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거 왜 가입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한 창구 관계자는 이렇게 물어왔다. 청년희망펀드를 가입하러 왔다고 하자 직원의 눈빛엔 의문부호가 잠시 떠올랐다 사라졌다. 컴퓨터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보고 “청년희망펀드 가입문의가 들어왔다”며 대여섯번의 통화를 마친 후에 상품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올해 들어서 펀드 가입을 하겠다고 한 사람은 기자가 처음이었다.

청년희망펀드 상품 설명서를 볼 수 있겠냐고 묻자 이번에는 옆 창구 직원까지 총 출동해 내용을 찾았다. “이게 나온지 오래된 상품이라...” 당황한 직원의 말에 그러려니 하고 웃었다. 2015년 펀드 조성 당시 3개월만에 기부자수는 9만 2463명을 돌파했지만 이듬해 기부자수는 고작 775명에 그쳤다. 1년 새 반의 반의 반토막도 더 나버렸으니 아마 올해 기부자 수는 그보다 훨씬 쪼그라들었을 터다. 찾는 사람이 없어지다보니 매일같이 상품을 판매하는 창구 직원의 기억에서도 잊힐 만 하다.

청년희망펀드. 모두의 기억에서 잊힌 그 이름을 다시 꺼낼 때가 됐다. 지난달 30일 기준 청년희망펀드의 누적기부금액은 1463억 2087만원에 육박한다. 이중 청년희망재단이 직접 모금한 돈은 약 1026억원, 시중은행이 모은 돈은 약 437억원이다. 이토록 거대한 돈이 모였음에도 청년희망재단의 실적은 초라하다. 설립 후 2년간 재단이 내놓은 수혜인원 수는 8만 9246명으로, 이 조차도 실제 취업자 수가 아닌 면접비 지원∙특강∙멘토링 등 간접 지원을 받은 이들이 절반 이상 섞여있다. 2년간 사용한 기부금도 89억여원에 불과하다.

청년희망재단은 ‘글로벌보부상’, ‘실리콘밸리프로젝트’, ‘온리원(Only-One)인재채용’ 등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한 사업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처참했다. 청년희망재단이 지난해부터 올해 8월말까지 지원한 청년 수는 7만 4593명이지만 그 중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겨우 4743명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취업자 수 집계에는 인턴직∙계약직 등 ‘질 낮은’ 일자리도 대거 포함됐다. 청년희망재단의 사업을 통해 재단으로 취업한 이들도 8명이나 돼, 결국 제 식구 불리기에 국민 기부금을 사용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재단에 물었다. 조성된 기부금 규모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이 사용된 것이 아니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사업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어서 그런 것이며, 기부금 운용은 검증을 통해 차차 늘려나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연히 그 말도 이해는 갔다. 국민과 기업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펀드는 2015년 9월 조성을 시작했고 재단은 한 달 뒤인 10월 출범했다. 올해로 두 살을 맞이한 이들에게 ‘사업 초기’, ‘시행착오’ 따위의 문구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고용부장관은 “청년희망재단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고, 국회와 논의해 폐지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청년 5명 중 1명은 일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시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청년희망재단의 원 취지는 너무도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본래 취지를 잃은 재단의 현주소는 그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희망재단’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