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그 물건과 은밀한 대화. 로지텍 크래프트 편

키보드를 수집하는 사람은 고상한 취미의 소유자가 틈림없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 키보드란 물건은 생김새가 거기서 거기니까. 새로 나왔다는 키보드 하나와 인터뷰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나 역시 이런 생각부터 했다. ‘키보드가 거기서 거기 아닐지.’

약속 시간이 왔다. 키보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모습이 샤프하다. 우아하며 고급스럽다. 한편으로는 독특하다. 왼쪽 상단 모서리에 둥근 다이얼 장식이 시선을 끈다. ‘잘생긴 키보드로군. 개성도 있고.’ 수줍게 말을 걸었다.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안녕. 미남이구나.

크래프트 – 키보드에 성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난 크래프트. 로지텍 출신이야. 스위스 주변기기 브랜드 로지텍 알지? 난 크리에이터를 위한 차세대 프리미엄 키보드야.

PLAY G – 좀 까칠하구나. 다이얼 장식 멋지네. 크리에이터를 위한 키보드라고?

크래프트 – 장식이라니. 크리에이티브 워크를 위한 크라운 다이얼이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이 다이얼을 유용하게 사용 가능하지. 포토샵에서 확대·축소, 밝기, 대비, 채도, 브러시 크기 등을 조정할 때 이걸 돌리기만 하면 그만이야.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서 글자 크기를 바꿀 수도 있고. 다이얼을 누르면 프로그램 툴바로 이동 가능해. 다시 돌리고 눌러서 메뉴를 선택할 수 있지.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지는 내가 알아서 인식해. 한번 사용해보면 얼마나 편리한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거야. 그래픽 작업을 하거나 영상·사진 편집을 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딱이겠지?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나한텐 필요 없겠군.

크래프트 – 주로 문서 작업을 하던가? 그렇다면 사용해도 괜찮을 거야. 마이크로소프트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유용하거든. 로지텍 옵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해 자주 쓰는 프로그램 프로필도 설정 가능해. 프로그램별로 너한테 딱 맞는 설정으로 바꿀 수가 있지.

PLAY G – 케이블이 없는데 말하는 걸 보니 블루투스 키보드가 확실하군.

크래프트 – 절반만 맞아. 블루투스로만 무선 연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패키지에 포함된 로지텍 유니파잉 USB 수신기로도 무선 연결 가능! 나와 연결하려는 장치가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아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얘기야. 블루투스와 유니파잉 수신기를 통해 최대 3개 기기에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이지-스위치(Easy-Switch) 버튼으로 연결된 기기를 자유롭게 전환해가며 사용 가능하지. 윈도는 물론 맥 운영체제와도 호환되고.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지금 보니까 불이 들어왔다 꺼졌다 하는 것 같은데 고장 아님?

크래프트 – 에이 설마. 손을 가까이 대야 작동하는 첨단(?) 동작인식 백라이트라서 그래. 주변 조도에 따라 자동으로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하고. 나 똑똑해? 인정?

PLAY G – 배터리는 아낄 수 있겠군. 그래서 얼마야?

크래프트 – 몰라.

PLAY G – 왜 말을 못해. 20만원대 초반이라고.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크래프트와 함께 지냈다. 그의 진가를 알기 위해. 크래프트는 납작한 팬터그래프 타입 키보드다. 평소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기에 거부감부터 들었다. 왠지 타이핑이 불편할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의외로 치는 맛이 있다. 오목하게 파인 키캡 덕분에 편안하고 정확한 타건이 가능하다. 괜한 오타 때문에 업무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없다. 풀사이즈라 안정감이 있다. 납작한 덕에 손목에도 무리가 덜 간다는 기분.

크래프트 핵심은 크라운 다이얼이다. 처음엔 낯설어 사용하지 않았다. 한번 돌린 순간 중독되고 말았다. 돌리고 또 돌렸다. 짧은 시간에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크래프트는 말 없이 업무 효율을 높여주고 있었다.

마우스에 달린 휠 생각이 났다. 옛날 마우스를 보면 휠이 달려있지 않다. 요즘 나오는 신상 마우스에 휠이 없다면? 꼭 있어야 할 부분이 빠진 느낌이겠지. 크라운 다이얼도 마우스 휠처럼 새로운 표준이 될지 모른다. 가능성이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