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판교제로시티에서 16일부터 사흘간 ‘2017 판교자율주행모터쇼(PAMS 2017)’ 행사가 개최됐다. 이번 모터쇼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만으로 구성된 모터쇼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현재 기술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속도'가 아니라 '편의성'이라는 점에서 일반도로 상용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이번 자율주행모터쇼를 통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판교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단지를 조성해 사고제로, 탄소제로, 비용제로, 규제제로라는 목표로 자율주행차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을 한층 높여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선도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2017 판교 자율주행모터쇼가 16일 경기도 판교시에서 개막했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관련 업계는 자율주행차 실증단지 조성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자율주행차 관련 쟁점은 주로 자율주행차의 도로운행 임시허가와 같은 법 제도논의에 집중됐다. 지난해에 들어서는 자율주행차 시장 내 정부, 완성차 업체, 부품관련 업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기술 개발,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경쟁 업체와의 협업을 하는 등의 움직임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생산국의 경우, 자국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올해 예산안에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최근 연방정부는 자율주행차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주마다 달랐던 차량 시험규정이 통일했다고 한다.

영국은 무인자동차 시범 주행 프로젝트에 총 1000만파운드(약 146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일본은 올해 자율주행 차량의 도로 실증실험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산업은 IT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 Self-driving Car)는 운전자의 조작이나 개입 없이 자동차가 부분 또는 완전히 자동화 되어 설정된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하는 차를  말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 수준 발전을 토대로 자동운전 정도를 5단계로 정의했다. 국내외 주요 업체들은 5단계 중 2단계 기술인 전자식안정화컨트롤(ESCl)이나 크루즈 컨트롤, 자동 정차, 차선 인식 등을 상용화했다.  2020년까지 필요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량 양산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 자율주행기술 발전 6단계.출처=美 자동차기술학회

일반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국내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목표로 하는 것은 목적지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도달하는 것이다. 속도와는 별개라는 말이다.

구글 산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 웨이모(Waymo)는 지난 7일(현지시각) 안전요원 없는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운행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안전요원 없이 완전 주행 사례는 최초다.

▲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기술 완전 자율주행 수준에 이르렀다.출처=웨이모

웨이모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연구·개발하는 제조사 중 경쟁 선두 그룹 자리를 차지할지 관심이 모인다. 웨이모는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프로젝트로 지난 4월부터 피닉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행해 기술과 안전성 테스트를 했다.

▲ 2017 판교 자율주행모터쇼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전시됐다.사진=이코노믹리뷰 김현우 기자 2

존 크라프칙(John Krafcik) 웨이모 자율주행차사업보 최고경영자(CEO)는 "웨이모가 8년간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한 끝에 피닉스 시에서 완전 자율 운행을 성공했다"면서 "이번 사례는 일회성 시범 운행이 아니라 웨이모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웨이모가 선보인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4(고도 자동화)에 해당하며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행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비상시 대처까지 한다.

자율주행모터쇼에 등장한 자율주행차들은 대부분 시속 100km를 넘기지 않는다. 도로에서 운행할 경우 이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다. 기술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크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인식 기술은 지난 2012년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했다. 자율주행차가 인공지능과 연계하는 대목이다. 다만 도로 환경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술 수준은 발전해야 할 영역이 더 많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자율주행 산업박람회’에서 국내 무인자동차 로봇플랫폼 제조업체인 ‘언맨드솔루션(Unmanned Solution)’ 관계자와 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언맨드솔루션 관계자는 “언맨드솔루션은 자율주행차가 가속, 감속을 할 때, 조향기로 방향을 조종하는 등 제어 기술 영역에서 최고를 자부하는 회사다”면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세계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도달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익명의 관계자는 “현재 등장한 자율주행차는 다른 차량을 추월하지 않는다”면서 “운전자는 일반도로에서 상황에 따라 추월하고 양보하지만 자율주행차의 현재 목적은 속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나 버스 이용자들은 목적지에 편안하게 도착하는 것 외에도 빠르게 도착하는 것을 기대한다”면서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 등장하더라도 택시나 버스가 당장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운행하는 ‘알마(Arma)’라는 12인승 미니버스 자율주행셔틀이 운행 2시간 만에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과실이 상대 차량에 있지만 자율주행차 기술의 한계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검증과 성능 평가에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출처=웨이모

업계 관계자는 “오늘날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이 도로 환경을 인지하거나 운전하는 성능보다 뛰어나다”면서도 “공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면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술 관련 수많은 오류를 찾아내고 보완하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면서 “기술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신재 충북대 스마트카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자율주행차 사고는 자율주행 선도 기업들이 자율주행기술을 앞 다퉈 선보이는 가운데 충분한 기술 검증과 성능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예견된 사고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관련 평가 시나리오를 마련할 뿐 아니라 검증과 성능평가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물론 제조업체에서 수만 수천 번 실험을 했겠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빨리 선보이는 것 보다 안전을 위한 철저한 검토가 중요하다”면서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을 확산하기 위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 관련 법안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반도로에서도 일반 자동차와 함께 주행가능한 자율주행차는 충분한 검증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