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와 세계를 대표하는 ICT 기업 구글이 난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 논란, 골목상권 침해 이슈, 스포츠 뉴스란 임의편집 등으로 연일 공격을 받고 있으며 구글의 한국지사인 구글 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 압박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이해진 창업주의 국감 증언을 두고 두 회사는 서로를 향한 포문을 열었다.

세금, 고용, 공공성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그는 글로벌 ICT 기업 역차별 문제를 거론하며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다"며 "심지어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창업주의 발언은 분절해 살표볼 필요가 있다. 세금은 구글의 유한회사 이슈며 고용도 이와 관련되기는 하지만 구글 코리아의 공적 영향력에 대한 담론에 가깝다. 그리고 트래픽 비용에 대한 주장은 최근 불거진 페이스북, 유튜브의 국내 통신사 캐시서버 논란과 궤를 함께한다.

이 창업주는 지난해 라인 상장 당시 춘천 데이터 센터 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ICT 기업들을 공룡에 비유하며 국내 ICT 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한 때 국내 ICT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구글의 지도 반출 이슈에 대한 질문의 답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올해 초 공식석상에서 글로벌 ICT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을 꺼내며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을 정조준한 바 있다.

이 창업주의 발언이 나온 후 2일 구글 코리아가 입을 열었다. 구글 코리아는 "구글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두며 한국 경제와 사회에 널리 기여하고 있다"며 "네이버 뉴스 배치 조작을 비롯한 자사에 대한 다양한 쟁점에 대한 답변 가운데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세금과 고용,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구글 코리아는 세금 문제에 대해 "구글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이 창업주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며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 코리아의 세금 문제는 상당히 오래된 이슈다. 유한회사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매출을 공개할 이유가 없는 구글 코리아가 '과연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 코리아는 국내에서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이해진 창업주는 "정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고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구글 코리아는 "법이 정한 대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맞서는 셈이다.

지난 8월 정김경숙 구글 코리아 전무는 공식석상에서 "구글 코리아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자료사진)구글 어시스턴트 구동 중 발췌.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그러나 네이버와 국내 ICT 업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이들은 "유한회사의 구글 코리아가 매출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그저 세금을 내고있다고 말하는 것을 어떻게 믿는가"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논란이 깊어지는 만큼 이제라도 정확한 세금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주장이 깔려있다. 다만 구글 코리아는 여전히 선을 그었다. 구글 코리아 관계자는 "구글 코리아는 적법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고용 문제에 대해 구글 코리아는 이 창업주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글 코리아는 "이 창업주가 구글 코리아에 대해 고용이 없다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 구글코리아에는 수백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 서울 캠퍼스 등 많은 사업을 국내에서 벌이고 있으며, 고용창출에 나서고 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그러면서 고작 수백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 구글 코리아의 해명인가"라고 반문했다. 수백명이라는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정확한 인원을 추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글 코리아는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구글 코리아는 허위클릭과 검색어 조작 등의 문제에서 이 창업주가 "구글도 그런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도 해명했다. 구글 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며 "구글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즘 순위에 기반하고 있으며,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우리나라 망 중립성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구글 코리아를 믿을 수 없다?

네이버는 지난해 구글 지도 반출 당시부터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9월7일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과 오픈넷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리나라 망 중립성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을 당시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도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냉정하게 보면 역차별 문제는 실체가 분명하다. 당장 구글 코리아가 유한회사로 활동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구축한 영향력을 무차별적으로 발휘, 좁은 국내 내수시장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ICT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국내 ICT 기업에는 1년에 수백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받지만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은 지불하지 않으며, 그것도 부족해 캐시서버까지 제공받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를 둘러싸고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분쟁을 벌여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조사중에 있다.

관점을 달리해 '구글 코리아의 주장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필요하다. 유한회사지만 적법한 절차를 밟아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구글 코리아는 이러한 기본적인 믿음을 저버린 사례가 있다. 구글 지도 반출과 포켓몬고 사태다.

지난해 구글 코리아는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국외반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글의 사내벤처에서 탄생한 나이언틱의 포켓몬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구동하기 위함이라는 대의명분을 걸었다. 지도 데이터를 확보해 국내를 ICT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포석이었지만 표면적으로 포켓몬고의 원만한 구동을 들어 ICT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함이라는 전제를 깔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도 반출이 불허된 후 나이언틱은 1월24일 별안간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구글 코리아의 주장대로라면 지도 반출이 불가하기 때문에 포켓몬고 국내 서비스는 불가능했지만,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구동됐다. 나이언틱이 2004년 영국에서 시작된 비영리 온라인 지도 프로젝트인 오픈스트리트맵의 데이터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구글 코리아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했던 포켓몬고라는 미끼를 흔들었고, 미끼는 곧 미끼였을 뿐이다. 현재 세금 문제에 있어 구글 코리아는 사내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정상적인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끼는 곧 미끼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구글 코리아도 할 말은 있다. 이 창업주가 세금과 고용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지만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국내에서 나름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구글 코리아는 지난 8월22일 서울 구글 캠퍼스에서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자신들의 긍정적 영향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당시 구글 코리아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연간 총 4조5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누리고 있다고 조사했다. 그런데 4조5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도출한 셈법이 재미있다. 400명의 안드로이드 국내 유저를 대상으로 "얼마나 통신비를 지원하면 다른 운영체제로 가겠는가"라고 물어 1인당 연간 기준으로 평균 15만2000원~15만7000원이라는 답변이 나오자 이를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 수 3000만명에 곱했다. 보기에 따라 흥미로운 계산법이다.

▲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기자회견. 출처=구글 코리아

구글 코리아는 앱 개발자도 안드로이드를 통해 앱 당 개발시간의 30%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국내에서 개발된 6000개 이상의 앱에 대해 170억원에서 최대 850억원까지 비용이 절감됐다고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안드로이드 덕분에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그 결과 구글 코리아는 안드로이드가 2010년 이후 5년간 한국 연간 GDP가 최대 0.27%p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세금과 고용 이슈를 덮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 경제 효과다. 그러나 이 역시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이슈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구글 코리아는 구글 전체가 검색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파동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며 구글도 예외는 아니게 된 상태지만 표면적인 답변은 "문제없다"로 좁혀진다.

굳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 대목도 묘한 구석이다. 이 부분이 '네이버는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깔린 전제냐'고 묻자 구글 코리아는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며, 사내규약에 나온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구글도 여기에는 딱히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미국 CNBC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정부 문건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구글이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에 사용한 자금은 417만달러(약 47억2000만원)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의 미국 대선 개입을 앞두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로비로 사용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로비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구글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막대한 로비를 통해 정치적 영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오는 것에는 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IT 거물들은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려 나란히 미국 의회 상원법사위원회 청문회에 불려갔다. 이 자리에서 구글 등은 월 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플랫폼이 500달러 이상을 낸 정치 광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적시하는 '정직한 광고법'을 지지하겠느냐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고 아무것도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지어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이들은 그저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최소한 국내에서는, 공정위부터 이들의 태도에 대한 자세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