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게 경상북도 봉화 일대에서 제련소를 운영한 기업이 있다. 과거 이 지역에는 100여 개가 넘는 비철금속 광산과 제련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 기업만 남아 있다. 지역 주변에는 마땅한 먹거리가 없고 상당수 주민들이 이 제련소에 취직해 살아간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환경 단체가 이 제련소의 중금속 배출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민들의 건강과 토양 오염에 대한 염려였지만, 나중에는 환경영향 재조사와 환피아(환경부+마피아) 유착 의혹 이야기까지 나왔다. 국내 아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영풍그룹의 봉화 석포제련소 이야기다.

▲ 영풍 석포 제련소 일대 위성 사진(출처=환경부)

누적된 ‘복합 오염’, 대책은 없나

환경단체들은 “석포제련소가 내뿜는 아황산가스와 아연ㆍ비소ㆍ카드뮴 등이 봉화 일대는 물론이고 안동댐 상류까지 오염시켰다”고 지적한다. 환경부가 지난 2015년과 2016년 석포제련소 일대 448 지점을 조사한 결과 64 지점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했다. 봉화군은 석포제련소를 상대로 “2018년 3월까지 제련소 내 원광석ㆍ폐기물(동 스파이스) 보관장 토양을 정화하라”고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점에 착안해 “영풍 제련소 측이 오염의 주범인 공장을 정화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석포 일대의 삼림 중 상당수가 붉게 물들어 고사해 있는 점도 문제시됐다. 환경단체들은 이 현상이 석포제련소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아무리 오랜 세월 동안 석포 일대의 사회ㆍ경제적 구조로 인한 ‘복합오염’이라고 하지만 제련소 측이 오랫동안 현실을 외면해 왔다”며 “모회사인 영풍이 환피아(환경부+마피아)까지 영입하며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부 조사 데이터는 어떠한가

지난해 환경부가 석포 일대를 조사한 결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다. 환경부 측은 “토양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한 땅 중 90%는 지질과 같은 자연 원인으로 인한 오염 지대였다”며 “제련소의 오염 기여도는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제련소 인근 부지 40만 제곱미터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농지의 배추ㆍ양파 등 37개 품목에 대한 납ㆍ카드뮴 영향 조사 결과 전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구역은 제련소 주변의 15개 폐광들이다. 여기서는 카드뮴ㆍ구리ㆍ아연 등의 중금속 6개 항목이 기준을 초과했다. 광물 찌꺼기가 오랫동안 쌓여 생성된 광미퇴적층도 심각한 수준이다. 안동댐 상류가 오염된 것도 같은 광미퇴적층이 주된 배경으로 보인다. 환경부 측은 “지하수 오염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제련소 하류에서 카드뮴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볼 때 봉화 일대에서 안동댐으로 광미퇴적물 등이 유입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일대 오염에 대해 추가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환경부는 올 연말부터 봉화 일대 재조사 작업에 착수하고 주민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자원경제학자인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영풍그룹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그 일대에서 영업을 하던 광업소ㆍ제련소가 모두 누적된 오염에 책임을 갖고 있다”며 “과연 단일 기업 혼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영풍그룹 측은 “환경부 재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며 “추후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