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제약바이오산업(제약산업)이 과연 ‘차세대 먹을거리’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차세대 먹을거리란 말은 제약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분야라는 뜻이다. 여러 매체뿐 아니라 심지어 정부처도 제약산업을 이같이 홍보한다.

그런데 굵직한 국내외 제약사들이 맞은 위기를 보면 어딘가 공허하다.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앨러간(Allergan)은 미용 분야 외엔 성공 사례를 보여주지 못한 채 기업 해체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세계 1위 제네릭(복제약) 제약사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테바(TEVA)는 부채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이 자회사인 CJ헬스케어의 매각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업계 10위권 안으로 나쁘지 않다. CJ가 제약산업의 복잡성과 특수함을 견디기 힘든 나머지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분야에 집중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산업은 특수하다. 신약개발엔 긴 시간이 걸리고 많은 비용이 든다. 이에 비해 성공률은 극악으로 낮다. 어렵게 개발해도 정부와 대중은 약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이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다. 부정(不正)이 일어났을 때 기업에 쏟아지는 비난도 유독 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영국 제약사 GSK는 임상시험의 연구자료를 조작한 연구원을 해직했다. 이 논문은 다행히 비임상시험(동물시험)의 결과였기에 환자에겐 해를 주지 않았다. 다른 사례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rvatis)의 일본법인 소속 연구팀은 2013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조작했다. 고혈압치료제 디오반을 복용한 환자의 부작용 사례를 삭제하는 등 제품 적응증 확대에 유리하도록 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의사가 주도하는 임상시험에 노바티스 직원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약 11억원의 기부금을 노바티스 측에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 데이터 조작 논란과 불법 리베이트 문제는 이처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한때 ‘황우석 사태’로 일대 혼란이 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약산업에 쏠리는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산업에 진입하는 벤처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제약바이오주는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매출액이 200억원에 불과한 벤처도 시가총액은 4조원에 육박한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자 치매 테마주들은 들썩였다. 치매완치제를 내놓은 제약사는 전 세계에서 없고 국내에서는 임상 3상에 진입한 곳도 전무한데 말이다. 제약산업이 ‘차세대 먹을거리’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구호는 어느 순간 마법의 주문이 된 것 같다. 거품이 껴 있고, 과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덮어두고 육성한 끝에 웃는 자는 누구고 우는 자는 누굴까. 산업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