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중국 통합법인 출범식에 참석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뒷줄 왼쪽 네번째). 사진=하나은행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 취임후 비은행 부문 역량 강화 차원에서 중국투자를 확대해 왔다. 하나금융그룹이 중국에 투자한 기업마다 순이익은 늘었어도 순익에 지분평가손실 등을 합친 총포괄손익은 수백억원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하나금융그룹이 투자한 중국에서 이익보다 손실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그룹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국기업의 자회사가 생산한 마스크팩 등 제품을 김 회장의 아들이 한국에 설립했던 'A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그룹이 투자한 중국업체와 김 회장 일가사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본지는 이에 앞서 김 회장의 아들 김 모씨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인 박문규씨가 주주로 있는 에이제이의 물티슈도 판매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씨는 박 사외이사의 아들 박 모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모씨 지인인 K씨 제보에 따른 것이다. K씨는 "사석에서 박 모씨로부터 김정태회장과 아버지인 박문규 사외이사 관계를 들었다"며 "박 씨는 김 회장의 아들 김 모씨와 가깝다는 얘길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의사 결정에 아들 김 모씨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증언 내용이다.    

 하나은행과 긴밀한 관계인 중국 랑시그룹 `주목`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6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IPC(International Private Banking Center)를 오픈했다. 일반적으로 IPC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PB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 지점 센터는 중국기업의 국내 투자를 돕는 것이 주요 업무다. 센터 PB 직원 7명 중 6명이 중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측은 이에 대해 "앞서 하나은행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에 진출해 중국 랑시그룹의 아가방앤컴퍼니 인수 자문을 비롯, 녹지그룹 등 다수 중국기업의 한국진출을 자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IPC를 신설했던 것”이라면서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기업금융서비스를 비롯해 IPC라는 새로운 금융모델을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2015년 6월 하나금융그룹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가방빌딩에 중국 IPC 지점을 개설했다. 김정태 회장(왼쪽 다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실제로 중국의 랑시그룹이 자회사인 한국법인 라임패션코리아(현 랑시코리아)를 통해 지난 2014년 국내 아동복 업체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할 당시 하나은행은 인수자문 역할을 맡아 관계를 맺었다.

신동일 랑시그룹 회장과 친분이 있던 김 회장이 랑시그룹의 투자회사인 아가방앤컴퍼니를 추천해 인수자문을 성공시켰고, 하나은행 중국법인이 해외투자 과정을 도왔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中 랑시그룹 대주주인 북경랑자이에 410억 출자

한편, 하나은행은 올해 3월에도 아가방앤컴퍼니 M&A(인수합병)로 인연을 맺은 랑시그룹과 자본금 총 10억위안(1639억원)의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라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합작사를 설립한다.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는 랑시그룹이 지분 75%를 보유하는 한편, 하나은행은 2억5000만위안(410억원)을 출자, 지분 25%를 취득한 회사다. 하나은행은 이 출자회사의 사내이사 5명 가운데 1명을 선임할 권리를 갖고 합작사 내에서 금융자문·금융주선 업무를 맡는 한편 국내 PF 투자 건을 찾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어 올해 6월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의 유상증자에 참여, 약 1억위안(약 165억원)을 2차로 투자했다. 하나은행측은 “지난 6월 유상증자 참여는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와  설립 초기 합의한 사항으로 보유 지분율 25%를 맞추기 위한 투자 스케줄에 따른 것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랑시그룹은 자회사인 랑시홍콩을 통해 지난 2015년 12월 한국의 마스크팩 제조사인 L&P코스메틱에 600억원을 투자, 지분 10%를 확보했다. 랑시그룹은 L&P코스메틱 투자 당시 자회사인 중국의 사모펀드 ‘오로라 PE’를 통해 추가적인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오로라 PE는 랑시그룹을 비롯한 중국 상장기업들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창업 및 인수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사모펀드로, 2016년 3월 하나은행과 한·중 투자업무 협약을 맺은 바있다. 

▲ 중국 오로라 PE와의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은행장(오른쪽 세번째). 이 자리에는 (왼쪽부터)신상국 아가방앤컴퍼니 대표이사, 유제봉 하나은행 부행장, 옌샤오핑 오로라 PE 대표, 함 행장, 신동일 랑시그룹 회장, 신용산 VIP닷컴 한국법인장이 참석했다. 사진=하나은행

하나금융, 中 랑시그룹과 사업관계 깊어져 

랑시그룹이 투자한 한국의 L&P코스메틱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은 김 회장의 아들 김모씨가 설립한 A사가 운영 중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이다.

▲ A사의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L&P코스메틱의 메디힐 마스크팩 사진=A사 온라인쇼핑몰 갈무리

뿐만아니라 하나은행은 KEB하나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하기 직전인 지난 2015년 5월 7억5000만위안(약 1234억원, 지분율 25%)을 투입, 중국민생투자와 합작사인 중민국제 융자리스를 설립, 중국 리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2016년 8월에는 중국 재보험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민국제(CMIH)의 유상증자에 참여, 9.1%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은행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투자 진출과 비은행부문 수익성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하나은행 중국법인 재무제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적극적인 중국 투자... 순이익은 보이는데 총포괄이익 적자 왜?

그러나 설명에도 불구, 중국투자를 관할하는 하나은행 중국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총포괄이익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 해외진출 필요성 주장을 무색케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4년 12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중국법인이 설립된 이후 첫해인 2015년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3억7500만원이었다. 이듬해 2016년 통합 중국법인은 286억 6700만원으로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2017년 상반기에도 196억5100만원으로 흑자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이는 중국법인 직원들의 95% 이상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현지상황에 맞는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현지화 전략과 함께 외환업무를 주로 취급, 해외에 가장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했던 외환은행과의 통합시너지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실제 법인의 손익을 나타내주는 총포괄손익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KEB하나은행 중국법인은 당기순이익이 오르고 있음에도 총포괄손익(당기순이익+기타포괄이익)은 2015년 155억9700만원에서 2016년 마이너스 96억1300만원으로 적자로 반전했고 2017년 6월말 기준 마이너스 147억5400만원으로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노조 "합작사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 의문"..회계 전문가 "추가 손실 가능성" 

총포괄이익은 당기순이익과 기타포괄손익을 합산한 수치다. 기타포괄손익에는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익, 유형자산재평가손익과 함께 지분법자본변동이 포함된다. 지분법 자본변동은 지분법 투자주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산 손익분을 측정한 것이다.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기타포괄손익에는 여러 손익이 들어가지만 지분법자본변동에 따른 주식투자 및 평가 변동이 가장 크게 반영된다"면서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경우 기타포괄손익에 포함되는 투자 지분의 손실폭이 커 총포괄손익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계사는 “당기순이익이 196억인데 포괄손실이 147억원 났다면 미래에 343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주로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이 손실나는 경우 이런 재무수치가 기록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C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의 상장사 주식을 들고있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 시가가 100만원인 주식이 올해 5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지분법자본변동에 따라 기타포괄손익이 마이너스 50만원의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결국 하나은행 중국법인이 비은행부문 투자를 늘리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 취임 이후 중국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며 “지주사내 구성원들에게 제대로된 설명도 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합작사를 만들고 계속 돈을 넣고 있어 내부에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