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후지필름 X-E3 편

#옛 앨범 그 감성 집에 내려가면 가끔 앨범을 꺼내본다. 찍은 날짜가 박힌 옛날 사진을 보면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느낌. 그 시절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뚝뚝 떨어진다.

스마트폰 앨범을 열어본다. 같은 앨범인데 완전 다른 느낌이다. 필름카메라를 흉내낸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진을 찍어도 그 감성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생각도 든다. 폰에 저장된 사진을 10년이 지나도 꺼내보게 되려나.

▲ X-E3로 찍은 사진. 사진=노연주 기자
▲ X-E3로 찍은 사진. 사진=노연주 기자

#가을하늘 필름카메라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도 끝무렵인 듯하다. 앙상한 나뭇가지 되는 건 순간이겠지. 가을은 분명 출사의 계절이다. 사진 찍기에 부족함이 없다. 날이 선선하고 풍경도 예쁘니까.

바쁘다는 핑계로 가을을 프레임에 담지 못하고 있다. 출사의 계절이면 뭐하나. 실행에 옮기질 못하는데. 오랜 시간 계획만 세웠다. ‘이번 주말엔 사진 찍으러 나가야지. 이왕이면 필름카메라로. 일회용 카메라도 좋고.’

▲ 사진=노연주 기자

#장롱 카메라 대학시절 남대문 카메라상가에서 필름카메라를 헐값에 구했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 듯했다. 수업 때문에 산 카메라다. 처음엔 신기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감각이 아날로그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나중엔 귀찮더라. 찍은 사진 바로 확인할 수도 없고, 필름 값도 나가니 셔터 마음껏 눌러대지 못하고, 사진 뽑을 때도 돈이니까. 불편함에 지쳤다. 필름카메라는 내 운전면허와 같이 장롱 신세로 전락했다.

▲ 사진=노연주 기자

#필름 먹은 디지털 카메라 저번 주말에 출사 나갔다. 드디어. 먼지 쌓인 필름카메라를 굳이 꺼내진 않았다. 대신 필름카메라 느낌을 간직한 새 카메라와 함께했다. 겉모습부터 옛 카메라 감성을 잔뜩 풍기는 물건이다.

생긴 게 전부가 아니다.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를 지원하는 디지털 카메라다. 예전 필름 색감을 고스란히 재현해놨다. 15가지 필름을 택할 수 있다. 심지어 영상 녹화할 때도 필름 효과를 적용 가능하다. 사진으로 확인해보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PROVIA'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Velvia'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ASTIA'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CLASSIC CHROME'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PRO Neg. Hi'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PRO Neg. Std'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ACROS'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MONOCHROME'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 X-E3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SEPHIA' 테스트컷. 사진=노연주 기자

필름 값이 들지 않는다. 결과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필름 감성 그대로다. 이 제품은 후지필름의 카메라다. 80년간 필름을 만들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쏟아부어 이런 카메라를 개발했다.

▲ X-E3로 찍은 사진. 사진=노연주 기자

#감성과 기술이 만나다 정확히는 X-E3란 카메라다. 후지필름이 가장 최근에 출시한 미러리스 제품이다.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는 이 카메라 고유 특징은 아니다. 거의 모든 후지필름 카메라에 들어가는 기능이니까.

그럼에도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를 접하기에 X-E3는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여러모로 장점을 지닌 제품이니까. 감성에 기술을 더했다고 해야 할까. 필름 감성을 살리면서도 최신 기술로 불편함을 덜어냈다.

후지필름 플래그십 미러리스에 탑재된 2430만화소 APS-C 타입 CMOS III 센서와 X-프로세서 프로 이미지 처리 엔진을 그대로 가져왔다. 위상차 검출 시스템으로 0.06초의 빠른 AF 스피드를 자랑한다. 초당 8프레임 연사를 지원하며 ISO 5만1200까지 설정 가능하다. X 시리즈 최초로 블루투스 통신을 지원 사진을 다른 디바이스로 전송하기 쉽다.

▲ X-E3로 찍은 사진.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가장 작고 가벼운 X X-E3는 뒤태가 유독 심플하다. 십자 메뉴 버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에 8방향 초점레버가 들어갔다. ‘아, 이거 예전 MP3 플레이어랑 비슷한데?’ 조작감이 좋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니 그립감이 살아나더라. 뷰파인더도 달려있다. 뷰파인더 속 세상은 이질감 없이 화사하다.

중요한 강점 하나를 아직 언급 안 했다. X-E3는 후지필름 X 시리즈 렌즈 교환식 카메라 중에 가장 작고 가볍다.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장착하면 337g 정도. 렌즈에 따라 전체 무게는 달라지겠지만 어깨 부담 없이 출사를 떠날 수 있는 정도다. 더 늦기 전에 X-E3와 감성 충만한 가을 출사를 떠나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