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금요일 오후 5시 답십리동 한 스튜디오. 어둑해질 무렵 세 남자가 모였다. 겉보기론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셋이다. 스튜디오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흰 배경에 듬성듬성 놓인 의자와 그걸 비추는 카메라 몇 대. 그들만의 ‘불금’이 시작된다.

셋은 회사나 학교 선후배로 얽힌 오랜 사이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문종현 MOONP 감독, 서대웅 기획흥신소장까지. 서로를 이렇게 칭하더라. 황부영 대표는 황형, 서대웅 소장은 흥소장, 문종현 감독은 문P.

황형은 마케팅·브랜딩 분야의 알아주는 전문가다. 흥소장은 같은 분야의 베스트셀러(<컨셉흥신소>, <기획흥신소>) 저자다. 문P는 대기업 홍보영상 제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세 남자가 일을 벌였다. ‘삼행시(3인칭 행동시점)’라는 이름을 내걸고 SNS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 사진=노연주 기자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한 구라의 향연, 잡스럽지만 이로운 토크.’ 삼행시 캐치프레이즈다.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한 세 남자의 토크쇼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알쓸신잡의 라디오스타 버전’을 표방한다. 유익하면서도 예능감 넘친다.

‘플랫폼 비즈니스’라든지 ‘넛지와 행동경제학’ 같은 머리에 쥐날 것 같은 소재를 다룬다. 대신에 입담으로 재미있고 쉽게 풀어낸다. 3자적 관점에서 할 말 다 하면서 사람들 ‘액션’을 유발하겠다는 목표다. 그래서 이름이 ‘3인칭 행동시점’이다.

▲ '문P' 문종현 MOONP 감독. 사진=노연주 기자

문P - 30초에 1번 ‘피식’ 하면서도 배울 게 있는 콘텐츠를 지향해요. SNS에 3040을 위한 동영상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삼행시는 이 연령층을 목표로 두죠.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어 마케팅에 도입하는 액션을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황형 - 셋이 이런 얘길 했어요. 조금 슬프지만 우리 셋 다 큰 돈 벌 팔자는 아닌 것 같다고. 그런데 굶어죽을 것 같지도 않다고. 그렇다면 하고 싶은 얘기라도 편하게 해서 남기자고 했죠. 그러면서 우리도 즐겁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셋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생활 대부분을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는 일을 했다는 점이다. 삼행시 프로젝트는 다르다. 그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이니까.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 '황형'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사진=노연주 기자

황형 -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브랜딩 분야가 넓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거든요. 편하게 볼 수 있는 관련 콘텐츠가 적고요. 삼행시를 이제 슬슬 우리 지인이 아닌, 이 분야에 관련 있는 분들이 보는 것 같아요.

흥소장 - 우리 단톡방에 황형이 갑자기 그러더라고요. 이게(삼행시) 이렇게 즐겁고 설레는 일인지 몰랐다고. 이 말을 듣고 울컥했죠.

문P - 제일 즐거운 건 저예요. 전 영상 프로덕션을 운영해요. 찍고 만드는 게 업이죠. 업이지만 얘(삼행시)는 취미예요. 똑같은 제작과정을 거치는데 이걸 만드는 마음가짐이 완전 달라요. 저한테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사람이 없거든요.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우리만의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기에 굉장히 즐겁습니다. 

▲ '흥소장' 서대웅 기획흥신소장 사진=노연주 기자

발랄하며 산만하다. 즐거운 마음이 겉으로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한다.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다. 삼행시의 소재가 마케팅·브랜딩·커뮤니케이션이라면 주제는 뭘까. 그들이 삼행시로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황형 - 그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인 노력과 상관없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경우 몇몇 빼고는 다들 팍팍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나쁘게 말하면 시류에 흔들리고, 좋게 보면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요. 분야가 커뮤니케이션이든 브랜딩이든 뭐든 너무 변화에만 매몰돼 근본적인 걸 자꾸 잊을 때가 있거든요. 세상엔 변치 않는 원칙이 훨씬 많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삼행시 본 촬영은 한 달에 1회 진행된다. 촬영물을 4~5분 단위로 쪼개고, 재가공해서 삼행시 페이스북 페이지에 매일 소개하는 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날은 두 번째 촬영일이다.

지금은 영상을 페이스북에만 업로드하고 있다. 삼행시 이름이 충분히 알려지면 유튜브나 네이버TV에도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오디오만 추출해서 팟캐스트에도 업로드하고. 주제에 따라 곧 특별 게스트도 출연할 듯하다.

셋 중 맏형인 황형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삼행시가 유명해지면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처럼 ‘삼행시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세 사람은 스스로도 만족하며, 여러 사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추구하며 늙어갈 생각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황형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생쌀보단 낫다.’ 셋이 꼭 하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다른 사람 눈치 보는 걸 조금만 벗어나세요. 인생은 후불제입니다. 젊을 때 한 달에 150만원 받으며 하루 10시간을 고생하며 일하는데, 그 일을 좋아해서 꾸준히 하면 10년 후에 그 10분의 1을 일하고 100배의 돈을 받게 됩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고, 정의입니다.

문P - 황형이 이런 얘길 했어요. 요즘은 개인 브랜딩하기 좋은 시대라고. 플랫폼은 널려 있어요. 그러니 일단 플랫폼에 올라타서 내가 가치 있어 하는 주제를 정제된 정보로 지식을 쌓아 정보를 갖춰나가면 개인 브랜딩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디지털 시대엔 우공이산 같아야 해요. 어느 날 빵 터지는 건 없어요. 매일 지치지 않고 콘텐츠를 올리다 보면 어느 하나가 터지는 식이죠. 하나를 잘 만들기 위해 모든 내공을 쏟기보단 꾸준히 가야 합니다.

흥소장 - 어쨌든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하면 잘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잠자기 전에 그것만 생각하고, 사람 만날 때도 계속 그 얘기만 하고, 그러면 결국 된다는 것을. 좋아하는 일 겁내지 말고 눈치 보지 않고 열심히 계속 하세요.

세 남자는 이날 촬영이 새벽까지 진행될 걸로 예상했다. 그들만의 불금이 깊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