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1조 2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고금리 대출에 저금리 예금의 예대금리차로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3분기 중 영업실적 (잠정)’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1조 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5조 5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는 지난 2011년 기록한 3분기 누적 순이익 13조원 이후 6년만에 최고 실적이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총이익은 올 3분기까지 33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조 3000억원)보다 3조 5000억원 늘었다. 여기서 판매비와 관리비(15조 6000억원), 충당금전입(4조 3000억원)을 뺀 영업이익(13조 9000억원)에 영업외손익(6000억원)을 더한 후 법인세비용(3조 3000억원)을 빼면 올 3분기까지 순이익은 11조 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 최근 5년간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은행권 이자이익 전년 동기대비 2조 1000억 증가

은행권의 호실적은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했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27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조 5000억원) 대비 2조 1000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늘어난 가운데 순이자마진(NIM)이 전년 동기보다 0.12%포인트 늘어났기 때문이다.

3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1.66%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분기 1.55%, 2분기 1.56%, 3분기 1.54%, 4분기 1.55%로 큰 변동폭을 보이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1분기 1.58%, 2분기 1.63%, 3분기 1.66%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자산을 운용해 만들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 이익의 핵심 지표다. 예대금리차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주를 이루며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나온 이자도 포함된다. 순이자마진이 커질수록 은행 수익은 커지지만 고객 예금은 저금리로, 대출은 고금리로 받는 예대금리차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한다.

▲ 최근 3년간 국내은행 순이자마진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 최근 3년간 국내은행 예대금리차이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은행권 예대금리차 3분기 2.06%…2015년 1분기 이후 2년 반만에 2%대 복귀

3분기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3%포인트 늘어났다. 예대금리차는 지난 2분기 2.03%를 기록한 이후 3분기 2.06%로 그 폭이 늘어나며 2015년 1분기 2.03% 이후 약 2년 반만에 2%대로 복귀했다.

은행들의 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1분기 3.36%, 2분기 3.30%, 3분기 3.21%, 4분기 3.17%로 계속해서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1분기 3.20%, 2분기 3.21%, 3분기 3.24%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예금 금리인 예수 평균 금리는 지난해 연중 1.31%에서 올 1분기 1.21%, 2분기 1.19%, 3분기 1.18%로 꾸준히 떨어졌다.

김성하 금융감독원 일반은행국 선임은 “은행이 저원가성예금 비중을 늘리면서 은행의 이자비용은 3분기까지 계속해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대출금리 등 시장금리는 지속적으로 올라가 이자수익은 상승했다”면서 “이 때문에 은행 순이자마진 추이는 올해 1분기부터 완만한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근 3년간 국내은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비이자이익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다. 수수료, 신탁 관련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증가 한 1조 3000억원, 3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수익성 지표 ROA∙ROE 1분기부터 하락세…미국∙중국의 절반 수준 불과

은행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52%,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6.6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09%포인트와 1.28%포인트 상승했다. ROA와 ROE는 은행이 총자산과 자기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국내은행의 ROA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대를 유지하며 견실한 수익을 기록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절반 이상 떨어져 지난해에는 0.11%로 최악의 수익성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들어 1분기 ROA는 0.79%로 큰 폭으로 개선되는 듯 했지만 2분기 0.62%, 3분기 0.52%로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은행의 ROE 역시 ROA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지난해 1.37%에서 올 1분기 10.15%로 큰 폭 상승했지만 2분기 7.82%, 3분기 6.68%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2003년 이후 국내은행의 연도별 ROA·ROE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이는 세계 주요국 은행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00대 은행 평균 ROA는 1.38%, ROE는 15.54%로 국내 은행의 2배를 넘었다. 중국 100대 은행 평균 ROA와 ROE 역시 1.18%과 17.17%로 국내 은행의 두 배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국내 은행보다 미국과 중국 은행이 주어진 자산과 자본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유가증권 등 은행이 투자해 얻은 수익은 올해와 지난해 모두 3분기 누적 2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달리 개선된 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이신영 KDB리서치 미래전략개발부 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은 세계 주요국 대비 열위”라면서 “수익성 저하가 글로벌 은행 산업의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경우 수익성 개선과 자본적정성 제고를 통해 성장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의 한 중견직원은 "산업계가 세계화를 얘기한지 벌써 3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금융업계는 국내영업에 올인하면서 예대마진율에 의존하는 경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사상 최대이익 잔치를 벌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특수은행의 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000억원 순손실을 냈던 특수은행은 올 3분기까지 3조 8000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