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쌍11절(광군제)을 맞아 알리바바가 왜 '알리바바'인지 보여줬다. 11일 기준 행사 시작 28초만에 총 거래액 10억위안(약1682억원)을 돌파하더니 3분만에 모바일 총 거래액만 100억위안(약 1조6800억원)을 찍었다. 차이냐오 네트워크 데이터에 의하면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이 시작한지 1분 후 배달 주문 건수가 383만건을 기록했으며 10분 후 4306만건으로 폭증했다.

1초 당 최대 25만6000건의 결제가 진행됐으며 1시간만에 총 거래액 571억위안(약 9조원)을 넘어서며 2014년 쌍11절 총 거래액을 뛰어넘었다. 첫 행사가 있었던 2009년 총 거래액이 5200만위안(약 87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표현도 아쉬울 지경이다.

현재 알리바바의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규모는 아마존 프라임 데이의 18배,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를 합친 것보다 2.5배 많다.

▲ 출처=알리바바

ICT 관전 포인트 많다
유통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알리바바 축제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순수하게 ICT 관점에서 이번 쌍11절 행사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알리바바 쌍11절에서 고객들이 알리페이로 결제한 총 거래액(GMV)은 2015년 대비 32% 증가한 1207억위안(20조6723억원) 을 기록했다. 모바일 총 거래액(mobile GMV)은 912억위안(16조498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중국 클라우드 시장을 석권한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피크 시간대 주문 처리량은 초당 17만5천 건으로 알려졌다. 알리페이는 총 10억 건이 넘는 결제를 처리했으며, 피크 시간대의 추문 처리량은 초당 12만 건이다.

올해 쌍11절 행사는 이 모든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14만여 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해 1500만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6만개가 넘는 해외 브랜드가 등장했다.

알리바바의 쌍11절 축제는 마윈 회장이 추구하는 ICT 방법론, 즉 신유통의 키워드가 핵심이다. 지난해 마윈 회장이 선언한 신유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원활한 통합을 통해 상거래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는 총 유통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리바바는 알리바바의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82%의 오프라인 유통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오프라인 유통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고객 경험, 재고 관리, 유통 매장 관리를 포함한 운영 체계를 개편 및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허마 매장이 단적인 사례다. 매장 전체를 디지털화해 기술 기반 온라인 배송 구현, 원활한 매장 내 구매, 매장 내 즉석조리 등을 한 장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장 내 모든 제품을 돌아보며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물론 알리바바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생태계를 오프라인에 구현하는 사례다.

▲ 출처=알리바바

스마트스토어도 마찬가지다. 현재 약 10만 개의 신유통 스마트 스토어가 중국 31개 성 334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위치 기반 매장 정보 및 할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타오바오와 티몰 등 온라인 인프라와 연결되기도 한다. 나아가 알리바바는 100여 개 중국 및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중국 전역에 팝업 스토어 운영을 할 생각이다. 여기에는 매직미러와 증강현실 기능 등의 기술들이 삽입된다.

통합유통, 즉 LST의 존재감도 눈길을 끈다. 디지털 소싱 플랫폼 (Digital Sourcing Platform)이다. 600만 여 개의 소규모 코너 스토어들이 LST 플랫폼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역 점주들에게 스마트 머천다이징과 제품 확대의 판로를 열어주고 스마트 물류의 가능성을 덧대는 것이 핵심이다.

쌍11절의 축제가 곧 알리바바의 축제로, 나아가 유통의 엔터테인먼트로 발전하는 대목도 중요하다. 알리바바는 2016년 최초의 “See Now, Buy Now” 온라인 패션쇼를 개최했으며 올해도 큰 호평을 받았다. 나아가 증강현실 모바엘 게임, 홍바오 성화 봉송 등 재미있는 고객참여 이벤트를 ICT 경쟁력과 묶기도 했다.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시장의 관문이자 활로가 되어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올해 6월 기준으로 7000여 개의 미국 브랜드들이 알리바바에 입점했으며 알리바바 플랫폼에 입점한 기업들은 올해 6월 설립된 티몰 월드에 의해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 출처=알리바바

오프라인, 신유통, 데이터
신유통의 키워드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등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는 가운데 알리바바는 빠르게 오프라인 유통을 변화시키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덩치를 키우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고, 오프라인을 온라인 인프라가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로 보여지는 다양한 가능성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신유통의 가치 중 하나가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종합 ICT 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쌍 11절 행사에서 알리바바는 주문이 접수됨과 동시에 차이냐오를 통해 어떻게 배송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넓은 지역에서 실시간 주문접수가 이뤄지고 이를 데이터로 정교하게 잡아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최근 중국 O2O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빅데이터가 결제 솔루션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장면, 그리고 거대한 주문 데이터의 실시간 취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유통을 축제로 만들어 생태계 전략을 강하게 추구하는 장면도 의미가 크다.이제 알리바바는 온라인에서 다져진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접목해 변화시키는 한편, 이러한 색다른 시도에서 얻을 수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더 강력한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