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얼마나 약을 잘 복용하는지를 나타내는 말인 복약순응도는 질병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정신질환처럼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환은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떨어지기 쉽다. 환자가 약을 제 시간에 복용하는지 실제로 관찰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올리려는 노력이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계속돼 왔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최근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봤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4일(현지시각) 일본의 오츠카제약과 미국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Proteus Digital Health)의 디지털의약품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전 세계 디지털의약품 1호가 됐다.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는 헬리우스(Helius)라는 스마트필을 개발한 회사다. 스마트필은 먹을 수 있는 센서를 약물에 탑재한 것이다. 헬리우스는 지난 2012년 7월 FDA의 승인을 받았다. 

아빌리파이(주성분 아리피프라졸)은 오츠카제약이 개발한 정신병 치료제로서 도파민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여기에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의 최신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제품에 IEM(Ingestible Event Marker)라는 센서가 내장된 오츠카의 경구용 아리피프라졸 정제로 의약품과 센서를 합쳤다. 

IEM센서는 모래알 크기로 알약 안에 들어있다가 위액과 접촉했을 때 활성화한다. 센서는 이후 마이사이트패치라고 하는 환자가 착용하는 센서와 통신한 뒤 소화돼 몸 밖으로 배출된다.

전체 구성품은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 프로테우스에 의해 개발된 마이사이트 패치, 환자들을 위한 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인 마이사이트 앱(APP), 의료인과 간병인들이 아리피프라졸 복용을 추적할 수 있는 웹 기반 포털 등이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성인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 조울증 치료제와 주요 우울장애의 보조 요법제 등으로 승인받았다. 그러나 치매 관련 정신질환 환자나 소아 환자의 사용은 허가받지 않았다.

▲ 아빌리파이.출처=오츠카제약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로 얻은 자료를 통해 환자와 의사 간 소통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 케인 미국 주커힐사이드(Zucker Hillside) 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의약품인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의 승인은 심각한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혁신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를 통해 환자에게 맞춤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고 약물 치료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히구치 타츠오 오츠카 제약 대표이사는 “약물 섭취를 측정하는 문제를 해결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빌리파이 시스템의 출시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피드백을 받고 단계를 밟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톰슨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 최고경영자는 “일반 소비자는 이미 그들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은행업무를 보고, 쇼핑한다”면서 “이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도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약물을 선보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오츠카는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가 환자의 약물 섭취를 추적하지만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높이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탐지가 늦어지거나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에 약물을 추적하는 용도로 쓰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