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입니다. 창립 1주년이 지난 현재 서서히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 사례가 카풀 서비스 앱 풀러스 논란입니다. 유연근무제 도입 등의 이유로 법령을 확대해석한 풀러스가 영업시간을 늘리는 강수를 두자 서울시가 고발했고, 여기에서 포럼은 8일 성명을 통해 "고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서울시가 고발한 것은 자의적이고 과도한 법령 해석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부담감으로 스타트업의 사업 의지를 꺾는 행위이다"고 비판했습니다.

풀러스는 의장사인 배달의민족 바로 아래인 운영위원사에서 야놀자, 비네이티브, 이음, 한국NFC, 테크앤로와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실 포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일단 포용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범위가 좁아요. 나아가 결정적으로 시작부터 인터넷 기업의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불리는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대목입니다. 사무실도 같은 건물이며, 포럼의 사무처 업무도 인기협 출신 인사들이 맡고 있어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거대 ICT 기업의 지원을 받는 인기협에게 어쩌면 '을'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느낌? 지난해 포럼 발대식에 등장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존재감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물론 현실의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압니다. 당장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명확한 플랫폼을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정할 수 있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비록 완전체가 아니지만,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는 반드시 필요한 곳입니다.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목소리를 내다
최근 네이버와 구글 코리아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국정감사에서 자사에 쏟아지는 비판에 해명하는 한편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꺼냈기 때문입니다.

이해진 창업주는 구글 코리아가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으며 고용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어요. 그러자 구글 코리아가 발끈했습니다. 별도의 자료를 통해 세금 '제대로' 내고 있으며 고용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이슈는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로 수렴됐고, 네이버는 웃었으며, 전선은 확장됐습니다. 네이버는 재차 자료를 발표하며 '떳떳하면 모든 것을 공개해라'고 나섰습니다. 구글 코리아는 침묵하고 있고요. 이제야 눈치챘나요? 구글 코리아는 네이버 의제전환전술에도 일정정도 맞장구를 쳤다는 것을.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그리고 14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나섰습니다. 성명을 통해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어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구글 등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역차별 이슈에 스타트업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외국기업의 국내 경제활동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매출과 수익, 이에 따른 세금 납부, 고용, 사회공헌 등 경영정보가 밝혀져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기협과 포럼의 상관관계, 나아가 네이버로부터 350억원의 투자를 받고 김상헌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받아들인 포럼의 의장사 배달의민족까지 해석하면 너무 멀리가는 생각일겁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국내 스타트업이 네이버와 구글 코리아의 전쟁에서 적극 네이버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대목입니다. '차별'이라는 이슈를 꺼낸다면 스타트업도 국내 ICT 대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에게 할 말이 많을텐데요.

포럼은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했지만, 모든 역차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뜻입니다. 좋습니다. 이 문제는 의심하면 의심할수록, 삐딱하게 보면 한없이 삐딱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갈음하겠습니다.

▲ 지난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발대식에 참석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글로벌 기업의 핵심 유한회사...답이 나올까?

지난 10월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에서 의미있는 이정표가 세워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9월28일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지난달 12일 정부종합청사에서 2017 회계개혁 테스크포스 1차 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감법의 핵심은 소위 스텔스 회사로 불리는 유한회사의 정보공개 여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걸리지만, 이 법안이 탄력을 받으면 그 동안 유한회사로 할동했던 애플 코리아, 구글 코리아 등은 외부감사를 받을 전망입니다. 네이버가 들으면 매우 기뻐할 소식입니다. 또 네이버 등과 보폭을 맞추고 있는 포럼도 환영할만한 소식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대목이 보입니다. 외감법이 통과되면 유한회사도 일정정도 자사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며, 역차별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네이버가 기뻐할 수 있어요. 그런데 포럼도 기뻐해야 할까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사를 봤습니다. 알지피코리아가 정회원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요.

▲ 출처=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갈무리

알지피코리아는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의 한국 네트워크입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푸드플라이를 인수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며 실적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왜? 알지피코리아는 유한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포럼은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유한회사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키고 있는데, 정회원인 알지피코리아는 유한회사네요.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알지피코리아의 요기요와 배달통 실적은 어떻게 될까?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 6월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직후 1조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놀라움을 안겼어요. 40개 이상의 나라에 진출해 각 지역에서 6000명의 임직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장했으면 그 즉시 기업공개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역별 매출. 지금도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PDF 자료를 내려받아 살폈습니다. 한국에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출이 1525만9000유로(약 199억원)로 나와있네요.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기준 총 매출 848억5000만원입니다. 이를 4등분할 경우 약 212억원이 되는 것을 고려하면 요기요와 배달통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출처. 딜리버리 히어로 갈무리

업계의 추정이지만 요기요와 배달통의 영업이익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수수료를 받고있기 때문입니다. 바로결제로 주문이 들어오면 건당 15%가 넘는 수수료를 받습니다. 심지어 네이버와 포럼이 집중하는 대목. 일종의 국부유출의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네이버의 자료와, 포럼의 성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공통된 키워드는 '세금'이잖아요? 알지피코리아는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을까요?

물론 알지피코리아는 스스로를 '외국계 기업'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조는 외국계 기업으로 볼 수 있으나 유한회사가 곧 외국계 기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알지피코리아는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으며, 요기요와 배달통은 매우 중요한 국내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다만 포럼의 최근 행보를 고려하면, 디테일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뉘앙스가 풍깁니다.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현재 국내 ICT 업계의 방향성은 한 마디로 '묘하게' 돌아간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누가 잘못했다, 누구의 과실이 더 크다 등등의 문제를 시시콜콜하게 지적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하고, 뚜렷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한 담론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실제 스타트업들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디테일한 부분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요. 거대 담론에 집중하기에는 처해있는 상황도 불분명하고 확실한 입장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더 많은 스타트업을 품고, 어렵겠지만 조금씩 작은 스타트업의 이슈와 문제부터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포럼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에 없어서는 않되는 매우 중요한 플랫폼입니다. 그 어려운 길에 기꺼이, 자신의 생업인 사업이 있음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영웅들을 위해 드리는 고언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