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바이로메드가 국내 바이오기업으로서는 최초로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cell) 시장에 뛰어들어 주목된다. CAR-T는 암에 걸린 환자의 유전자를 실험실 등에서 조작한 후 환자의 몸에 넣어 이들이 암을 공격하게 하는 최신 면역항암제다. 기술 확보가 워낙 어려운 탓에 전 세계적으로 CAR-T 치료제를 승인받은 제약사는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와 미국 길리어드(Gilead) 등 단 2곳뿐이다.

문제는 높은 가격.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는 1년 치료비만 47만5000달러(약 5억3200만원)이다. 그럼에도 치료가 어려운 재발성 또는 난치성 B세포 전구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중 83%(52명)가 완전관해에 도달할 정도로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여 시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완전관해란 질병 진단 당시에 있었던 모든 증세와 말초혈액이 정상으로 회복하고 골수에 있던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으로 줄어든 것을 말한다.

▲ 김선영 바이로메드연구개발총괄사장.출처=바이로메드

이제껏 해외 유수의 제약사 외에는 CAR-T 기술을 확보한 제약사가 별로 없었다. 특히 국내에서 CAR-T 치료제는 기초연구 수준에만 머물고 임상시험에 진입한 곳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바이로메드는 CAR-T 치료제의 전임상 단계(동물실험)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진입한 국내 바이오업체로 이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CAR-T 기술을 미국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에 이전하기도 했다. 김선영 바이로메드 연구개발총괄사장은 지난 16일 미래에셋대우가 주최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트랙킹 데이’에서 CAR-T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바이로메드의 주가는 4.41% 올랐다.

김선영 사장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생물공학 석사, 하버드대학교에서 분자유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분자유전학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하버드의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 CAR-T 치료제 원리.출처=바이로메드

바이로메드는 CAR-T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3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CAR-T 기술은 혈액 내에 있으면서 암 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를 분리해 여기에 특별한 유전자인 CAR를 넣어 이들이 특정 암들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먼저 CAR 유전자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암 항원을 인지하는 부위인 항체수용체, T세포에게 활성신호를 전달하는 신호부위,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스페이서(Spacer)를 잘 결합해 항원 인지율을 높이고 T세포의 살상 능력을 최대화해야 한다. 이에 더불어 T세포로 CAR 유전자를 잘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벡터 생산 기술도 필요하다. 바이로메드는 임상용 레트로바이러스 생산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CAR 유전자가 탑재된 레트로바이러스를 전달해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세포 처리 기술(ex-vivo) 기술도 갖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고형암 또는 혈액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CAR 유전자 4개를 개발해 1개(VM801)은 지난 2015년 미국 블루버드(Bluebird)에 이전했다. 나머지 3개 중 1개는 전임상을 준비하고 있고(VM802), 2개(VM803, VM804)는 항암 세포살상 능력을 최대화한 유전자를 선별 중이다.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임상시험 3개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바이로메드가 CAR-T 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한 직후 바이로메드의 주가가 올랐다.출처=구글

전 세계에서 CAR-T 치료제 임상에 들어간 회사는 미국 블루버드바이오, 주노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길리어드 사이언스, 벨리쿰 파마슈티컬스(Bellicum Pharmaceuticals), 프랑스 셀렉티스(Cellectis) 등 5개 업체다.

 바이로메드는 지난 1996년 설립돼 2005년 코스닥에 상장한 바이오신약 개발 전문 회사다. 임직원 수는 70명으로 이 중 연구개발 인력이 절반인 35명이다. 지난해 매출을 6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억원, 당기순이익은 5억원이다. 매출액의 259%인 176억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 바이로메드 파이프라인 현황.출처=바이로메드

주력 제품은 DNA 소재 치료제인 VM202다.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허혈성 궤양, 루게릭병, 허혈성 심장질환 등의 질환 치료를 목표로 임상시험 중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5~20%가 겪으며 심각한 통증이 특징인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PDPN)처럼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분야에서 기대를 모은다. PDPN의 60~70%나 되는 환자들은 현재 처방하는 진통제가 듣지 않는다. 이들 처방제 시장만 해도 3~4조원으로 규모가 크다. 바이로메드는 미국에서 VM202의 PDPN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