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드래곤볼 카이(改) 방송화면 캡쳐

만화 <드래곤볼Z>에서 주인공 손오공은 최강의 적 ‘마인 부우’와 싸우기 위해 라이벌이자 동료인 베지터와 몸을 합친 존재 ‘베지트’가 되고, 강한 두 전사의 힘이 합쳐진 베지트는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마인 부우를 제압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주체가 힘을 합쳐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힘을 합친 두 주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효과를 도모하는 것은 마케팅 업계에서도 흔하게 있는 일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협업(Collaboration) 마케팅’이라고 한다.

협업 마케팅(혹은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은 수요층이 겹치는 두 개 이상의 제품이나 브랜드들이 함께 진행하는 마케팅이다. 마케팅 비용은 브랜드들이 나눠서 분담하지만 각 브랜드에 분산된 인기나 인지도를 하나로 합칠 수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비용은 절반, 인지도는 두 배’가 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기존에 있었던 것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특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협업 마케팅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들에게 더욱 각광받고 있다. 
 
협업 마케팅의 진화 ‘합종연횡’ 

과거의 협업 마케팅은 주로 동종업계 혹은 유사한 제품군의 협업이 이뤄졌다면, 최근의 협업 마케팅은 업종이나 제품의 종류, 브랜드를 불문하고 수많은 조합을 만들어내며 변화하고 있다. 외식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 식품 브랜드와 의류 브랜드, 주얼리 브랜드와 스포츠 의류 브랜드, 만화 콘텐츠와 금융사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합한 경우의 수를 만들 수 있다.

식품 기업 농심은 삼성물산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협업으로 자사의 장수 브랜드 과자 ‘새우깡’의 이미지를 활용한 여름시즌 한정판 패션 의류아이템 45종을 선보였다. 식품기업 빙그레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FILA)와 협업해 아이스크림 ‘메로나’ 운동화를 선보였다. 롯데제과는 LF의 여성복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협업해 아이스크림 ‘죠스바’ 의류를 선보였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주얼리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해 만든 운동화 '맥스97 스와로브스키'를 선보였다.

▲ SC제일은행 마블 에디션 카드. 출처= SC제일은행

최근에는 문화의 파급효과가 중요해지면서 문화 콘텐츠 브랜드와 이종 산업 간 협업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에 맞서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와 협업한 체크카드를 선보였고, SC제일은행은 영화 제작사 마블(MARVEL)의 히어로 영화 디자인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 배스킨라빈스 박카스맛 아이스크림. 출처= 배스킨라빈스

그런가하면 협업 마케팅은 동일 제품군 내에서도 이뤄진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동아제약과의 협업으로 자양강장제 ‘박카스’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과유불급 ‘끔찍한 혼종’ 

▲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쳐. 출처= CJ E&M

협업 마케팅에 ‘무엇’과 ‘무엇’이 협업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법칙은 없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의 상식을 벗어난 무리수 협업이나 조합은 마케팅 역효과와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물론 기업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단순히 한 순간의 재미를 주기 위해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파격을 시도하다 본전도 못 찾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 소위 말하는 ‘끔찍한 혼종(混種)’이다.

경영 컨설팅 업체 메타밸류 이상종 대표는 “협업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 당대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들의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선호는 시시때때로 변해 상식을 벗어난 파격과 협업 마케팅의 경계는 항상 모호하다”면서 “두 브랜드를 무턱대고 섞는 것이 아닌 소비자 선호와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적절히 파악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