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배임죄로 기소된 조선업체 SPP그룹 사건과 관련, 기업집단내 계열회사간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 판단하에 재량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를 처벌할 수 없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합리적 경영판단하에 재량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계열회사간 지원행위는 배임죄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조선업 관련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SPP그룹 이낙영 전 회장(56) 및 회계 책임자들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계열회사가 자금난에 빠지자 다른 계열회사들을 동원해 여러 방법의 지원행위를 한 것과 관련, 이들을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해 있어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여기서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재판부는 “문제된 계열회사 사이의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이러한 행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은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계열사인 SPP머신텍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계열사인 SPP해양조선 소유 자금 261억원을 무단으로 인출해 채권자의 주식을 매수하는 데 사용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로 기소됐다.

그는 또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계열사인 SPP조선이 선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가 63억원 상당의 고철 1만3000여t을 다른 계열사인 SPP율촌에너지가 무단으로 사용하게 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도 받았다.

여기에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SPP조선의 자금 1천273억원을 사용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던 다른 계열사들의 자재를 구매하고, SPP조선에서 발생한 시가 176억원의 고철을 다른 계열사에 넘겨 회사자금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한 혐의(특경법상 배임) 등도 받았다.

1심은 계열사 지원행위가 정당한 경영상 판단에 해당한다며 배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계열사 자금을 무단으로 횡령한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해 징역 3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은 횡령 혐의는 물론 계열사 지원행위도 정당한 경영상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그룹을 비교적 건실하게 운영했고, 진지하게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된 점을 들어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