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 과다 책정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말 공모주 청약을 앞둔 진에어가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공모가 책정기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모회사를 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 코스피 상장 예정인 진에어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진에어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6800원~3만1800원이다. 공모 후 발행주식 총수는 3000만주로 밴드상단을 기준으로 한 예상 시가총액은 954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인 9300억원을 상회한다.

진에어가 금융위원회에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진에어는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2017년 예상실적(순이익 618억원) 기준 13.0~15.4배의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를 적용했다. 최고가 기준으로 경쟁사인 제주항공의 PER 13.7배 보다 높은 배수를 적용한 것이다. 제주항공 상장 당시 공모 규모는 1650억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772억원이었다.

진에어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400억 대비 21.5% 감소했다. 이는 하와이 등 장거리 노선을 포함한 국제선 실적이 부진한 탓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누적실적 격차 역시 3분기 기준 매출액 10% 이상 영업이익 8% 가량으로 전년 대비 더 늘어났다.

진에어의 높은 부채비율도 지적된다. 진에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7.9%로 제주항공(120.6%) 보다 월등히 높다. 올해 상반기부터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260%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편이다. 제주항공과 대비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재무여건 등이 뒤쳐진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벨류에이션을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LCC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의 IR자료에 포함된 경영성과 내용이 모두 제주항공보다 하회하고 있다”며 “홍콩, 싱가폴,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이 현재 공모가가 비싸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해당 공모가 상단가격으로 공모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모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진에어는 전체 1200만주의 공모주 가운데 900만주룰 구주매출한다. 연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칼의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한진칼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제주항공은 공모 물량의 3분의 2를 신주로 발행하며 자본력을 확대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자금의 상당수가 모회사로 흘러가는 구조를 놓고 비판이 일고 있다”며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으면 당연히 시장에서 조정을 받게되고 상장 이후 계속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 간다면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