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낭만적이고, 도덕적이며, 다소 형이상학적 철학적이라고 느껴지는 명제다. 너무나 당연해서 민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당연한 이치를 쉽사리 잊어버린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점수에 의한 결과로 말해야 하고, 그걸 통해 경쟁했으며, 승리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를 얻기까지 어떠한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해왔고, 직장에서도 이런 패러다임은 변함없이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평가’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오던 개인 평가와 측정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분명 이유는 있었다. 비즈니스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었던 그들은 수년 동안 자리 잡았던 실적 및 성과 중심주의의 조직문화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바라는 진짜 성과가 저해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변했고,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졌고, 내부 경쟁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좋은 결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거의 일 처리 방식은 환영받지 못했고, 외부의 적도 모자라 내부의 누군가와 전쟁과도 같은 경쟁을 벌이는 것, 이를 종용하는 간부들은 개인 및 조직 관점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 이상 쪼이기를 통한 억지로 끌어낸 열정으로는 성장은 물론이고 생존 또한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예정된 결과를 기대하고서 행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과정을 즐긴다는 것은 이점이 있다. 첫 번째, 자기 의지에 의한 성장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그저 결과일 뿐이다. 그 결과로 인해 조직 또는 개인이 성장했음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 시행착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에 유사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일은 결코 ‘단발성’이 아니다.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그리고 일과 일 사이의 연속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 안에서 수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과정을 수정하고 다시 또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이 필라멘트 개발 당시에 “이렇게 하면 망하는구나”를 하나씩 깨우치면서 성공에 가까워졌다고 하니, 그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세 번째, 도전과 시도가 적절히 혼용될 수 있다. 일의 연속성에서 과정을 즐긴다는 것은 그 과정 자체를 여러 번 다른 방법으로 하는 ‘시도’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번 실행하는 ‘도전’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같은 결과를 두고 다른 시도를 통해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은 개인 또는 조직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성공 경험은 실패 경험 못지않게 중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보기 위한 과정의 다양한 선택은 필수적이다.

네 번째, 조직 또는 개인이 가진 핵심 역량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누구나 지금 하는 일을 자신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이는 많지 않다. 과정을 즐기는 이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늘 합리적 근거를 가진 긍정을 무기로 가지고 있다. 자신이 만든 결과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과 가치를 인지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국, 과정 자체를 즐기는 이는 결과만을 쫓는 이를 쉽게 이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일의 연속선상에서 과정을 즐기는 것은 타인과 더불어 생존하겠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혼자 살아보겠다는 것은 시장 및 조직의 생존원리와 질서는 무시하는 것으로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면, 결국 그 물 속의 다른 생명체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을 다시 그 미꾸라지가 고스란히 받게 된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과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배려하며 일하는 것은 온전히 과정을 즐기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후에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으로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가져야 할 생각과 자세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