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AI,”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브랜드를 표현하는 형용사처럼 쓰이고 있다. AI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행시장에 '맞춤형 추천'이라는 말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제 웬만한 여행사들은 여행자의 성향에 꼭맞는 숙박시설, 여행지를 추천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대학생에게 뉴욕의 특급호텔을 추천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있다. 

‘맞춤형 추천’이라는 광고문구를 읽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은 투숙할 곳을 찾으려고 숙박앱에서 목적지만 검색해도 내 마음에 꼭맞는 숙박시설을 검색 첫 페이지에 나열해주는 것이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정확하게 추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수십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진 성향 분석 테스트를 완료하고 가입하면 가능하겠지만, 알다시피 우리가 숙박앱에 가입할 때 제공하는 정보는 나이, 성별 그리고 이메일 주소 정도의 기본적인 정보 뿐이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토대로 정교하게 고객의 성향에 맞는 시설을 추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맞춤형 추천’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고객이 ‘지금’ 원하는 것에 대한 정보, 그리고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해도, 이번 여행의 컨셉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추천을 할 수 없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회원가입한 고객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라호텔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두바이의 최고급 호텔 ‘아르마니 호텔’이 등장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좋아요’ 한 기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정보만 보면, 고객은 최고급 호텔을 선호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고객은 취직 기념으로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대학생이며, 신라호텔은 부모님 지인의 결혼식에 따라갔다가 화려한 웨딩홀이 마음에 들어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그냥 재미있어서 ‘좋아요’를 눌렀을 수도 있다. 이런 수많은 변수 때문에 제대로 된 추천을 위해서는 고객이 ‘지금’ 어떤 컨셉의 여행을 원하는 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고객이 기입한 여행의 컨셉 정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아내와 함께 가는 결혼기념 여행”이라고 기입할 경우, 우리는 “아,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함께 오붓하게 가는 여행이니 경치가 좋은 로맨틱한 분위기의 호텔이 어울리겠구나” 알 수 있지만, 컴퓨터에게는 그저 낱말 여러개의 조합일 뿐이다. 그래서 문장 형식으로 기입된 정보 중에서 “아내,” “결혼기념”과 같이 고객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키워드를 추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추출된 키워드를 바탕으로 컨셉에 맞는 호텔을 추천하는 것은 숙박앱의 몫이다. 판매하고 있는 수십만개의 호텔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고, 추출된 키워드로 파악한 선호도에 가장 가까운 호텔을 추천하는 것이 ‘맞춤형 추천’의 시작이다. 

이달 초, IBM 왓슨이 자연어 처리 분류를 담당하는 NLC (Natural Language Classifer) API를 무료 공개했다. 이 API는 ‘대화를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 지원,’ ‘문장을 바탕으로 한 감정과 사교성 판단’ 등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고객의 선호도와 숙박앱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숙박시설 정보를 잇는 가교가 생긴 것이다. 

자연어에서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를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숙박시설의 정보와 결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추천 엔진을 기존 숙박앱에 접목한다면,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당신이 특급호텔을 추천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숙박앱이 비축한 정보를 이을 수 있는 기술이 무료로 공개된 것은 발빠른 스타트업들이 ‘맞춤형 추천’ 기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가 귀에 못박히게 들었던 ‘맞춤형 추천,’ 단순한 마케팅 슬로건이라는 오명을 벗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