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인공지능으로 일자리 230만개가 창출되고 180만개는 소멸된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자리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그나마 희망적인 말입니다.

여기서 궁금합니다. 사라지는 180만개의 일자리는 무엇일까?

엄청나게 다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모조리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현재의 흐름에서 힌트는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017년 인공지능 일자리 열전. 아직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또 익숙한 것도 있고 '이런 인공지능도 있어?'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습니다.

 

바둑두고 스타하는 인공지능

알파고 쇼크 덕분에 인공지능과 바둑의 연결고리가 강해졌죠. 잘 알려져 있는 인공지능입니다. 바둑두는 인공지능. 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입니다.

사실 알파고는 3개의 버전이 있습니다. 먼저 알파고 리(Lee).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바로 그 알파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를 통해 알파고 리의 실력을 봤을겁니다. 다음으로는 알파고 마스터(Master)입니다. 중국의 커제 9단을 이긴 버전이에요.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 마스터는 알파고 리와 겨뤄 100전 100승을 거뒀다고 합니다.

마지막이 바로 최근에 나온 알파고 제로(Zero)입니다. 기보 16만건을 제공받은 이전 알파고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한 무서운 인공지능입니다. 강화학습으로 바둑을 스스로 깨우쳐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는 후문입니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 리와 알파고 마스터도 알파고 제로의 앞에서 추풍낙엽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 알파고 리와 이세돌 9단 대국. 출처=구글

최근 올림픽에 e 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넣을지를 두고 최초의 의견교환이 있어 눈길을 끌었죠? 여기서도 인공지능이 등장합니다. 스타 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도 있거든요. 지난달 31일 세종대학교는 '인간 대 인공지능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펼쳤습니다. 세종대 재학생 2명과 세계 1위 프로게이머 송병구가 인간 대표로 출전했고 인공지능 진영에서는 호주의 ZZZK와 노르웨이의 TSCMOO, 페이스북의 체리파이와 세종대가 개발한 젤나가 등이 나섰습니다.

송병구 선수는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전승을 거뒀고 재학생 대표도 한게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공지능 프로게이머는 저그 종족을 골라 무의미한 초반 드론러쉬를 거듭했다고 하네요. 스타크래프트는 아직 인간이 더 잘하는 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인공지능과 스타 크래프트 경기에 나선 인간 대표. 출처=세종대학교

그림 그리고 작곡하는 인공지능

독일 뮌헨에서 지난달 열린 ‘GTC 유럽(GTC Europe)’ 행사에서 캠브리지 컨설턴츠(Cambridge Consultants)의 딥러닝 기반 애플리케이션인 빈센트가 공개됐습니다.

어디에 쓰는 인공지능일까요? 기본 스케치만 제공되면 미술대가의 스타일로 예술작품을 완성시키는 인공지능입니다. 캠브리지 컨설턴츠의 인공지능 연구실인 디지털 그린하우스(Digital Greenhouse)가 수천 시간을 들여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5명으로 구성된 팀은 두 달 만에 빈센트 데모를 구축했다고 하네요.

▲ 출처=엔비디아

간단한 스케치만 제공하면 바로 대가의 작품을 재연한다고 합니다. 저만 추억의 화가 밥 로스가 생각나나요? "참 쉽죠?"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림을 그려버리는 털보 아저씨가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습니다.

음악도 작곡해요. 구글은 지난해 '마젠타 프로젝트(Magenta Project)'를 통해 인공신경망이 음악을 제작하는 장면을 시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구글 브레인 팀의 예술 부문 그룹인 그레이 에어리어 파운데이션(Gray Area Foundation)이 주축이 되어 딥드림(DeepDream)으로 초현실 이미지를 구현, 음악을 창조해냈다는 설명이에요. 당시 마젠타 프로젝트는 약 80초 분량의 피아노 곡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KOCCA는 서울 동대문구 홍릉 KOCCA 콘텐츠시연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융합형 콘텐츠 협업 프로젝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의 쇼케이스를 열었습니다. 이 중 인공지능 개발자와 공동으로 음악을 작사·작곡한 팀 ‘몽상지능(Daydream Intelligence)’ 노래가 눈길을 끌었어요. 네. 인공지능이 작사하고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음악 멜로디와 가사, 소설 데이터를 AI에게 입력하고 멜로디와 가사 모델을 생성합니다. 이후 인공지능이 마무리 작업을 한 후 다시 음악 전문가들이 손을 보는 일종의 협업이에요.

▲ 출처=KOCCA

관상을 보고 자살위험자 찾는다?

이제부터는 약간 특이한 직업군입니다.

송강호 이정재 주연의 영화 <관상> 공식 포스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조선의 운명, 이 얼굴안에 있소이다' 한명회의 역사적인 명대사를 패러디한 글귀인데요. 사실 관상이라는 영역에 대해서는 과학적 추론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소위 관상을 보는 인공지능입니다.

 

▲ 영화 관상 포스터. 출처=영화사

문제는 이 인공지능의 관상법이 희한하게 동성애자를 '식별하는 것'에 집중된 대목입니다. 찾으라는 역적이나 찾을 것일지 왜 갑자기 동성애자를 찾는 것일까요. 자세히 보겠습니다.

영국의 BBC는 지난 9월11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마이클 코신스키 연구팀이 개발한 동성애자 판별 인공지능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인터넷 데이트 웹사이트에 등록된 사진 3만5000여장과 이들이 밝힌 성적 취향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외모에서 동성애자 특징을 파악하는 인공지능이라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하면 얼굴을 인식한 후 그들의 성적 취향을 따로 취합, 두 데이터를 비교해 공통점을 찾는 방식으로 동성애자를 얼굴을 보고 판명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우선 백인들만 대상으로 했으며, 사람들은 데이트 웹 사이트에 주로 포샵(포토샵 처리)된 사진을 올리거든요. 모 데이터가 오염된 상태에서 기계적인 데이터 대입은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나아가 얼굴만으로, 관상만으로 동성애자를 판명하겠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로 보이기도 합니다.

범죄자를 관상으로 가린다는 인공지능도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 후샤오린과 장시 연구원은 지난해 범죄자의 얼굴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조합, 소위 '범죄형 얼굴'을 식별하는 솔루션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인공신경망이 89.5%의 정확도로 범죄자 얼굴을 가려냈다고 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범죄자는 입술 곡률이 평균보다 23% 크고 눈 사이 거리가 6% 짧으며 코끝과 입술 양쪽 끝이 각도가 평균 20도 낮다고 합니다.

그냥 봐도 헛점이 많아 보이는 인공지능입니다. 거울을 봤습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자살 위험을 미리 가려내는 인공지능이 더 생산적으로 보입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의 마르셀 유스트 교수팀은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에 "인공지능으로 90%의 자살 고위험군을 가려냈다"고 밝혔습니다. 뇌 영상을 분석해 자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마르셀 유스트 교수팀은 이 인공지능으로 자살 위험군을 91% 수준으로 판명했고 이들 중 실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94%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3D 피팅룸. 출처=에프엑스기어

면접도 보고 코디도 하고..또 뭐?
저도 몇 년 전에는 취업 준비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주는 아니었으나 가끔 면접장에서 소위 '꼰대질'하는 면접관을 만나면 웃으며 그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웅장한 각오를 밝히는 한편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내가 어떻게든 성공해서 너 자식의 면접관이 되어주마'

그런데, 이제 면접관도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나가사키 겐이치 인사 본부장은 최근 실시한 인공지능 면접관의 성과를 공유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미리 입력한 후 지원자의 성적과 면접을 자동으로 기입, 빠르게 평가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불합격 통보를 내려도 사람 면접관이 다시 한 번 살핀다고 하니 완전한 방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도 한계는 많습니다.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방식이 아직은 지나치게 기계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성품, 감정적 흐름 등을 잡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면접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나가사키 겐이치 본부장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면접을 보고 합격과 불합격을 정하는 데 1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열심히 공부하고 수학능력시험 하루에 인생이 결정되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 사회인으로 결정되는 시간은 15초라고 하네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코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국내 가상, 증강현실 기업인 에프엑스기어가 주요 백화점에 3D 피팅룸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인공지능을 삽입해 옷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고민하는 방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이 하는 일은 참 많습니다. IBM 왓슨처럼 의사 도우미 역할을 하거나 B2B 데이터 정제에 나서는 한편, 스마트 스피커에 들어가 램프의 지니가 되는 인공지능도 있습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도 눈길을 끌고 있으며 사진 촬영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요리하고 장 봐주는 인공지능이나 병원 간병인 인공지능도 있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섹스돌(섹스인형)에 인공지능을 연결하려는 충격적인 시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부족합니다. 부족하지만 조금씩 인공지능은 자신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는 시대도 온다고 하는데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약간 두렵기도 합니다.

부디 180만개의 사라지는 일자리에 기자가 포함되지 않기를 원하며, 그래도 가능하다면 이 지옥같은(?) 직업을 제 자식들이 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있으니 한 30년 후에야 기자 직군이 사라질 것을 기원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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