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모임으로 모 음식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한 음식점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곳으로 예약 없이 가면 기본 30분은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곳들은 가만히 있어도 손님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별도의 고객관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음식점은 CRM의 핵심인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필자가 방문한 날에도 입구에 배너를 세워놓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제목은 ‘마일리지 사용하고 선물 받기’였으며, 세부 내용은 크게 2가지로 구성돼 있었다. 첫 번째는 제목과 동일하게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선물을 제공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개인정보를 확인 또는 업데이트하면 보너스 마일리지를 적립받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캠페인 배너를 보면서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두 번째 내용인 개인정보 업데이트는 일반적으로 많이 진행하는 것인데, 문제는 첫 번째였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회원에게 제공하는 마일리지는 부채이기 때문에 항상 빠르게 소멸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일리지 제도에는 소멸기간이 명시돼 있어서, 굳이 별도의 혜택을 제공하면서까지 사용을 유도해야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나름대로 필자가 이 음식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결과 해당 캠페인 기획에 대한 2가지 이유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하나는 기존 회원들의 구매 성향을 보니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고객이 미사용자보다 평균 객단가가 높기 때문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고객들에게 마일리지의 유용성을 경험하게 해 로열티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식사를 끝낸 후 결국 필자는 계산을 하면서 카운터에 있는 사장님에게 입구에 세워져 있는 CRM 캠페인의 목적에 대해 물어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사장님은 수줍은 듯 답을 했는데 필자는 그 내용을 듣고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음식점이 진행한 캠페인의 진짜 목적은 마일리지 사용 유도가 아니라 고객들의 개인정보 업데이트를 위한 자발적 동기부여였던 것이다. 사실 해당 음식점은 특정 기간 동안 적립된 마일리지는 미사용의 경우 자동으로 소멸되는 CRM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구에 배너까지 세워가며 캠페인을 한 이유는 음식점에 들어오는 고객들에게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은 몇 점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하고, CRM 시스템에서 점수를 확인하는 김에 개인정보 업데이트 후 혜택을 받는 또 다른 이벤트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그 음식점의 사장님은 CRM의 R에 해당하는 Relationship(관계)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관리해 지속적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고객정보가 필수라는 것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고객은 번거롭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개인정보 업데이트와 같은 경우에는 원래 목적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보다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내용을 먼저 제공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어보자. CRM을 실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작게는 2개부터 많게는 5개 이상의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2~3배수 이상의 더 정교한 고객 세분화를 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집단은 이탈의 가능성이 농후한 휴면고객군이다. 기업은 이들이 완전히 우리를 떠나기 전에 과거에 반응이 있었던 캠페인 내용들을 분석해 신속하게 이탈방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씩 일부 기업들의 휴면고객 대상 CRM 캠페인을 보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제목이 “휴면고객을 위한 이벤트. 제발 떠나지 마세요” 등과 같이 상당히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고객들에 대한 기업의 간절한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아도 뭔가 불만이 있어서 거리를 두고 있는데 자신에게 휴면이라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접근해온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CRM 캠페인의 가장 기본은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제목은 무조건 “특별한 고객님을 위한 스페셜 이벤트” 등과 같이 긍정의 멘트로 구성돼야 한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CRM 캠페인이 좋은 성과를 내길 원한다면 한번 확인해보기 바란다. 고객들이 우리의 목적을 너무 쉽게 알아채지는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