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한국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에는 반대합니다. 미래 비전이 스타트업을 통해서만 나온다는 논리도 이해할 수 없어요. 무슨 선민의식도 아니고, 냉정히 말해 스타트업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약간 흥미로운 가능성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세상은 하나의 의지로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것이 대의에 가까워도 마찬가지입니다.

 

풀러스 큰일났네

국내 카풀앱 서비스 풀러스가 기로에 섰습니다. 6일부터 출퇴근 시간선택제 시범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서울시와 정면충돌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지난해 5월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플러스'가 아닌 풀러스는 무엇이냐? 카풀앱이며 쏘카 대표를 역임한  '연쇄창업마' 김지만 대표가 설립했습니다.(지금 풀러스는 김태호 대표체제며 김지만 대표는 벤처투자가로 변신했음) 쉽게 말하면 자가용을 소유한 일반인이 카풀을 통해 돈을 벌고, 풀러스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사업이에요.

처음 풀러스를 알았을 때 여러가지 의미로 박수를 쳤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었어요. 하나는 모빌리티로 수렴되는 글로벌 ICT 업계의 흐름을 제대로 타고 있어서, 또 다른 하나는 '용감'해서. 맞습니다. 용감한 서비스였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거, 불법일 수 있거든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택시영업을 하면 경찰서 간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풀러스는 무슨 베짱으로 서비스를 론칭했을까요? 지난해 7월 풀러스 기자 간담회에서 이 지점을 집중 파고들었는데 이렇게 답하더군요.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고. 그러니까 합법이라는 것이 김지만 대표의 설명이었습니다.

▲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출처=갈무리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대표의 말을 들으면 합법인 것 같죠? 그러나 저는 불안했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약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사 업은  '손목에 걸면 쇠고랑'일 때가 많았거든요. 대표 사례가 중고차 서비스 헤이딜러였습니다. 중고차 매매를 모바일로 하는 헤이딜러는 현행법으로 합법이었어요. 왜? 이를 규제하는 법안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2015년 11월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으로 한때 영업을 중지한 역사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원만한 해결을 봤지만 풀러스가 자신하는 합법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했습니다. 핵심은 운수사업법에 명기된 예외조항, 즉 '출퇴근 시간'이 과연 '몇시를 말하는가'입니다. 여러분 출퇴근 몇시에 하세요? 대부분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시죠?(아닌가..) 여기서 풀러스는 카풀앱 서비스를 런칭하며 "출퇴근 시간에 서비스하면 합법"이라며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운수사업법에 카풀로 돈 버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예외로 출퇴근 시간은 허락하고 있으니, 출퇴근 시간에만 영업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모호한 출퇴근 시간을 풀러스가 자의로 해석해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로 창조했지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법은 물론, 아무도 출퇴근 시간이 몇시인지 규정으로 정하지 않았으니까!

네. 예상하셨겠지만 당연히 파열음이 일어나죠. 지난해 12월 카풀앱이 불법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스타트업 업계를 강타했습니다. 당시 국토부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 통화에서 "풀러스가 출퇴근 때라는 예외사항을 확대해석 했다"고 꼬집었어요. 올 것이 온 셈이죠. 그러나 위기는 다행히 지나갑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법률자문단이 반박성명을 내는 한편 국토부도 지난해 12월23일 별도의 자료를 내고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섰기 때문입니다.

▲ 출처=풀러스

그러나 현재, 다시 풀러스는 위기와 직면했습니다. 최근 신성장기술펀드(네이버-미래에셋 합작펀드)와 옐로우독, SK,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으로부터 220억원 투자를 받는 등 몸집을 불리더니 영업시간을 늘리는 야심만만한 실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네.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로 정해진 영업시간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시간선택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선택제 서비스를 시작하며 풀러스가 내놓은 대의명분이 재미있습니다. 처음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출퇴근 시간을 풀러스가 정한 상태에서 이걸 유연하게 만든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가뜩이나 불법 논란이 나오는데 괜찮나?"라고 묻자 돌아온 답이 "유연근무제가 대세니까"라고 했습니다.

무슨뜻이냐면, [유상 카풀 서비스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시간은 합법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5시부터 익일 새벽 2시'로 영업했다. 그러나 최근 출퇴근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지 않는가. 당연히 출퇴근 시간도 유동적인 세상이다. 그러니 풀러스가 합법으로 영업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도 유동적이 되었다.] 이런 뜻입니다.

나아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보여줬습니다. 김태호 대표는 “우리나라 근로자 중 3분의 1이 이미 유연근무제 적용 근로자인 만큼 유연한 근로환경에 부합하는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출퇴근 시간선택제 시범 서비스를 통해 변화되는 근무환경에서 카풀을 통한 교통 및 환경문제를 더욱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카풀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수를 쳤습니다. 법의 예외조항인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정해 합법이라고 주장하며 영업하더니, 이제 시대가 변했으니 그에 걸맞은 유연함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주장. 나아가 '우리가 이렇게 하면 세상도 바뀔 것'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역발상까지. 물론 자사 서비스 확대가 목표겠지만 시대의 변화라는 민감한 이슈를 선점하는 영악함도 보입니다. 박수 여러번 쳤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7일 계면쩍은 손으로 펜을 잡고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서를 썼습니다.

당장 난리가 났습니다. 일단 풀러스는 반박성명을 냈습니다. 풀러스는 8일 "출퇴근시간 선택제 카풀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우려를 접하고, 당초 계획된 시행 일정을 4개월 이상 연기하며 관련 전문가들과 합법적 범위 내에서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검토를 거쳤으며, 이에 따라 시간대 설정 및 변경 제한 등 조정을 거쳐 시범서비스를 오픈하게 되었다"며 "이번 고발조치에 따른 수사 및 사법기관의 법적 판단을 통해 ‘출퇴근시간 선택제’ 카풀이 합법적인 서비스임이 확인되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서울시의 고발조치까지 예상한 상태에서 이를 계기로 수사기관이 자신들을 선택, 결국 시대가 자신들을 선택할 것이라는 빅 피쳐(큰 그림)가 보입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움직였습니다. 포럼은 8일 "고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를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서울시가 고발한 것은 자의적이고 과도한 법령 해석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의 부담감으로 스타트업의 사업 의지를 꺾는 행위이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거 참 정신이 없네요. 확대해석을 어느쪽으로 유리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판이 달라지다니.

이어 포럼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고 정부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 안’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혁신창업기업 고발은 철회되어 마땅하다"면서  "정부가 한편으론 스타트업을 독려하고 응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로 발목을 잡아 쓰러뜨리고 있다는 오해가 없도록, 풀러스에 대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고발을 즉각 철회하기를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지난해 7월 풀러스 기자회견.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둘 다 문제가 많아...8대2 정도의 과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야인사 시절부터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운가게를 이끌었으며 서울시장에 올랐을 무렵에는 아예 공유경제를 시 조례로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최근 보이는 행보를 보면 '따릉이' 말고는 공유경제에 별 관심이 없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서 공유경제를 온디맨드로 불러야 한다는 팍팍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수익을 내는 플랫폼 사업자를 왜 공유경제라 불러야 하는지 불만이 많지만 일단 넘어거자고요. 이런 시각에서 봐도 서울시는 공유경제에 그다지 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심야버스 서비스인 콜버스랩이 대표적이죠. 행선지가 비슷한 고객들을 버스로 수송하는 콜버스는 서비스 직후 택시업계의 반대에 직면했고, 여기서 서울시는 어설프게 '상생만 기대한다'는 입장만 거듭했습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와 콜버스가 함께 심야버스 운영을 하도록 만들었고, 서울시는 운행시간을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로 제한했어요. 현재 콜버스는 서울시 18개구에서 15대 심야 콜버스를 운영중이지만 추가 차량 확보가 어렵다는 후문입니다.

자, 이 문제를 풀러스는 물론 공유경제를 포함한 스타트업 전반의 담론으로 끌어오겠습니다. '적폐청산'을 하려면 무엇이 '적폐'인지 알아야 겠죠? 누구의 잘못이 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잘못했습니다. 다만 과실비중은 정부와 지자체 8, 스타트업 업계 2가 아닐까 합니다.

8의 과실부터 보겠습니다. 8의 과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뻣뻣함'입니다. 물론 택시업계 등 기존 사업자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이 스타트업과 같은 신사업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그러나 시대가 어떤 시대입니까. 언제까지 예전 방식만 고수할겁니까? 특히 서울시는 이럴거면 공유경제 이야기를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토종 플레이어'라는 경계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카풀앱 서비스부터 볼까요? 우버는 국내에서 우버택시 서비스를 철수시켰지만 우버이츠, 우버쉐어 등 다양한 파생 플랫폼을 들고 야금야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덩치가 크고, 글로벌 시대에 맞춰 외연을 확장하며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우버택시가 막히면 우버이츠가 있는 등 플랜B가 있다는 거에요.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은? 하나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지경입니다. 여기서 정부의 뻣뻣함이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무너질까요? 또다른 카풀앱인 티티카카가 최근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합리적인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우버쉐어 런칭. 출처=우버

2의 과실도 있어요. 너무 안일합니다. 목숨을 걸었는데 왜 예상가능한 리스크를 무난하게만 넘기려 하나요? 지금도 기억납니다. 지난해 7월 풀러스 기자회견에서 법적인 문제를 질문하자 매우 인상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당시 풀러스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만 실시되고 비용도 낮아서 기존 운수업자들이 반발할 이유는 없어요”라든가 “어차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운수업자들의 영역과 겹치지 않아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기에 불법논란에 질문하자 "법무법인에 따르면 불법이 아니라는 결론이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사실 불법이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사업은 거의 없잖아요? 법무법인도 합법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불법이라는 것은 생각하기 싫었겠죠. 그러나 현실은 냉정합니다. 특히 민감한 영역, 기존 사업자가 포진한 곳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아쉽습니다.

스타트업이 한국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에는 반대합니다. 세상은 하나의 의지로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것이 대의에 가까워도 마찬가지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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