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인사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사장단 인사를 마친 후 빠르게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다만 10일 전후로 예상되는 개편의 폭은 상당히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2년 만에 하는  임원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위촉업무 변경 4명 등 총 14명 규모의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용퇴를 결심한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임명되었으며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전자 CR담당 부회장으로,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도 삼성전자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으로 각각 임명됐다. 3대 부문장에 모두 엔지니어 출신의 50대 사장이 포진했고 3분기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에서 사장 승진자가 4명이 나왔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정현호 전 사장(CEO 보좌역)이 복귀해 미니 미래전략실로 불리는 사업지원TF 사장에 임명됐다.

재계에서는 임원인사도 사장단 인사에서 드러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먼저 젊은피 기용이다. DS부문 김기남 사장, CE부문 김현석 사장, IM부문 고동진 사장 등 전원 50대 경영진으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7세에 불과하다. 사장으로 승진한 7명의 평균 나이도 55.9세며 시스템LSI사업부장인 강인엽 사장은 1963년생 54세다. 이런 이유에서 사상 최대의 개편 가능성이 점쳐지는 임원인사도 젊은피 중심으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윤부근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하며 후진양성에 방점을 찍은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김기남 사장이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하고 고동진 사장이 무선사업부장에도 오르며 김현석 사장도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하며 확대개편된 삼성리서치를 이끌게 된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각자 부문에서 핵심 조직을 이끄는 부문장들이 연구개발 조직을 동시에 끌고간다는 것은 기술중심, 연구개발 중심의 조직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임원인사의 기술지향 방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이 이끌 사업지원TF에 어떤 임원이 합류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현재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콘트롤 타워가 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 공백과 더불어 큰 그림을 그리는 조직이 사라지면 당연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하만까지 인수해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은 제대로 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에 특화된 제대로 된 리더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해 젊어진 사장단의 후방지원에 나서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이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책임경영을 강조한 이재용 부회장의 뜻과 연결된다. 다만 초기 이상훈 사장이 이사회를 사실상의 미니 미전실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은 깨졌으며, 복귀한 정현호 사장의 사업지원TF가 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업지원TF는 최고경영자 보좌역이다. 각 부문의 최고경영자를 보필하며 이들의 소통과 협력을 끌어내는 역할로 해석된다. 그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의 미래를 설계하는 콘트롤 타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과거 미전실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사업지원TF에 합류할 것이냐가 관건인 이유다. 과거 미전실 수준의 위상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삼성전자의 두뇌에 합류하는 인사를 보면 미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중현 부사장과 김용관 부사장 등이 정현호 사장과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과거 미전실 직원들은 해체 후 각 계열사로 복귀했다. 이 중에서 30명 정도가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왔기 때문에 미전실을 경험한 이들이 사업지원TF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