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두 학생이 싸웠다. 평소 녹색 모자를 쓰고 다니며 동네를 휘젓던 녀석과 소위 든든한 ‘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녀석의 싸움. 녀석들은 교무실로 불려가 선생님 앞에서 야단을 맞으면서도 치열한 설전을 벌인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변호보다 상대의 잘못을 들추는 것에 혈안이 된 장면들. “너가 더 잘 못했잖아” “너 잘못이 더 심각해”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2017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인 네이버와 글로벌 ICT 간판기업인 구글의 한국 지사인 구글 코리아의 현주소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출처=네이버

민감한 정보 대방출...네이버 “따져보자”

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가 9일 글로벌 ICT 공룡 구글 코리아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금까지 알리기를 꺼린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제시하며 압박수위를 올리는 분위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정감사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구글이 세금을 내지 않으며, 고용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총수 지정 이슈와 뉴스 임의배치 논란 등 자신을 향한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를 꺼내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공식석상에 부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 창업주는 지속적으로 글로벌 ICT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구글 코리아가 발끈했다. 구글 코리아는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두며 한국 경제와 사회에 널리 기여하고 있다"면서  "네이버 뉴스 배치 조작을 비롯한 자사에 대한 다양한 쟁점에 대한 답변 가운데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구글 코리아는 세금 문제에 있어 "매출도 밝힐 수 없고, 세금납부 현황도 알려줄 수 없지만 정상적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용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현재 구글코리아에는 수백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서울 캠퍼스 등 많은 사업을 국내에서 벌이고 있으며, 고용창출에 나서고 있다는 해명이다.

허위클릭과 검색어 조작 등의 문제에서 이 창업주가 "구글도 그런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도 해명했다. 구글 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며 "구글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즘 순위에 기반하고 있으며,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네이버가 9일 한성숙 대표 명의로 구글 코리아 주장에 대한 공식입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재미있는 대목은 반격에 나서면서 이 창업주의 국감 발언을 임의로 바로잡은 대목이다.

네이버는 “(이 창업주의) 국회 발언에서 구글과 관련된 언급은 ‘세금을 (하나도) 안 낸다’, ‘고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제대로) 안 낸다’, ‘(이익에 합당한) 고용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이는 해당 문제들이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것인 만큼 맥락상 분명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무실에 불려온 녹색 모자를 쓴 녀석이 “내가 너를 두고 ‘완전히 나쁜녀석’이라고 욕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쁜녀석’이라고 욕한 거야”라고 말하는 셈이다.

세금 문제부터 꺼냈다. 네이버는 구글의 압도적인 글로벌 ICT 점유율을 거론하면서 구글 코리아가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구글 코리아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도 존 리 구글 코리아 사장은 세금의 근거가 되는 국가별 매출은 민감하다는 이유로(due to some sensitivities)공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구글이 영국에서는 몇년 전부터 매출 규모를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네이버의 법인세 납부 내역을 발히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2조59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746억원을 국내에 법인세로 납부했다고 강조하며 구글 코리아도 국내 매출과 법인세 납부 내역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 리 구글 코리아 사장의 입장, 즉 ‘매출은 모르지만 세금은 정상적으로 내고 있다’는 대목이다. 다소 충격적이지만 구글 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싱가포르를 통해 아일랜드 등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구글의 한국 연락 사무소에 불과한 구글 코리아는 실제 국내 매출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러한 전제는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고 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매출을 모르는데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구글 코리아의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며, 네이버도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고용문제도 꺼냈다. 네이버는 “구글 코리아는 지난 2006년 설립 시 연구개발 인력 등의 고용, 투자에 대한 계획들을 밝히며 정부에서도 120만달러를 2년 간 지원받기도 했지만, 실제 이행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서  “공식 자료에서는 수백 명의 직원들이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들이) 모두 온라인 광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외에 다른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글 코리아가 말한 고용창출의 실제적인 효과에 의문을 보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구글은 사회적 기여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는 피상적인 언급을 넘어서, 투자, 기부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하고 있는지 공개하기를 바란다”면서  “네이버는 2017년에만 국내 63개 스타트업 및 스타트업 육성 펀드에 2318억원을 투자했고, 2016년에는 네이버 별도 매출의 1.4%인 353억원을 기부했다”고 자랑했다.

네이버는 가지고 있는 카드를 보여줬고, 이 역시 구글 코리아가 답할 차례다.

네이버는 망 사용료 비용도 공개했다. 2016년에만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수백 억원 규모라는 것만 알려졌지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네이버는 “구글은 트래픽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면서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망 사용료는 얼마인지 공개해라”고 말했다.

검색 어뷰징 문제도 화두다. 여기서 네이버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구글도 똑같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허위광고, 외부의 검색 결과 조작 시도에 대한 책임을 구글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네이버는 구글의 어뷰징 문제도 심각하다고 밝히며 이를 의식한 구글 역시 알고리듬 업데이트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네이버는 “검색 엔진에게 어뷰징 대응은 숙명이고 이런 대응은 끝없이 반복되는 일”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도 검색 알고리듬에 대한 어뷰징이 구글에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 구글 어시스턴트 구동. 사진=이코노믹리뷰 DB

플러스 알파의 공격

구글 코리아는 2일 입장자료를 통해 ‘네이버의 후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는 9일 작정하고 2일 자료에 대한 반격의 포문을 '따로' 열었다.

네이버는 “구글은 공식자료에서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듬 순위에 기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네이버의 검색 결과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100% 알고리듬 순위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번 국감에서 이슈가 되었던 부분은 검색 결과를 결정하는 알고리듬 자체가 아닌 연관검색어와 같은 검색어 서비스 등의 운영 정책에 대한 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투명성 확보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불법정보에 대한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며, 차이는 무엇인지, 구글과 네이버가 외부 기관을 통해 공동으로 검증 받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우월하다면, 제대로 된 검증을 함께 받아보자는 의지다.

구글 코리아가 2일 자료를 통해 자신들은 ‘금전적 외압’과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다며 네이버를 비꼰 상황에서, 이를 반박하는 내용도 나왔다. 네이버는 “구글이 금전적 영향에 대해 언급한 것은 국감에서 네이버가 검색광고에 대해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며 “구글의 검색 결과는 광고 비용이라는 금전적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검색 알고리듬에만 기반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확실한 근거를 달라고 공개요청했다.

정치적 압력에 대해서는 “동일한 업종에 속한 기업에게 치명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공식 입장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네이버는 “구글은 로비가 합법화된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2015년에 1666만달러, 2016년에 1543만달러, 2017년 3분기까지 1364만달러의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했다고 알려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