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성 삼성전자 DMC연구소 창의개발센터 프로(45)는 최근 자기의 전공 분야와는 얼핏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책을 출간했다. <책이 답이다>는 그가 7년 동안 사내 독서 동호회를 이끌어 오면서 얻은 독서 방법과 글쓰기 노하우 등 다양한 독서 활용법이 담긴 책이다.

그는 취미와 업무가 일치한 케이스다. DMC연구소 창의개발센터는 갖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도착하는 곳인데, 이것의 시제품 제작에 관여하는 그에게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은 필수다. 업무를 위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그는 “어떤 분야든 관련서 10권만 읽어보면 머릿속에 핵심 개념이 잡힌다”면서 “책 속에 답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를 북(Book)과 엔터테이너(Entertainer)를 결합한 단어 북테이너(Booktainer)라고 부르며 독서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는 동 프로를, 독서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날 그의 독서 동호회가 매주 모임을 갖는 수원의 한 북카페에서 만났다. 

 

‘행복한 책’ 동호회의 행복한 활동

삼성전자의 사내 동호회 수는 몇 천 개나 된다. 그중 회원 수를 기준으로 하면 독서 동호회 ‘행복한 책’은 7~8위에 랭크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이전까지는 축구나 야구 등 활동 위주의 동호회가 많았는데, 동 프로가 독서 동호회를 만들자 차차 회원 수가 늘어났다.

▲ 동종성 프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7년이 지난 현재 온라인 회원까지 합하면 회원 수는 678명이고, 이 중 매주 금요일에 갖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은 20명 내외다. 하지만 이들이 늘 같은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동 프로는 “독서 동호회에 참여한다고 하면 책 한 권을 전부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동호회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일주일 동안 편하게 읽고, 읽은 만큼만 이야기하면 된다”면서 독서 행위 자체를 즐길 것을 강조했다. 회원 모두가 공통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한 달이나 분기별로 한 권을 선정해서 다 함께 읽고, 토론을 갖는다.

독서 동호회 모임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동 프로는 단계별로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체크인(5분), 리딩(10분), 스피킹(40분), 체크아웃(5분) 순으로 정해둔 뒤 총 1시간 동안 모임을 한다. 한 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잠시 이야기하며 친목을 다지는 체크인 이후 책을 읽지 못한 회원들을 위해 잠깐 리딩 시간을 갖는다. 본격적인 단계인 스피킹에서 회원들은 각자 읽은 책 내용을 요약해서 3분 동안 스피치를 한다. 이때 책을 읽지 않고 왔다 해도, 다른 회원의 스피치를 들으면 도움이 된다. 마무리 체크아웃 단계에서는 그날 얻은 경험과 교훈을 정리한다”며 책을 소화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설명했다. 

▲ 독서 모임을 갖는 '행복한 책' 회원들.출처=행복한 책

독서 동호회 회원들은 이렇게 책에서 얻은 지식을 자기의 것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공헌한다. 최근에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봉사활동을 했다.

동 프로는 “근처 도서관에서 창의개발 코칭의 일종인 봉사활동을 가졌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 한 권을 선정해 책 내용에 대해 설명해줬다. 책에 제시된 문제 상황에 아이들이 직접 처해 있다고 가정하게 한 뒤, 해결 방법을 찾도록 지도했다”고 당시 상황을 즐겁게 회고했다. 그는 “아이들이 생각해낸 방법들은 정말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3D 펜으로 그리고, 그것을 3D 프린팅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며 책을 통한 창의개발 코칭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시 쓰기 지도 등 분기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는 책에서 얻은 것들을 함께 나눈다는 행복함이 엿보였다. 

 

업무의 해답은 모두 책에 있다

동 프로는 삼성전자 DMC연구소 창의개발센터에 소속되어 있는데, 업무 때문에라도 책 읽기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기에 창의력·지식·정보력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그는 자기 업무를 “사내의 벤처를 인큐베이션하는 곳이다. 직원들이 낸 다양한 아이디어가 여러 평가 단계를 거쳐 최종으로 선발되면, 그것을 시제품으로 만들고 제품화하는 것이 내 업무다. 트렌드를 잘 알고 정보가 많아야 아이디어를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내고, 시장에 포지셔닝하고 상품화할지 결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 프로는 신입사원들에게도 늘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시간도 여유도 없을 신입사원에게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많은 사람이 신입사원에게 독서할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입일수록 독서를 더 많이 해야 한다.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무딘 도끼날’과 같기 때문이다”라고 비유했다.

이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나에게 나무를 벨 시간이 6시간만 주어진다면 4시간은 도끼날을 갈겠다’라고 말한 것에서 가져왔다. 무딘 도끼날로 나무를 벨 수 없듯이, 나무를 잘 벨 수 있도록 도끼날을 가는 행위가 바로 독서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분야든 그 주제의 책을 우선 10권만 읽어보라. 그러면 그 책들에서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보이고 핵심 개념이 잡힌다. 처음에는 속도가 나지 않지만 곧 빠르게 읽힐 것”이라고 격려 섞인 조언을 했다. 

▲ 프레임웍의 일종 '북 캔버스'.출처=<책이 답이다>

동 프로는 책에서 얻은 지식을 자기 것으로 활용한 사례로 ‘북캔버스’를 들었다.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프레임웍(Framework) 개념을 접했는데, 이는 9개의 비즈니스 구성 항목을 구체화하고 상호 관계를 연결해 비즈니스를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다.

그는 “프레임웍을 응용한 린 캔버스라는 모델을 다른 책에서 본 뒤 나는 이것을 독서 분야에 적용해봤다. 독자, 가치, 채널, 경쟁 우위, 문제, 솔루션, 인사이트, 독서 후의 변화, 비용 대비 효과의 9가지 요소로 구성된 이른바 ‘북 캔버스’를 만들어냈다”고 소개했다. 

 

책과 친하게 지내라

이렇게 독서 전도사를 자처하는 그는 집에서도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도록 지도한다. 무조건 책을 읽게 하기보다는 책을 친숙하게 여기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2살, 7살인 두 아이가 책을 가지고 놀도록 한다. 책을 한 권씩 늘어놓고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밟도록 하기도 하고, 책을 가지고 탁구 놀이도 한다”며 책이 재미있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돕는다.

동 프로는 성인에게도 바쁜 일상을 쪼개 틈틈이 책을 읽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전자책보다는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종이책이 더 좋지만, 그마저도 읽을 시간이 안 된다면 방법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전하는 팁은 귀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으로, “보통 책은 눈으로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가 많다. 출퇴근 시간이나 이동하면서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오디오북 등을 통해 짬짬이 독서를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 동종성 프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책 추천을 부탁하자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책은 도끼다>(박웅현, 북하우스), 사고력을 위해 <익숙함과의 결별>(구본형, 을유문화사), 글쓰기 능력을 위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유시민, 생각의 길), 말하고 기획하는 능력 향상을 위해 <기획은 2형식이다>(남충식, 휴먼큐브)를 권한다”고 신중하면서도 열정을 담아 책을 골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