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로 얼어붙은 한중관계가 최근 해빙모드를 맞이한 가운데 최태원 SK 회장이 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베이징 포럼 2017’개막 연설을 통해 “중국과 한국, 나아가 아시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사회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올해 14회를 맞이한 베이징 포럼은 SK가 설립한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베이징대와 함께 주최하는 국제학술포럼이다.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탄 한중관계와 무관하게 두 나라의 민간외교의 장으로 꾸준한 존재감을 발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고등교육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거의 매년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블라드미르 루킨(Vladimir Lukin) 전 러시아 하원 부의장, 에삼 샤라프(Essam Sharaf) 전 이집트 총리, 야사르 야키스(Yasar Yakis) 전 터키 외무 장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도 참석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축하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에서는 박인국 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등 학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문명의 화해와 공동번영 : 세계의 가치와 질서’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양극화 현상을 지적하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차이가 점점 벌어져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늘날의 사회문제는 이미 정부와 시민단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기업과 사회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 출처=SK

최 회장의 발언은 한국은 물론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심 아젠다를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은 고도성장기에서 중속성장기로 넘어오며 경제의 양극화가 화두로 부상했으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25일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오는 2020년 양극화 문제 해결을 포함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중화민국의 중국몽(中國夢)을 구체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이어 최 회장은 “SK는 사회적 가치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고 선언한 뒤 구체적 실천방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는 기업과 우리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 이 길 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변화에 발맞춰 바꿔야 할 가치가 있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데, 사회적 가치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치이자 지켜야 할 가치”라며 “중국과 한국, 아시아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최근 시진핑 주석이 연임하고 중국인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한중 관계가 1년여동안 경색됐으나 양국이 이전의 우호적인 관계를 복원키로 한 만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신속하고 깊이 있게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언급한 사회적 가치를 다루는 세션은 개막일인 이날부터 폐막일인 오는 5일까지 사흘 내내 심도 있게 진행된다. 특히 이들 세션에는 크리스토퍼 마퀴스(Christopher Marquis)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교수, 차오 구오(Chao Guo) 펜실베니아대 교수, 이치로 츠카모토(Ichiro Tsukamoto) 메이지대 교수 등 10여명의 석학들이 패널로 참석한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전무)은 “최태원 회장은 SK가 창출하는 가치 중 사회적 가치의 비중을 늘려가겠다고 수차례 공언했고, 이를 경영철학으로 실천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영철학이 아시아 전체로 확산되어 화해와 공동번영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