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시절 조성된 청년희망펀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를 운용 중인 청년희망재단이 진행한 청년 사업 대다수가 원래 취지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얼마 못 가 폐지된 사업이 많았고, 청년들이 취업한 기업의 ‘질’ 역시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청년희망재단 사업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스타트업 및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비롯한 청년희망재단의 사업 중 다수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다.

▲ 2016년·2017년 스타트Up-청년취Up 매칭 대상 중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이 다수 섞여 있었다. 출처=한정애 의원실

청년희망재단의 ‘스타트Up-청년취Up매칭 사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인건비를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을 활성화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운영기관에서 추천한 스타트업과 7년 이내 창업한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설립된 지 7년이 넘은 기업이나 병원, 어린이집도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지원대상에서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은 최소 7개였다. 올해는 최소 5개 기업이 스타트업에 섞여 있었다. 이중에는 연매출 1000억원대 기업은 물론 1987년 설립돼 설립된지 30년을 훌쩍 넘은 기업도 포함됐다. 스타트업과 전혀 무관한 병원, 마트, 어린이집 등도 섞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의 ‘청년글로벌 보부상’과 ‘청년글로벌 취∙창업 지원’ 사업 역시 원 취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글로벌 보부상’ 사업은 해외 취∙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법인에 주재원으로 파견하도록 마련됐다. 그러나 현지 사업장의 열악한 환경과 청년 지원자들의 낮은 실무 능력으로 지원자와 회사 모두가 만족도가 낮아 현재는 종료되고 말았다.

‘청년글로벌 취∙창업 지원 사업’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해외취업 연계 사업이다. 그러나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운영 중인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게다가 당초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태국 현지에 청년을 취업시키는 사업으로 변모했으며, 이 사업 역시 최종 취업인원 29명에 그치고 현재는 종료됐다. 한 의원은 “연구회가 운영하는 과정에 청년희망재단의 지원 사업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글로벌 취·창업 지원사업 취업 현황. 출처=한정애 의원실

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취업한 기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이 취업한 기업은 대체로 한국계기업으로, 현지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 ‘글로벌 취∙창업’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았다. 가장 많은 청년들이 취업한 기업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였으며 태국 현지에서 대규모 임금체불 문제를 일으킨 포스코TCS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IT분야 전공자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취업시킨다는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 역시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의원은 “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는 실리콘밸리 대표 IT기업에서 근무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로 알려졌을 뿐, 기업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한정애 의원은 “청년희망재단의 많은 사업은 원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예산 낭비를 막으려면 실태조사와 존속여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