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는 2017년 10월 러시아 진출을 선언했다.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러시아 부동산 개발업체인 ADG 그룹과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내년부터 모스크바에 순차적으로 극장을 열고, 2020년까지 33개 극장, 160개 스크린을 운영할 계획이다. CJ CGV는 2020년에 모스크바에서 가장 많은 극장을 운영하는 극장 체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러시아 진출로 CJ CGV는 기존 중국,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에 이어 해외 7개국에 진출하게 됐다.

143 VS 285, 1069 VS 2170.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2017년 11월 현재 CJ CGV의 국내와 해외 현황을 비교한 숫자이다. 앞의 수치는 ‘극장 수’, 뒤는 ‘스크린 수’다. 정리하자면 CJ CGV는 한국에 143개 극장 1069개 스크린을, 해외에 285개 극장 2170개 스크린을 보유했다. 단순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이제 국내보다 해외의 비중이 훨씬 높아졌음을 볼 수 있다. 국내외를 모든 합할 경우 스크린 수는 3000개를 훌쩍 넘어섰고, 그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다른 유력 극장업체와 비교해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CJ CGV는 이제 세계 5위 극장 기업으로, 글로벌 영화산업 내에서도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극장이 다른 나라로 나가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출국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위험이 따르고, 결국 사업도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 특히 문화를 파는 업종인 만큼 자칫 현지 정서에 반할 경우 곧바로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CJ CGV는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양적인 성장을 넘어 이제는 세계 속에 극장 한류를 심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98년 서울 구의동에 첫 번째 극장인 CGV강변11을 연 게 이제 겨우 20년, 이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하며 많은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CJ CGV가 이렇게 글로벌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컬처플렉스’, ‘특별관’, ‘상생’이라는 남다른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다른 극장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우선 CJ CGV는 한국에서 큰 효과를 보았던 ‘컬처플렉스’라는 패러다임을 해외 국가에 도입해 프리미엄 극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극장과 다양한 먹거리 등을 결합한 한국형 극장 모델, 기존 극장 사업자들을 뛰어넘는 특급 서비스를 기반으로 영화 관람 외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선사한 것이다. 일례로 중국 최초 컬처플렉스 모델로 오픈한 CGV베이징 이디강에는 극장 외에도 CJ의 외식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 비비고, 뚜레쥬르 등이 함께 입점했다. 인디고몰 자체가 CJ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며 영화와 외식을 함께 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중국 현지 트렌드 선도에 앞장서며 ‘리틀 CJ타운’으로 불릴 정도다. 이는 비단 중국뿐 아니다. CGV가 진출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한국 극장과 함께 다양한 문화까지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CGV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관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준다. 특별관을 통해 최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관람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꼭 영화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CGV가 세계 최초로 론칭한 오감체험상영관 ‘4DX’, 정면 스크린뿐만 아니라 양쪽 벽면까지 삼면에 화면을 투사하는 ‘스크린X’, 몰입도를 극대화한 반구(半球) 형태의 특별관 ‘스피어X’, 초대형 디지털 상영관 ‘스타리움’, 프리미엄 상영관 ‘스윗박스’, 진동석 ‘비트박스’ 등을 도입해 현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지 고객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 ‘토토의 작업실’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현지 청소년들의 영화 교육을 통해 현지 사회에 기여한다. 이는 외국 기업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극장운영 전문가 양성센터인 CGV UNIVERSITY를 설립함으로써 고객 서비스 강화에 주력한 것도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서는 별도의 ‘아트하우스’ 상영관을 설치해 현지 제작 영화 및 예술영화의 상영 기회를 늘여주었다. 또 커뮤니티센터를 설치해 현지 영화인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서 CJ CGV는 현지인들의 마음 속에 외국 기업이 아닌 로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