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편

#예쁘고 비싼 다이슨 판타지를 품게 되는 브랜드가 있다. 라이카가 내겐 이런 존재다. 다이슨 역시 그런 회사고. 날개 없는 선풍기와 무선 청소기로 유명한. 이 영국 브랜드 물건은 예쁘고 비싸다.

판타지는 대개 그 대상을 자세히 알지 못할 때 증폭된다. 다이슨에 대해 생각하자 깨달은 사실 하나. 그간 다이슨을 너무 몰랐단 거다. 다이슨 그 이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 사진=노연주 기자

#혁신의 다이슨 괜히 다이슨 공부를 시작한다. 문을 연 지 20년이 지난 회사다. 본사는 영국 남부 일트셔주 맘스베리에 있다. 돈도 잘 벌어들인다. 지난해 3조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니. 75개국에 물건을 팔고 있으며 직원은 8500명이 넘는다.

창업자 이름이 다이슨이다.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 영국 왕립예술대학(London’s Royal College of Art)을 나온 디자이너 출신이다. 창업자이자 발명가이자 기술자인 다재다능한 인물.

다이슨은 젊은 시절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란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 끊임없이 시제품을 제작한 그다. 무려 5127개를 만든 끝에 세계 최초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DC01을 선보였다. 그때가 1993년이다. DC01은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진공청소기 시장 판매 1위에 오른다.

‘일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자!’ 다이슨이 내세우는 기업철학이다. 기술과 혁신은 짝패 아니던가. 다이슨은 혁신기업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돈이 매주 100억원이 넘는다. 다이슨에 대해 알수록 환상이 깊어지는 느낌이랄까.

▲ 사진=노연주 기자

#경이로운 기계 텍스트로 브랜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한계가 따를 수밖에. 제대로 알고 싶다면 직접 그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봐야 하지 않겠나. 다이슨을 내가 가질 순 없을까. 검색된 상품 가격을 확인하고 실망한다. ‘비싸.’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갑자기 눈에 박힌 제품이다. 다들 가지고 싶어하는 구멍 뚫린 드라이기다.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물건이다.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기계. 매카닉 마니아든 까탈스런 디자이너든 열광할 물건. 이런 느낌?

“1960년대 이후 헤어드라이어 디자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아직까지도 무겁고 큰 모터를 헤드에 탑재하고 있죠. 다이슨 슈퍼소닉은 다릅니다. 새로운 개념의 헤어드라이어입니다. 다이슨 슈퍼소닉에는 강력한 소형 디지털 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들어있어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제임스 다이슨이 그랬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162만5500m의 도전 드라이기 하나 만들겠다고 엔지니어 103명이 달라붙었다. 700억원 넘는 연구개발비를 들여 600개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완성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모발량이 162만5500m에 이른다.

슈퍼소닉엔 다이슨 디지털 모터 V9이 탑재된다. 빠르고 가볍고 작은 모터다. 분당 11만번 회전하면서 바람을 뿜어댄다. 여기에 날개 없는 선풍기와 같은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이 들어간다. 공기 흐름을 증폭시켜 강력한 고압 제트기류를 생성한다.

슈퍼소닉은 똑똑한 기계다. 열을 제어해 모발 손상을 막는다. 윤기는 살린다. 이런 매커니즘이다. 유리알 열감지기가 초당 20차례 바람 온도를 측정한다. 그 정보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받아 온도를 일정하게 제어해 모발에 과도한 열이 전해지지 않도록 막는다.

▲ 사진=노연주 기자

#내가 다이슨을? 결국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자취방에 들였다. 결국 내 물건이 되고 말았다. 패키지부터가 애플 제품 뺨친다. 다른 드라이기에서 느껴보지 못한 퀄리티와 감성, 그리고 가격.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내가 다이슨을?

머리도 안 감았으면서 슈퍼소닉을 작동시켜본다. 소리에 놀란다.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가 내는 소리는 우아하다.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판타지를 충족하는 사운드. 그 자리에서 한참을 들었다. 망치처럼 생긴 본체에 헤드 부속품을 하나씩 결합해본다. 자석 타입이라 교체가 쉽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몇몇 장점은 확실히 알겠다. 버튼 조작이 직관적이다. 건조 시간이 빠르다. 본체가 가벼워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500g대인데 무게 중심이 손잡이에 있으니 더욱 가벼운 느낌. 보드라운 머릿결은 덤이다. 대부분은 내 물이 되면 판타지가 깨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이슨 판타지의 유효기한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사치와 감성 사이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자취방 월세살이 하면서 다이슨이라니. 대개 이런 생각에 자취방에 쓰는 돈을 아껴왔다. 청소기, 다리미, 드라이기, 면도기처럼 자취방 라이프를 함께하는 물건엔 인색했다. 차라리 보여지는 부분에 쓰면 썼지.

이젠 생각이 다르다. 일상에서 좋은 기계를 꾸준히 사용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깨달은 탓이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 쓰는 물건이 아닌, 감성으로 사용하는 물건!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는 그런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