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6일 발표한 221명의 승진 임원인사에서는 앞으로 삼성전자의 행보를 보여줄 의미심장한 포인트가 여럿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 27명, 전무 60명, 상무 118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5명 등을 발탁했다.

1. 세대교체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의 정점을 예고했다.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위촉업무 변경 4명 등 총 14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하고 권오현-신종균-윤부근 체제에서 김기남-고동진-김현석 체제로 전환했다. 사장단의 평균연령은 55.9세며 부문장 평균연령도 57세다. 50대로 세대교체를 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윤주화(64) 삼성사회봉사단장을 비롯해 김종호(60) 글로벌품질혁신팀장, 이인용(60)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물론 장원기(62) 중국전략협력실장, 정칠희(60) 종합기술원장 등이 모두 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삼성의 50대 지도체제를 완성했다.

임원인사도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다. 부사장 승진자의 평균연령은 52.9세에 불과하며 부사장 이하 임원의 나이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꾸려졌다. 부사장 승진도 2017년 5월 11명에서 이번에는 27명으로 크게 늘렸다. 미래의 삼성을 책임질 수 있는 리더 후보군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승진 연한을 2년 이상 단축한 대발탁 대상자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바로 제임스 엘리엇 전무다. '국적을 따지지 않고 인물을 영입한다'는 기조에 따라 전격 박탈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메모리 마케팅 전문가로 전략적인 고객관리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메모리 최대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DS부문 구주총괄 반도체판매법인장인 더못 라이언 전무, 구주총괄 영국법인장인 하드리안 바우만 전무, 빅스비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공을 세운 디체쉬 샤 전무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제임스 엘리엇 전무, 더못 라이언 전무, 바우만 전무, 디체쉬 샤 전무.출처=삼성전자

세대교체의 분위기가 빨라지며 삼성전자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리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인용 사장 용퇴로 공석이 된 홍보총괄 자리에 백수현 부사장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1963년 서울대를 졸업한 그는 SBS 기자를 거쳐 201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이번에 승진한 김남용 전무, 서동면 전무와 함께 합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서동면 전무는 삼성병원으로 복귀하고 김남용 전무가 백수현 부사장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 김주년 상무. 출처=삼성전자

2. 고졸신화, 영원한 삼성맨, 여성임원

221명의 승진자 중 김주년 전무의 고졸신화도 눈길을 끈다. 1986년 고졸 제조직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자랑스러운 삼성인 2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으며 입사 후 25년만에 상무, 6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애니콜 브랜드 신화의 주역으로도 꼽힌다.

이돈태 부사장도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익대를 거쳐 애플의 조너던 아이브가 세운 영국 탠저린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그는 1993년 삼성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후원하는 ‘삼성디자인멤버십’ 프로그램에 1기에 참여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삼성의 디자인 본능을 채워줄 인사로 평가받는다.

여성임원은 7명이다. DS부문에서 3명을 배출했으며 김승리 상무, 이금주 상무, 이정자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 정혜순 상무와 양혜순 상무, 정지은 상무다. 퀀텀닷 전문가인 장은주 펠로우,  파운드리 공정 전문가 유리 마스오카 마스터, 퀀텀닷 컬리필터 소재 개발 전문가인 전신애 마스터를 더하면 총 10명이다. 전체 승진자 중 4.5% 비율이다.

▲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김승리 사무, 이금주 상무, 이정자 상무, 정혜순 상무, 양혜순 상무, (아래 왼쪽) 정지은 상무, 장은주 펠로우, 유리 마스오카 마스터, 전신애 마스터.출처=삼성전자

3. 성과기반

DS부문에서 무려 99명의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 2017년 5월 41명이었으나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최대한 활용하며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에 육박하는 성적을 내는 등 DS부문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인사원칙인 신상필벌의 확고한 원칙이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도 DS에서 7명의 사장 승진자 중 4명을 배출했다. 진교영 메모리 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이며 반도체 부문에서 한꺼번에 4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 깜짝인사는 없었다...사업지원TF 눈길

이번 임원인사에서 제임스 엘리엇 전무가 대발탁 대상이 되기는 했으나, 냉정하게 살피면 이례적인 깜짝발표는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221명의 대규모 임원인사가 이뤄졌으나 지난해 정상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오히려 이번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가 리스크를 노출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수감, 미래전략실 부재 등으로 콘트롤 타워가 없었기 때문에 사장단 인사 후 임원인사가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미니 미래전략실 역할을 맡을 사업지원TF의 존재감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해 50대로 꾸려진 삼성전자 사장단을 지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이 이번 인사에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업지원TF는 각 계열사의 업무를 유기적으로 돕는 조직이지만 사실상 미전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관심은 사업지원TF의 인적구성이다. 기존 미전실을 경험한 인사들이 대거 포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임원인사 승진자 중 8명이 미전실 출신이다. 이왕익 부사장과 김기원, 김남용, 서동면, 김상규, 임성택, 장성재, 주창훈 전무다.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 중 전무급 이하 미전실 출신임원은 총 24명이며 여기에서 8명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지원TF가 가동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나아가 계열사 인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