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광군제'를 기점으로 사드 해빙 조짐이 보임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인 겨냥 마케팅에 돌입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DB

지난 11일 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에서 우리나라 배우 전지현이 등장했다. 지난 3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한국 배우가 광고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업계에서는 광군제 광고를 위한 전지현의 재등장을 기점으로 사실상 사드 그림자가 걷혔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매출액은 1682억 위안(한화 약 28조5900억원)으로 지난해 1207억 위안(한화 약 20조5000억원)보다 39.3%나 증가했다.

실제로도 이번 광군제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만족할 만 한 실적에 모처럼 내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쇼핑몰의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이 2배 이상 오르는 등 괄목할 만 한 결과를 냈다”면서 “빨라야 내년 초에나 풀릴 것으로 예상됐던 한한령이 광군제를 기점으로 해소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광군제 행사기간(5일~11일) 동안 중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1%(온라인 15%, 오프라인 10%) 올랐다. 신라인터넷면세점 중문몰도 광군제 기간(1일∼11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증가했다. 갤러리아 중문 온라인면세점의 매출은 전년대비 10%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직구 전문사이트 글로벌H몰은 지난 1∼10일 매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96% 늘었다. G마켓 글로벌샵(영문샵+중문샵)도 광군제 프로모션 기간(1∼9일) 전년 대비 매출증가율이 106%에 달했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11일 하루 동안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 4억5600만 위안(약 7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39%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이랜드의 모직 더플코트로 24억 원어치가 팔렸다.

K뷰티의 선두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모처럼 함박웃음이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0일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했는데, 마몽드는 10일도 채 되지 않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배의 매출을 올렸다.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예약판매 개시 20일이 되기도 전에 약 100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올해 광군제 기간에 티몰닷컴에서 지난해 대비 53% 성장한 약 3.87억위안(한화 약 651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티몰에서의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광군제 때보다 68% 많았다. 한방화장품 ‘후’ 브랜드의 천기단 화현세트는 지난해보다 160% 늘어난 3만1000개가 팔렸다.

중국 소비자들이 광군제에서 구매한 국가별 상품 순위에서 한국은 일본 미국 호주 독일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큰 기대가 없었던 업계에서는 실체가 없었던 사드 해빙 조짐이 드디어 보였던 사례라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혹독했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라며 “면세점과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계에서는 연말연시 중국인 파워블로거인 ‘왕홍’ 초청은 물론 중국인 ‘큰 손’ 왕서방을 모시기 위한 마케팅에 이미 돌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