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적폐청산 작업이 한창이다. 그 대상 분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듯하다. 말 그대로 전방위 개혁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비정상의 정상화, 선진화, 혁신, 정의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개혁에 착수했으나 결국 용두사미로 그쳤다. 현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대변되는 국민의 개혁 열망을 안고 태어난 정권이기 때문에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분야 중에서 `금융 적폐`는 청산 대상에서 빠져 있는 느낌이다. 지배구조, 인사시스템, 영업, 감독 등 어느 한 곳도 손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적폐가 쌓여있는 분야가 금융분야 임에도 말이다.

금융지주의 회장을 선임하고 경영을 감시하는 사외이사 제도는 금융당국의 비호아래 주인 없는 금융지주의 기득권 회장 장기집권 및 사유화에 활용되어 왔고 경영감시는커녕 지주회장의 충실한 거수기(Rubber-stamp)역할하기에 바빴으며, 현재도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자나 관심 없는 자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다.

고금리사채업자로 변질된 한국 금융...사채업자 더 나은  면도

금융업을 서비스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금융은 고객의 효용 즉 Consumer Utility를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도 함께 이윤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숙박업이나 음식업이 고객만족과 고객 효용 증진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원리와 똑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현대적인 의미의 금융업이 도입된 이후 한번도 진화된 적이 없이 금융기관의 고리대금업화·사채업자화를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리스크는 절대로 제로(0) 퍼센트이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물적담보 및 인적담보는 충분히 잡으려 하고 물적 담보도 법적으로 깨끗하고 현금화도 곧바로 되는 것을 담보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안전에 또 안전을 위해 가치의 일부분만 담보로 잡아준다. 그런 부분은 차라리 사채업자가 더 Risk-taking attitude(위험 감수 태도)를 보인다 할 정도다.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만기 회수로 협박하며 최대한 이자율을 높이고 만기 연장은 최대한 짧게 해준다. 그래야 금방 또 이자율을 높이든지 회수해 없는 리스크조차 줄일 수 있으니까. 즉, 을에게는 갑질의 최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사정이 좋은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비굴할 정도의 저자세 영업이 전략이다. 즉, 갑에게는 `자발적 을질`의 극대화 전략이다. 선진국에서 신용등급체계(Credit rating system)에 따라 과거의 신용기록과 현재의 신용유지에 의한 품격 있는 신뢰기반 금융에는 아예 관심도 없다. 이대로가 너무나 좋다. 그 동안 그렇게 해서 잘 먹고 잘 살았고 설사 어려워지더라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기 때문이라고 핑계되면 그만이다.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다 복구해 줄 것이기 때문에 믿는 구석도 있다. 시장경제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최고의 천국업종이다.

금융을 인허가로 전략시킨 금융당국...반관반민 금융감독원 적폐 온상

금융적폐의 또 다른 축으로 금융당국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은 정부의 인허가사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 및 등록제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인허가제도와 다를 바 없다. Entry barrier(진입장벽)가 가장 강한 업종이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수신을 받아서 운용하는 금융기관은 공익성이 강해서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한다. 또한 금융자본의 사유화를 방지한다는 명분의 금산분리원칙에 의거해 산업자본이 소유하는 것도 막고 있다. 그래서 주인 없는 금융기관이 대부분이다.

또한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신을 받는 금융기관의 경우 예금자보호라는 명분으로 금융기관은 파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IMF사태 때 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해, 또는 정부의 칼에 의해 구조조정 당해 파산한 기업이 수없이 많았어도 금융기관은 국민의 혈세로 대부분 합병이나 증자를 통해 대부분 구제된 예를 보면 알 것이다.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오래된 우리나라 금융적폐의 관행이다.

따라서 마치 걱정 많은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대하듯, 간섭하고 지도 편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품도 사전에 검증받아야 하고, 리스크 관리도 알아서 할 수가 없다. 법으로 규제하고 법으로 안 되는 것은 각종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한다. 아이는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공부하는 것, 노는 것, 친구사귀는 것, 학원 다니는 것도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런 아이에게 창의력이 있을 수 없듯,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창의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감독당국이 알아서 다 미리 정해주고 가이드 해주니까, 하라는 대로 하는지 안하는지는 금융감독원이 무섭게 감독한다.

반민반관 조직인 금융감독원은 관료보직보다 더 관료화 된 건 오래된 얘기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무슨 선진 금융기법이 나오고 창의적인 금융상품이 나오겠는가. 금융적폐의 책임을 금융기관에게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적폐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로 되어 있다.

부패나 비리의 적폐는 시스템의 가동 의지에 따라 비교적 적발하기도 청산하기도 쉽다. 부패나 비리는 현행법이나 제도상 엄연한 위법행위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패나 비리는 감독시스템으로 적발하고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관행적 적폐는 법적으로는 위법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고 은밀히 공모하여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경우가 많아 찾아내기도 어렵고 처벌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진정한 적폐청산은 부패나 비리처럼 명백한 적폐뿐만 아니고 관행으로 행해지는 적폐를 철저히 수집하고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불거진 금융기관의 신입직원 불법채용처럼 두더지게임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나 때려잡는 방식은 장기적인 효과도 없을뿐더러 풍선효과를 낳아 또 다른 적폐를 쌓을 뿐이다. 금융적폐의 대상은 금융기관 뿐 아니고 감독당국도 포함되고, 금융적폐는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와 불량채무자 회생문제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영역이므로 정부의 자체 적폐청산TF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제3의 객관적인 위원회나 임시기구를 설치하고 권한을 부여하여 체계적으로 발굴, 시정하고 평가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일이다.

김석중 금융전문기자는 미국 퍼듀대(박사)를 나와 한국리스산업협회, 여신금융협회등에서 리스, 캐피탈, 신용카드등 여신전문 금융분야를 연구해왔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신용카드본부장(상무)를 역임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경제조사본부장(상무)를 지내기도 했다. 헤럴드미디어그룹에서 경영담당 전무를 역임, 언론계와 인연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