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메드가 국내 바이오기업으로서는 최초로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시장에 뛰어들어 주목된다. CAR-T는 암에 걸린 환자의 유전자를 실험실 등에서 조작한 후 환자의 몸에 넣어 이들이 암을 공격하게 하는 최신 면역항암제다. 기술 확보가 워낙 어려운 탓에 전 세계적으로 CAR-T 치료제를 승인받은 제약사는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와 미국 길리어드(Gilead) 등 단 2곳뿐이다.
문제는 높은 가격.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는 1년 치료비만 47만5000달러(약 5억3200만원)이다. 그럼에도 치료가 어려운 재발성 또는 난치성 B세포 전구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중 83%(52명)가 완전관해에 도달할 정도로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여 시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완전관해란 질병 진단 당시에 있었던 모든 증세와 말초혈액이 정상으로 회복하고 골수에 있던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으로 줄어든 것을 말한다.
이제껏 해외 유수의 제약사 외에는 CAR-T 기술을 확보한 제약사가 별로 없었다. 특히 국내에서 CAR-T 치료제는 기초연구 수준에만 머물고 임상시험에 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바이로메드는 CAR-T 치료제의 전임상 단계(동물실험)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진입한 국내 바이오업체로 이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CAR-T 기술을 미국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에 이전하기도 했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연구개발총괄사장은 지난 16일 미래에셋대우가 주최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트랙킹 데이’에서 CAR-T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바이로메드의 주가는 4.41% 올랐다.
김선영 사장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생물공학 석사, 하버드대학교에서 분자유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분자유전학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하버드의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이로메드는 CAR-T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3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CAR-T 기술은 혈액 내에 있으면서 암 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를 분리해 여기에 특별한 유전자인 CAR를 넣어 이들이 특정 암들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먼저 CAR 유전자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암 항원을 인지하는 부위인 항체수용체, T세포에게 활성신호를 전달하는 신호부위,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스페이서(Spacer)를 잘 결합해 항원 인지율을 높이고 T세포의 살상 능력을 최대화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T세포로 CAR 유전자를 잘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벡터 생산 기술도 필요하다. 바이로메드는 임상용 레트로바이러스 생산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CAR 유전자가 탑재된 레트로바이러스를 전달해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세포 처리 기술(ex-vivo) 기술도 갖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고형암 또는 혈액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CAR 유전자 4개를 개발해 1개(VM801)은 지난 2015년 미국 블루버드(Bluebird)에 이전했다. 나머지 3개 중 1개는 전임상을 준비하고 있고(VM802), 2개(VM803, VM804)는 항암 세포살상 능력을 최대화한 유전자를 선별 중이다.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임상시험 3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CAR-T 치료제 임상에 들어간 회사는 미국 블루버드바이오, 주노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길리어드 사이언스, 벨리쿰 파마슈티컬스(Bellicum Pharmaceuticals), 프랑스 셀렉티스(Cellectis) 등 5개 업체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1996년 설립돼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신약 개발 전문 회사다. 임직원 수는 70명으로 이 중 연구개발 인력이 절반인 35명이다. 지난해 매출을 6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억원, 당기순이익은 5억원이다. 매출액의 259%인 176억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력 제품은 DNA 소재 치료제인 VM202다.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허혈성 궤양, 루게릭병, 허혈성 심장질환 등의 질환 치료를 목표로 임상시험 중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5~20%가 겪으며 심각한 통증이 특징인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PDPN)처럼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분야에서 기대를 모은다. PDPN의 60~70%나 되는 환자들은 현재 처방하는 진통제가 듣지 않는다. 이들 처방제 시장만 해도 3~4조원으로 규모가 크다. 바이로메드는 미국에서 VM202의 PDPN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