태 회장과 최근(11월 14일) 만나 사실관계를 질의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하나금융그룹 충청영업그룹장(부행장)을 지낸 후 2015년 9월1일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함 행장이 대전 대덕지구를 거점으로한 아이카이스트를 알고 있고, 당시 정부에서도 청년벤처기업으로 치켜세운 기업이라 2015년 9월15일 함께 방문한 건 사실”이라면서 “방문이후 단 한차례도 (아이카이스트와)KEB하나은행간 금전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KEB하나은행이 심사한 2015년 10월 22일 아이카이스트 대출 심사 의견서. 자료=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KEB하나은행의 2016년 7월 14일 아이카이스트 여신승인검토서에 첨부된 여신거래현황. 내용을 보면 최초 취급 신용대출 3억원중 1억원이 상환돼 있고, 같은해 10월 22일에 담보로 10억2000만원이 대출됐다. 이후 추가 신용대출건도 서류에 명시돼 있다. 자료=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아이카이스트관련 대출 신규추천의견서를 보면 KEB하나은행은 대전 둔산동지점을 통해 2015년 10월22일과 11월25일 그리고 2016년 7월15일 각각 10억2000만원, 7억원, 2억원씩 대출해줬다. 김 회장의 증언은 사실과 달랐다.

“하나금융그룹, 대출은 해줬는데 책임 은행장은 존재하지 않아?”

하나금융그룹에 8억원 손실을 입힌 아이카이스트는 어떤 회사일까. 이미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된 아이카이스트는 박근혜 정부시절 ‘청년벤처 1호’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카이스트를 방문, 벤처기업이 개발한 전자칠판을 직접 시연하며 이 회사를 홍보했다. 당시 TV를 비롯한 각종 언론에선 이날 박 대통령이 “창조교육으로 하니까 졸 사람도 없고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라는 멘트와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며 아이카이스트가 개발한 대형 '터치스크린'을 소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변명도 이 지점이다. 아이카이스트의 김성진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대통령이 극찬한 기업인만큼 어느 은행이 대출을 꺼렸겠느냐는 논리다. 특히 아이카이스트의 지분 49%는 카이스트가 소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인재를 키우는 카이스트가 아이카이스트의 2대주주라는 얘기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은 정황이 이렇다보니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 KEB하나은행 통합이전 옛 외환은행의 신용대출건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 KEB하나은행이 심사한 2015년 10월 22일 아이카이스트 대출 심사 의견서. 자료=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2015년9월1일)이전인 2015년 7월 외환은행이 아이카이스트에 3억원을 대출해줬고, 외환은행에서 발생한 대출건이라 통합은행에서 파악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인수는 했는데, 통합된 상태가 아니라 몰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외환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그후 약 1년간 20억원가까이를 대출해준다. 이에 대해 김 회장과 함 행장은 각각 사석과 국감장에서 "옛 외환은행에서 진행한 대출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라는 의미의 답변을 내 놓으며 한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해명은 2015년 9월 통합은행장 취임 후 통합 체제는 갖췄지만 두 은행의 전산통합이 2016년 6월에 이뤄져 이 기간 중 대출 건이 발생했어도 그것은 외환은행에서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2015년 9월1일 KEB하나은행 통합은행장으로 함영주 행장이 취임하지 말았어야 한다. 또 외환은행에도 은행장이 있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2015년 9월1일 이미 외환은행이라는 상호는 없어졌고 이날 이 후 외환은행장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통합은행장이 실질적 권한을 다 가졌던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함영주 KEB하나 통합은행장은 외환은행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발뺌하면서 2015년 9월1일이후부터 통합은행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도 마찬가지 경우다.

KEB하나은행, 아이카이스트에 2015년 9월이후 세차례 대출

KEB하나은행은 2015년 10월22일 신용보증기금이 10억원 보증을 한 아이카이스트에 10억2000만원을 대출해준다. 같은해 11월25일 아이카이스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자지라 방송국에 터치테이블 납품을 위한 운전자금으로 7억원을 또 신용대출해 준다. 당시 KEB하나은행의 7억원 대출 승인 사유였던 아이카이스트의 100조원 규모 알자지라 수출건은 이뤄지지않았고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판명됐다. 대출심사 과정이 허술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아이카이스트의 대표였던 김성진 사장은 2016년 9월 투자금 사기로 검찰에 구속됐고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 받았다.

다시 말하면, 김 회장은 2015년 9월15일 함 행장과 아이카이스트 방문이후 “단 한차례도 금전거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이듬해 7월 KEB하나금융지주와 금전거래는 무려 19억2000만원이나 있었다.

▲ KEB하나은행의 2016년 11월 10일 아이카이스트 여신승인검토서에 첨부된 상세내용. 당시 아이카이스트는 기간연장 및 조건변경 등의 조건이 담긴 대출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료=김해영 의원실.

이에 대해 함 행장은 국감에 나와 “아이카이스트의 대출은 하나은행과 통합 전인 2015년 7월 옛 외환은행에서 발생한 건이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함 행장은 2015년 10월당시 KEB하나은행장이었다. 아이카이스트가 외환은행과 최초 신용대출을 발생시킨 것은 2015년 7월이고 이 때 통합은행장 취임이전인 것은 맞다. 그러나 같은해 9월 KEB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함 행장이 10월과 11월에 발생한 수십억원의 대출건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발뺌한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을 제외한 국내 5대금융그룹 계열 은행 영업점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신한은행의 한 영업점 지점장은 “아무리 전산통합이 되지 않았다해도 7억원(2015년 11월25일)을 신용대출해주는 데 본사에 보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은행의 경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때부터 은행은 은행이 아니라 영업점장이나 중간간부의 개인금고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감서 위증해도 국회 정무위원 ‘수수방관’
금감원장 “의혹만으로 조사할 수 없어”

2017년 10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국감장.

더불어민주당 김영해 의원 “금융감독원장님 이 건(KEB하나은행, 아이카이스트 대출건)은 문제가 많습니다. 확실한 경위파악 부탁드립니다”

이에 대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저희가 감사에 들어가는 부분에 있어서 의혹만 가지고 들어가기는 힘듭니다”.

국감 속기록에 나와있는 대목이다. 아이카이스트는 2011년 설립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이카이스트의 터치테이블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다. 2015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옛 외환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이 회사에 20여억원을 대출해준다. 2016년 9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사장은 구속된다. 2017년 9월 1심에서 김성진 사장은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KEB하나은행은 아이카이스트 대출건으로 8억원의 손실을 입고 대손처리한다.

이와 관련한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의 질문에 최흥식 금감원장은 의혹만으로 수사는 못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그대로 중계됐다. 

하나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의혹이 아니려면 어디까지 증명돼야 하는지 금감원에 묻고 싶다”면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하나은행장 입장에서 8억원이라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대출사고 정도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의혹투성인 대출로 금융그룹이 손실을 입고선 ‘이래서 스타트업 기업에 함부로 대출해 주지 말라`는 공문을 각 영업점에 내려보내는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결국 피해는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데 자금은 필요한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고스란히 입게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행장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영해 의원의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관련 질의에 대해 “아이카이스트(대출 건)는 2015년 7월에 옛 외환은행에서 나갔습니다. 제가 재직한 것은 옛 하나은행에, 그 때는 은행이 2(two)뱅크로 돼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2015년 처음 대출 나갈 때는 하나은행이 아닌 외환은행에서 나갔고 그리고 또 법인도 달랐기 때문에 제가 사실, 대출 나간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 부분은 알 수도 없었구요”라고 답했다. (국회 속기록 中)

함 행장은 2015년 7월만 언급한 채 같은해 10월과 11월 이듬해 7월 대출건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하나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물론 함 행장이 2015년 9월15일 직접 방문했던 아이카이스트에 같은해 10월과 11월에만 두 차례 합쳐 17억2000만원의 대출이 발생했는데 회장과 행장이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당시 대출은 영업본부장 전결사항으로 돼있지만 정황증거상 회장과 행장이 몰랐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는 함 행장을 위증혐의로 고발하지 않았으나 법조계에서는 위증 고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장은 의혹만으로 감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금융적폐 청산을 외치는 금융인들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 물러나야...“69.1%”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2~13일 양일간 글로벌리서치에 의뢰 금융권 적폐청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금융권 논란 심각하다’라는 응답이 86%였고, ‘금융권 채용비리 발본색원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83.9%였다.

특히 박 전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하나은행 인사개입(이상화 전 외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법인장 본사 본부장 승진 인사건)관련, 응답자의 69.1%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정의연대 설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물러나야 하나' 질문에 응답현황

▲ 출처=금융정의연대.

이번 금융정의연대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 실시한 금융관련 국민 여론조사는 전국 19세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유선 50.1% 무선 49.8%)를 이용,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6.7%(총 14,893명과 통화하여 그 중 1005명 응답 완료, 유선 5.4%, 무선 8.9%)였다. 조사완료 표본 수는 1,005명이며 2017년 10월 말 기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性)·지역·연령별 가중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