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원유 수출이 신기록을 수립했다. 하루 200만배럴을 넘어선 것이다. 미국의 원유수출 증가는 셰일오일 생산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자 미국이 국제 원유시장의 큰 손으로 등극해 유가를 좌지우지할 입지를 굳혔다는 뜻도 된다. 남은 미국의 원유 수출 여력이다. 하루 320만배럴이 한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이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내년 말까지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유가를 자기들 희망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하지만 미국이 걸림돌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 미국 원유 수출추이와 수출대상국.출처=RBC캐피털마켓츠

2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유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로 끝난 한 주 동안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10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로써 미국의 원유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200만배럴 문턱을 넘어섰다.

미국의 원유수출은 2015년 12월 수출규제를 해제한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전체로 보면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9월 말에는 하루 평균 배럴당 198만배럴을 기록하다 10월 중순에는 192만배럴로 떨어졌다가 10월 말에 200만배럴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0만배럴 증가한 하루 평균 90만배럴이 수출된 것에 비해 엄청난 속도의 증가세다.

▲ 미국 원유,석유제품 수출추이.출처=EIA

수출국가도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9개국에 수출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7개국으로 수출됐다.캐나다와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었다. 캐나다는 하루 평균 30만7000배럴을 수입해 수입 1위국 자리를 유지했고 중국은 18만6000배럴을 수입해 2위 수입국으로 등극했다.

이제 제기되는 의문은 미국의 원유수출 지속성이다. 즉 어느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냐는 것이다. 생산에서 수출에 이르는 과정에 필요한 송유관, 부두, 해상 운송수단, 저장과 선적 능력 등 인프라의 제약 때문에 수출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시점까지 미국산 원유 수출이 도대체 얼마만큼 늘어날지는 원유 시장 참여자는 물론 분석가들의 관심사다.

수출이 얼마나 늘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마디로 미스테리다. 원유를 비롯해 상품 시장 도사인 로이터통신 조차 터미널 사업자와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역량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미국에너지부와 같은 연방정부 기관조차 이런 통계를 집계하지 않는다고 한다.

RBC캐피털마켓츠는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해상운송 수출량이 하루평균 320만배럴에 이를 때까지는 ‘물리적인 병목현상’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로이터통신은 분석가들은 350만배럴에서 400만배럴까지는 늘면 병목현상에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했다.

그렇지만 미국 남동부 수출항의 하루 최대 선적 능력은 그것에 근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휴스턴과 포트아서, 코퍼스크리스티, 세인트제임스 뉴올리언스 등 원유 수출항의 최대 선적 능력은 약 320만배럴 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산유량이 하루평균 950만배럴 수준에 이른데다 앞으로 80만에서 100만배럴 더 늘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의 수출 규모도 지난해에 비하면 세 배나 늘어난 것이어서 미국 항만의 선적 능력에 부하가 걸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 추세대로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늘어나는데도 시설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2~3년 안에 미국의 원유수출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항만들이 선적능력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미국내 생산은 급증하는데 수출이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미국 유가가 하락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는 미국내 원유생산과 수출을 둔화시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유가 재균형을 위해 감산합의를 이행 중인 산유국들에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