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분기와 3분기 동안 신흥 시장의 주식과 채권형 펀드에 물 붓 듯 돈을 쏟아 부었던 투자자들이 4분기 들어 수도 꼭지를 잠근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펀드 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신흥 시장의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순자금(유출 자금-유입자금)의 규모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주(週)당 평균 19억 달러(2조 1300억원)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10월 첫주 들어 10억 달러로 떨어지더니 11월 8일까지 연속 3주 동안 제로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최근 주간은, 처음 순유출을 기록한 지난 8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 조사업체인 씨엠씨 마켓(CMC Markets)의 시장 전략가 마이클 매카시는 “신흥 시장 간에 큰 교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EPFR은 인도의 투자 펀드에는 가장 최근 주에 지난 3개월 만에 가장 큰 자금이 유입되었지만, 한국의 투자펀드에는 지난 4 주 동안 6억 달러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매카시 전략가는 “인도에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현금 사용을 줄이고 판매세를 간소화하기 위한 인도 정부의 노력이 경제를 개혁시킬 것이라는 ‘호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금융권에서는 아직 한국이 신흥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은 경우가 좀 다르다. 노무라 증권의 아시아지역 담당 연구원 짐 매카퍼티는 한국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있는 곳이어서 주식 시장의 주가수익률(price-to-earnings multiple)은 인도네시아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인도네시아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돼있고 지배 구조도 한국보다 훨씬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시장이 역사적 저금리를 고수하고 2016년 말까지 치솟던 달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신흥 시장은 이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에게 황금 어장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오는 12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화 하면서 최근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뚝 덜어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은 유럽 중앙은행이 이에 가세한다 하더라도,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채무 재조정을 선언한 남미의 베네수엘라, 총리 사임 사태를 겪고 있는 레바논, 수 십 명의 기업가, 장관, 왕족들이 부패 혐의로 체포된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신흥 시장은 위험 요인이 높아졌다.
EPFR에 따르면 올 들어 2010년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순유입을 기록한 남미의 투자 펀드들은 소매 투자자들의 순환매(net redemptions)로 가장 최근 주에 4개월 만에 최대 순유출을 나타냈다.
반면, 오히려 주식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메이저 시장으로 돈이 유입되고 있다. EPFR에 따르면 유럽의 주식형 펀드 순유입액은 가장 최근 주에 3개월 반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선진국 시장 펀드에도 1450억 달러(162조원) 이상의 돈이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