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혁명’이라는 강한 표현이 들어가는 걸 보니 뭔가 상전벽해(桑田碧海)할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인 듯하다. 이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지만, 이 ‘혁명적인’ 변화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영역 파괴다. 통신-IT기술은 모든 산업의 명확한 구분은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유통(Retail)과 물류(Logistics) 산업이다.  

최근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유통-물류 산업 간 융합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 6가지를 소개한다. 

1. 크로스보더(Cross-Border): 국경은 무의미! 

크로스보더(Cross-Border)는 ‘국경을 넘는’ 이라는 뜻의 영단어다. 이를 산업에 적용시키면 해외로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반대로 전달받기도 하는 형태의 사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상품의 해외 교역이 이뤄지는 무역업,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는 물류업계에서 많이 쓰였던 표현이었다. 그랬던 크로스보더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로 인해 이제는 유통업계에서도 흔히 쓰이는 표현이 됐다.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성장으로  기업(혹은 판매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크로스보더는 물류-유통업계를 아우르는 키워드가 됐다. 

2. 풀필먼트(Fulfillment): "보관부터 배송 직전까지"

풀필먼트(Fulfillment)는 상품이 판매된 이후 보관 창고(물류센터)에 입고되고 배송을 위해 출고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본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과거에는 주로 물류업계에서 사용되던 말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유통업계까지 확대된 개념이 됐다. 풀필먼트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되는데 오프라인에서 재고관리, 선별, 포장, 출고를 처리하는 오더 풀필먼트(Order Fulfillment), 그리고 이 개념이 온라인 마켓에 적용되면서 고객 주문들의 데이터와 배송을 연계해 나온 개념이 이커머스 풀필먼트(E-commerce Fulfillment)다.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 고객 주문을 정확히 이행하기 위한 물류 처리 과정은 한 번에 배송되는 대량의 재고를 관리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와 차이가 있다. 

이커머스 풀필먼트는 수백만 건의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개별 상품을 포장해 배송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데 있어 더욱 섬세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커머스 풀필먼트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아마존의 풀필먼트 시스템 ‘FBA(Fulfilment By Amazon)’다.

▲ SK플래닛 11번가 이천 물류센터 내부. 출처= SK플래닛

3. 라스트마일(Last-mile): “끝이 가장 중요하다!” 

라스트마일(Last-mile)은 사형수가 형장으로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뜻하는 그린마일(Green- Mile)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시점으로는 풀필먼트 이후의 단계다. 통신업계에서는 이를 통신 신호를 최종 수요처인 가정이나 회사까지 전달하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뜻으로, 물류업계에서는 배송 상품을 고객의 손에 배달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뜻하는 말로 쓰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었지만, 전자상거래의 확대로 인한 물류 물동량의 증가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무사히 전달하는’ 것이 유통업체들에게도 하나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온라인 마켓, 대형마트 등 유통 업체들의 당일배송, 신선식품 배송, 묶음배송 등 배송 서비스 개선도 라스트마일의 일부분이다.       

4, 콜드체인(Cold Chain): “신선함을 지켜라”

과거의 물류·보관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신선식품의 운송이 저온(低溫) 냉동·냉장의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콜드체인(Cold Chain)은 신선 상품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기술 혹은 그를 위한 시설을 의미한다. 냉동·냉장 보관이나 운송은 과거 물류업계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사업 분야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유통업체들도 신선식품을 직접 산지에서 매입하고, 이를 보관하기 위한 자체 냉동냉장 보관 시스템들을 갖추면서 확대됐다.  
  

5. SCM(공급체인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 

SCM이란 제조-물류-소매점에 이르는 유통망 관리를 의미한다. SCM은 Supply-Chain-Management의 앞글자를 딴 말로 ‘공급사슬관리’로 부르기도 한다. SCM은 생산에서 최종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품 정보와 자금 흐름을 공유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정보 체계다. 제조-물류-유통에 관련된 모든 업체가 공동으로 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재고를 최적화하고 납품 기일을 줄이는 전략적 접근이다. 이를 통해 물류업체는 물류, 보관비용을 줄이고 유통업체는 상품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한다. 

6. 3PL, 4PL: “물건은 내가 팔 테니, 배송을 ‘잘’ 부탁해!”  

3PL(3자물류·Third Party Logistics)는 물류 관련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업무를 물류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산자와 판매자의 물류를 제3자가 통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 부문을 아웃소싱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전문 물류회사가 제품 생산 공정에서부터 고객에 이르는 전 단계를 효율화하는 것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3자물류는 화물을 보유한 업체(화주)와 1년 이상 장기간 계약해 제휴를 맺고 다수의 물류기능을 하나로 묶어 통합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물류와는 다르다. 

4PL(4자물류·Forth Party Logistics)는 3자물류가 확장된 개념으로 기존 3자물류 서비스에 IT 기술을 적용시켜 물류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제4자 물류 서비스 공급자는 광범위한 물류 공급 체계를 이해하고 기술, 자료를 통해 물류의 흐름을 관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