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일(현지시간) 2%대 상승률을 보이는 강세를 이어갔다. 수요 증가와 미국의 산유량 감소,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재연장 기대로 미국산 원유는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했고 글로벌 기준유는 62달러 고지를 뚫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유가는 2년 만에 최고수준을 보이면서 배럴당 60달러가 바닥가격, 최저가를 이루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2%(1.10달러) 오른 55.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7월2일 이후 최고가다.WTI는 주간으로 3.2% 올랐다. 4주 연속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올랐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 인도분은 2.4%(1.45달러) 뛴 62.07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이번 주 3.2% 상승하는 전년 동기에 비해 34% 상승했다.

이날 유가는 미국의 산유량 둔화, 원유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과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원유감산 시한을 재연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합쳐져 상승 탄력을 받았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선임 시장 분석가는 마켓워치에 “이날 장후반 유가 상승의 결정타는 미국 원유채굴기 숫자의 대폭 감소”라면서 “이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원유수요와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가 유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타일러 리치 세 번스리포트 공동평집장은 마켓워치에 “석유수출국기구의 강력한 수사가 주목을 받지만 글로벌 수요 증가기대와 8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생산둔화가 현재 유가의 논거가 되는 두 개의 핵심 축”이라고 말했다. 리치는 “시장은 OPEC의 유효성에 대한 신뢰를 마침내 갖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유전정보 제공업체 베이커휴즈는 이날 주간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수가 8개 감소한 729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천연가스를 포함한 총 채굴장비수는 11개 감소한 898개였다. 가동 중인 원유채굴기는 최근 5주 중 4주 동안 감소했다.

가동 중인 채굴장비 수가 준 만큼 생산이 크게 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 증가 속에 공급이 감소한다면 미국산 원유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는 지표 호조가 보여주는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원유수요가 계속 늘 것임을 예고한다. 공급관리협회(ISM)의 10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 59.8에서 60.1로 상승했다. 이는 2005년 8월 이초 최고치다. 시장전망치 58.1을 웃돌았다.

진 맥길리언 트러디션 에너지 시장조사 매니저는 “시장에서는 감산 연장과 견고한 수요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서 “세계 경제도 상황이 좋아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생산 소비기지로 자리잡은 중국의 9월 원유 수입이 하루 평균 900만배럴을 기록했다. 미국 수입량보다 많은 수치다. 제프리 투자은행은 “중국의 원유 수요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린은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에서 무장 민병대가 휴전에 합의를 종식할 것이라는 블룸버그통신 보도도 유가 상승에 일조했다”면서 “무장 민병대가 유전 시설 공격을 재개하면 주말게 유가상승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OPEC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는 내년 3월 말인 시한을 넘어 내년 말까지 재연장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2일 “필요하다면 감산합의를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원유 트레이더들은 OPEC이 30일 비엔나회의에서 이를 연장할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유가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OPEC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유가 상승의 동력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린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미래도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부채 11억달러의 원금만 상환하고 채무이행을 중단하고 해외 채권단과 부채 재조정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모든 해외 부채에 대한 완전한 재조정을 요구한다"면서 "미국의 금융 제재 때문에 새 자금 조달 길이 막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8월 베네수엘라 정부가 초헌법적인 '제헌의회'를 만든 직후 미 금융권이 베네수엘라 정부, 국영기업과 채권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달부터 7개 채권 금융기관에 대해 5억9000만달러의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이 채권은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부도를 면할 수 있었지만 이날 채무 재조정을 선언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도는 더욱 떨어지게 됐다.이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고용황 원유에 섞어 팔 미국산 저유황 원유 수입 자금은 물론 유전 유지보수에 필요한 장비와 화공약품 수입을 하지 못하면서 산유량이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제재탓에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지난 1년간 2만배럴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 다시 24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의 분석가들은 이날 발표한 투자자 서한에서 “지금 시장 분위기를 망칠 조짐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 원유 재고는 감소하고 있고 감산을 약속한 국가의 대표들도 합의가 재연장될 것이라는 시장기대를 확인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