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게시판에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사회초년생이 직장에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대부분 상사와의 갈등이나 연봉의 불만족, 직장 동료와의 업무처리 등을 토로하는데, 뜻밖에도 직장 내에서의 옷차림 문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이 여성은 취업이 된 기쁨에 전문직 사람들의 옷차림이라 생각되는 재킷과 스커트, 바지 등의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그런데 출근한 지 채 며칠이 되지 않아 이 여성은 자신의 옷차림이 남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복도에서 옆 부서의 팀장이 신입사원 면접은 위층이라고 알려주는가 하면, 회사 구내식당에서는 외부인은 출입이 안 된다는 말에 직원 카드를 꺼내서 보여줘야만 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면접을 보러 온 신입사원으로 착각한 것은 웃어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부서의 동료들이 “오늘 업무 끝나고 무슨 행사라도 있냐?”고 하거나 “정장으로 입고 다니면 매니저로 금방 승진되는 줄 아나 보지” 등 비아냥거린 후에는 자신이 회사의 드레스코드를 잘못 이해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금요일만 청바지가 허용되는 캐주얼 프라이데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동료들은 일주일 내내 청바지에 셔츠나 스웨터 복장이었다면서, 이 여성은 자신이 옷차림을 바꿔야 하는지 반문했다. 그녀는 자신이 입은 옷을 직접 사진까지 찍어 올렸다. 만일 한국의 직장이었다면 당연히 누구나 입는 일반적인 정장이었는데 미국의 회사에서는 놀림거리가 된 셈이다.

미국인들의 옷차림은 한국에 비해서 굉장히 ‘자유분방’한 편인데 이것이 과도해지면서 너무나 격식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후줄근한 티셔츠나 스웨터, 그리고 꾸깃한 청바지인 경우가 많다.

대학생들의 옷차림은 천편일률적으로 몸에 딱 붙는 청바지나 레깅스, 티셔츠나 스웨터다.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사무실 밀집 지역의 점심시간처럼 양복을 입은 대군단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인들이 처음부터 캐주얼한 차림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미국 직장에서 양복과 넥타이는 일종의 유니폼이었고 여성들은 스커트와 하이힐이 주류였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거나 학교를 가거나 심지어 공사장에서 일하더라도 모두 재킷과 바지 등 정장 차림이었다. 그런데 1910년대와 20년대를 거치면서 스포츠웨어와 반바지가 도입되면서 점차 캐주얼 의류에 맛을 들였다. 이후 1950년대 여성들이 치마 대신 바지를 입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패션은 무서운 속도로 캐주얼하게 변했다.

물론 자유로움과 실용적이라는 미국 특유의 문화와도 캐주얼 의류는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1980년대부터 시작된 IT산업의 발전과 함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근무하는 IT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의 복장도 더욱 자유로워졌다.

애플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유니폼이라 불리는 복장은 검정색 스웨터에 청바지로, 신제품 프리젠테이션 때마다 이 차림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캐주얼한 모습이 IT기업 CEO의 모범적 이미지로 굳어져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도 매번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오면서 CEO는 양복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앞서 소개했던 사회초년생의 고민에 달린 답변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입는 것이 맞다”고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의 캐주얼한 복장의 탄생이 미국특유의 ‘자유’에 기인한 것이라면 동료가 격식을 갖춰 입는 것도 그의 ‘자유’일 테니 자연스레 받아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격식 갖춘 옷을 입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또 다른 관용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