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언어 번역기> PETER 지음, 흐름출판 펴냄

저자는 정밀전자와 소비재 대기업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한 회사원이었다. 그간 일하면서 느낀 기업의 전략과 현실의 괴리를 주제로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연재했고, 이를 스토리텔링 기업으로 개작해서 책으로 썼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전략기획과 영업을 담당하며 고속성장으로 이어진 사업도 있지만 실패와 관련된 경험도 많았다”면서 “조직의 실패는 꿈 많던 신입사원들을 젊은 나이에 커리어의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고, 나 역시 그 파장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며 책을 쓴 계기를 밝혔다.

이 책은 해산물 뷔페·피자·한우 등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전략기획팀으로 이직한 피터라는 가상의 상황과 인물을 설정하고, 그가 회사에서 겪는 일들을 극화하며 각 상황에 맞는 경영이론을 따로 설명해준다.

경영계획 수립 단계부터 실행과 점검, 인사 평가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전략 사이클에 따라 회사를 ‘관리’하려고 만든 제도와 절차들이 어떻게 조직을 동맥경화에 빠뜨리는지, 회사를 자신의 안전한 둥지로 만들려는 중간관리자들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최고경영자 주변에 인의 장막을 쳐서 정보를 왜곡하고 현장의 소리를 차단하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 관리해야 하는 요소들의 성과지표이며 인사평가의 기준이기도 하다. 피터는 회사의 경영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목표’란 무엇인지 고민한다. 대표는 정교한 KPI를 요구하면서 성취 또한 높기를 바란다. 이에 각 팀의 ‘눈치 보기’가 시작되고, 피터가 속한 전략기획팀과의 힘겨루기 또한 펼쳐진다.

저자는 이 상황을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무형의 가치에 대한 분명한 KPI 기준이 필요하고 특히 모든 부서를 관리하는 부서는 이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KPI로 설정하지 말아야 할 기준은 ▲이전에 하던 플랫폼의 단기 성과를 유지하는 목표 ▲당장 성과를 알 수 없는 목표 ▲과정상의 숫자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목표 ▲사실상 목표가 필요 없는 것에 세우는 목표 ▲전략 없이 모든 지표를 최고로 세팅한 목표 ▲답이 정해진 목표 ▲이유 없이 ‘빨리’ 해야 하는 목표 ▲몇 년째 복사하는 목표 등이다.

부서 간 상대평가를 하는 상황에서는 마감기한이 정확하게 지켜지기 어렵다. 서로 비교하면서 뒤처지지 않고 비슷하게 결과물을 내려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일할 시간은 사라진다는 점이다. 저자는 보여주기에 집중하느라 보고서만 넘쳐나고 진짜로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생각 없는 직원’과 ‘무능한 관리자’로 이루어진 조직이 변화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 글이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될 당시 많은 직장인이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   “외국 번역서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한국 회사만의 문제점을 잘 분석하고, 리더 위주의 경영서들과 달리 일반 직원들이 날마다 겪는 실무 현장의 차원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도 있었다. .

제목 <회사 언어 번역기>는 직원만이 아닌 최고경영자(CEO)에게도 해당하는 것으로, 책에 제시된 리얼한 상황을 통해 CEO는 조직 내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직원은 CEO를 설득할 경영의 언어를 얻을 수 있다. 부제는 ‘불신과 비효율을 자율과 창조로 바꾸는 경영의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