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기수 한국C&S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욕심을 내지 마라, 늦더라도 내실을 단단히 하면 누구나 장수기업을 이룰 수 있다.”

광주광역시 첨단산업단지에 있는 한국C&S(Chemical & System)를 이끄는 나기수 대표의 말이다. 작지만 단단한 기업을 지향하는 나 대표는 1987년 화학 원료인 윤활유첨가제 수입총판으로 한국C&S를 설립해 39년 동안 화학에만 주력해온 장수기업을 이룩해냈다.

나 대표의 한국C&S 창업 계기는 특별하다. 나 대표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뛰쳐나왔다”면서 “이후 지인의 소개로 미국의 윤활첨가제 대리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회사를 처음 시작한 나 대표는 곧장 업무전략을 바꿨다. 수입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기술이 담긴 제품을 개발해 제조업 시장에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 당시 광주에는 제조업체가 한두 군데밖에 없었고, 윤활첨가제를 만드는 곳은 전무했다.

▲ 광주광역시에 첨단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C&S.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제조업으로 전향한 나 대표의 행보는 녹록지 않았다. 제품을 개발할 인력이 없던 나 대표는 국내외 여러 화학제품 기술자들을 찾아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결국 나 대표는 금호타이어에 수입제품과 비교해 가격을 50%로 낮춘 국산 제품을 함께 개발하자고 제안했고, 금호타이어는 이를 승낙했다. 나 대표는 “1만2000원에 수입하던 윤활제 제품 대신 우리 기술로 개발한 제품으로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춰 4800원에 공급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본격적인 한국C&S의 행보가 이어졌다. 회사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판매 영역을 전국으로 넓혔고, 급기야 세계 무대에 진출했다.

▲ 나기수 한국C&S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나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3가지 철칙을 지켰다. 그의 철칙은 ▲자금은 어음 없이 현금으로 집행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하고 다양한 거래처를 두고 있으며 ▲인재는 나이와 성별 구분 없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39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당좌와 어음은 단 한 번도 발행하지 않았다. 모든 자금 집행은 자신의 눈으로 내역을 확인해야 했고, 결제는 전부 현금으로 집행하는 철저한 자금운영 방식을 고집했다.

그 결과 신용등급 A 기업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건전한 자산관리를 통해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회사의 자본 건전성은 외국 기업과 거래 계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C&S는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공시 기준으로 지난 2015년 말 총 자산은 49억6208만원, 자본총계는 44억1722만원이다.

굳건한 자본 신념을 지닌 나 대표는 한국C&S만의 특별한 제품 개발을 위해 수많은 수입재를 혼합해서 가공해 연구했다. 그 결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C&S는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타이어 이형제는 물론 특수페인트, 타이어몰드패터닝 고무까지 모두 직접 만들고 있다. 또 이 중 타이어몰드패터닝 고무는 국내 유일의 독점기술로, 글로벌 시장 경쟁업체는 미국 스무스원(Smooth One)이 유일하다.

나 대표는 “타이어몰드패터닝 고무에 사용되는 경화제는 세계 최초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라면서 “자연 친화요소도 고려해 친환경 제품으로 만든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제품 거래처를 두고 제품 거래가 끊이지 않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상품이 무너지는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 한국C&S 공장 내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물론 한국 C&S의 뛰어난 기술력 뒤에는 출중한 인재들이 존재했다. 한국 C&S의 총직원 수는 15명으로 작은 편이지만, 연구개발(R&D) 인력이 7명이나 된다. 그만큼 기술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나 대표는 이 연구인력 중 절반은 3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젊은 층으로 구성했고, 나머지 반은 시니어 출신으로 보충했다.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와 개발 추진력, 시니어의 경험과 노하우를 융합한 셈이다. 나 대표가 작지만 오랜 시간 탄탄하게 회사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인재를 유연하게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대표는 “융합은 기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융합도 가능하다”면서 “젊은 연구 인력들의 새로운 시도를 시니어 인재들이 받아들이고, 시니어들은 경험을 토대로 젊은 인력들의 시도에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다.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는 회사가 견실해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조화를 이루면서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아닌 ‘기술력’과 ‘내실’을 중시하는 나 대표의 회사 장기 비전은 ‘히든챔피언’이다. 히든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 대표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라면서 “회사의 경영 철학과 노하우를 후계자에게 비교적 빠르게 승계해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여 중장기적 플랜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히든챔피언 전략도 회사 비전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