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의 진출에도 끄떡없이 버티며 국내 가구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지켜온 가구 기업 한샘이 ‘여직원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비호감 기업으로 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이 엇갈려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샘이 사건과 관계된 다른 직원들의 범죄 행위를 숨기려 한 정황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샘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주요 홈쇼핑, 온라인 마켓 등 유통채널들은 한샘 가구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일련에 알려진 사실들은 한동안 등한시됐던 기업 경영의 ‘윤리’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의 주된 목적은 ‘이윤 추구’다. 물론 여기에는 기업을 운영하는 구성원, 관계된 사람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함이라는 대전제가 있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이 대전제보다 목적을 우선순위로 두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다. 정보 확산이 느렸던 과거에는 윤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힘으로 구성원들을 누르면 숨겨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윤리 문제를 간과했다가 많은 기업들은 씻을 수 없는 낙인이 찍혔고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었다. 다른 업체들의 ‘갑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상징처럼 등장하는 유업체가 그랬고, 유해성분이 들어있는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을 속여 판매해 어린 생명들의 목숨을 앗아가 국내 사업을 접어야 했던 생활용품 업체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때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는 걸 보면서 기업들은 잠시 ‘조심하는 척’ 하지만 여론이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문제를 일으킨다.

한샘 사건은 ‘누가 무슨 일을 당했다’는 진실을 밝히는 수준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조직 문화의 어긋난 성 의식, 사건을 은폐하려 한 기업의 의식 자체를 문제로 지적하고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잘못된 윤리 의식이 마치 늘 그래왔던 관행처럼 여겨지는 기업은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